[삿포로 미슐랭 2스타 ] 

덴푸라 아라키 

(Tempura Araki, 天ぷら あら木)

(2018.04.14.)

(1)


덴푸라가 일본 요리인 것만 알았지

일본에 덴푸라 코스가 있는 줄을 몰랐다.


삿포로 여행을 준비하면서

미슐랭 가이드 삿포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숙박 예약을 해둔 그래서리 호텔 삿포로의 컨시어지를 통해

미슐랭 3스타 일식인

 레스토랑 하나코지 사와다(Hanakoji Sawada, 花小路さわ田)의 

예약을 시도했으나

이미 예약이 꽉 차서 실패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미슐랭 2스타 덴푸라 아라키(Tempura Araki, 天ぷら あら木)의 예약을 시도했고

운이 좋게도 한자리 꿰찰 수 있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는 5시부터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고 나와있었지만

실제 호텔 컨시어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6시부터 식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6시 첫번째 타임, 8시 두번째 타임

이렇게 하루에 테이블 2회전으로 영업을 종료하는 것 같았다.

예약은 호텔 컨시어지의 도움을 받아 쉽게 했지만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구글 지도로 문 바로 앞에 와놓고도

식당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식당 간판은 없고,

일본어, 한자 까막눈에다가,

흘림체로 쓴 일본어는 더더욱 알아볼 수가 없었다.

예약 시간 10분 전에 도착해놓고도

식당 이름을 찾지 못했다.

지나가던 일본인에게 도움을 청해봤지만,

이 분도 길에 별로 밝지 않았다.


이게 식당 출입문이다.

간판이라고 할만한 게 딱히 없다.

식당 이름도 조그맣게 써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이 식당을 찾은 것은

이 간판 때문이다. ㅋㅋㅋ

구글 지도의 주소를 보니 '延寿堂 1F'라고 되있어서

일본인에게 이 건물이냐고 묻자

그제서야 식당 이름을 확인했다.


길가다가 붙잡혀 나를 도와준 일본인은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사실 엄한 사람 헤매네 만든 내 까막눈이 잘못이지

그 분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이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했으며,

제가 더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힘들게 찾아 들어간 식당.

예약 시간 10분 전에 식당 앞에 도착했으나

길을 헤맨 탓에

첫 코스 요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에

부랴부랴 착석하게 되었다.


이 식당은 8석의 카운터(counter)로만 구성이 되어 있고

좌식 테이블이 있는 방이 작게 1개 있는데

그곳은 손님을 받는 곳으로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이런 구조로 된 소규모 식당은 처음인지라

처음에는 어색했다.

그런데 이번 삿포로 미식여행을 하면서보니

일본인들은 카운터석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직접 체험을 해보니

카운터석의 장점은

요리하는 쉐프와의 친밀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렇게 소규모의 손님만 받아 운영하는

작은 면적의 식당에서는

아주 소수의 손님만을 정성껏 모시겠다는

메시지로 와닿는다.

코스 요리가 진행됨에 따라

내가 매우 비공개(exclusive) 미식회의 일원으로 초대받아서

귀한 음식을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모든 손님들이 음식에 집중하게끔

카운터의 중심에 쉐프가 있고

좁고 밀폐된 식당 공간은

쉐프와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첫번째 요리.

준비과정은 놓쳤는데,

가리비 같은 큰 조개를 살짝 데쳐서 주신 것 같다.

데쳤다고 하지만 회를 먹는 것 같이 아주 살짝 익히셔서

질기거나 비린 맛은 느낄 수 없었다.


이미 첫 요리 전에

다들 음료를 주문한 것 같은데

나는 늦게 와서

코스 중간에 음료를 주문했다.

와인이나 사케를 보통 권한다는데

이왕에 일본에 와서 일본 코스 요리를 맛보니

사케가 좋을 것 같아서

추천을 받았다.

내가 저 한병 다 마신 건 아니고

1잔만 받았다.

어떤 사케인지를 보여주시는 동안 한장 찍었다.

일본어를 못 읽으니 술 이름을 잘 모르겠다. ㅋㅋ


우선 살짝 달큰한 향이 났고,

첫맛도 살짝 달짝했다.

그 달짝함이란...

가끔씩 쓴 소주를 마시는 데 

단맛이 미미하게 나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

소주는 그 느낌이 아무 미미하게 샥 사라지는데

이 사케는 그런 달큰한 맛이 좀 더 진하고 좀 더 오래간다.

그 다음에 알코올의 향이 부드럽게 올라온다.

느낌상으로는 술이 엄청 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 다음에 나오는 음식은

조개국이라고 할까?

어떻게 만드는 지를 못 봐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익숙한 조개 국물의 맛과 향이 은근하게 올라왔다.

간도 기가 막히게 적절했다.

자극적인 요소가 거의 없이

조개의 향과 국물을 누릴 수 있었다.


그 다음에 나오는 은행구이.

엄청 좋은 은행이라는 게 

한 눈에 확 들어온다.

그렇지만 내가 알던 그 은행 맛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본격적인 덴푸라 코스가 시작되기 전에

소금+라임과 갈은 무+간장소스가 들어온다.

정통 일식 덴푸라 코스는 처음인지라

이걸 어떻게 먹는 것인지

영어가 매우 능숙하신 여성 서버분께 물어봤다.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일본에서 덴푸라를 먹는 방법은 2가지가 있는데

소금에 찍어 먹는 것과 간장 소스에 찍어먹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소금에 찍어 먹을 때에는

덴푸라를 바로 소금에 찍어먹어도 좋지만

튀김에 라임을 살짝 짜서 소금과 함께 찍어먹는 것을

쉐프님은 추천한다고 한다.


간장소스로 먹을 때 에는

원하는 만큼의 갈은 무를 넣어서

덴푸라를 소스에 찍어 먹는다고 한다.

또한, 무는 꼭 소스에 넣지 않더라도

그냥 갈은 무 자체로 먹어도 좋다고 했다.


갈으 무를 넣은 간장 소스.

편의상 나는 간장 소스라고 말하지만

일반 간장보다 간이 훨씬 약하고

간장 향이 진하지 않다.

간장 농도를 낮췄거나 다른 재료와 함께 

맛에 변형을 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새우튀김의 스타터.

새우 머리에 아주 얇게 튀김옷을 뭍혀서 튀겨주신다.

2점을 주시는데

한 점은 소금과 함께, 

남은 한 점은 간장과 함께 

먹어보라는 의도가 있다.


새우 머리 튀김의 맛은

은은하면서도 강하게 올라오는 고소한 맛이 난다.

씹는 동안 새우의 향이 적절하게 입안에서 맴돈다.


새우 몸통 튀김도 2마리를 주시는데

머리처럼 한꺼번에 2마리를 주시는게 아니라

한마리, 한마리 따로 주신다.


처음 한 마리는

스테이크로 치자면 레어(rare)의 익힘 수준이다.

익은 새우살의 맛은 나지만

생새우의 촉촉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충분히 느껴진다.


다음 한마리는

미디움(medium)으로 익혀주신다.

미디움으로 익한 새우는 부드러운 식감보다는

탱탱한 탄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건 생선 살 튀김이다.

무슨 생선인지는 

일본어를 몰라서 알 수가 없다. ㅋㅋㅋ


생선살 튀김이라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흰살생선의 맛이 아니다.

우선 앞서 새우처럼 레어로 익히셨는지

생선살의 겉부분만 아주 살짝 익고

안에는 익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안 익은 것도 아닌 상태이다.

그러다보니 저렇게 반으로 잘라 주시면

가운데 부분에 생선 육즙이 고여 매달린다.


볼 때는 청포묵 식감이 날 것 같지만

회도 아니오, 묵도 아닌

회와 고급 젤리의 중간 식감이라고 해야할까?

신기하고 신선한 생선살 식감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된다.


(다른 블로거의 글을 찾아보니 오징어라고 하시네요 ㅋㅋㅋㅋ)


코스 초반에

와인을 마시는 손님에게는 치즈를

사케나 맥주를 마시는 손님에게는 오징어를 주신다.


이 오징어는

쉐프님이 오징어 내장과 간장 등을 

적절히 배합하여 만든 것이며,

와인보다는 사케에 더 잘 어울리는 안주라고 설명해주셨다.


오징어 내장 때문에

첫맛은 약간 비릿하다.

그런데 비릿만 맛이 오래가지 못하고

간장에 묻혀버린다.

우리나라 젓갈 마냥 짭짤하기 때문에

소량을 먹고 사케로 입가심을 했다.

오징어의 식감이 쫀득하면서도

씹다보면 오징어의 겉살이 

입안에서 살짝 녹아내리는 느낌이 난다.


참고로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되기 전에

쉐프님이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 물어보신다.

이렇게 내장이나 발효/숙성 시킨 음식이 있기도 하고

식품 알러지가 있을 수도 있어서 확인하시는 것 같다.

이 세심한 배려... 감동!


다음에는 구린내가 나는 음식이 나온다. ㅋㅋㅋ


서버분이 설명해주시기로는

저 주황색이 

해삼??의 내장을 꾸떡하게 말려서 

숙성 시킨 것이라고 한다.

그걸 쉐프님이 칼로 썰어 튀김옷을 얇게 입혀 튀긴 후

모찌 쌀위에 올려주신다.


이건 옆에 있던 일본 아주머니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고 하셨다.

향이 말 그대로 '구린내' 진동이다.


그렇지만 입에 넣고나면

구린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마법같은 일이 발생한다.

구린내 대신에 엄청난 고소함과 담백함이 밀려온다.

쫀득한 모찌쌀(아마 찹쌀이겠죠?)과 입안에서 섞이면

찰진 밥의 단맛과 내장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어우러진다.

서버분께서 사케랑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다음으로 나온 튀김은

작은 생선 통살 튀김인데,

서버님이 일본어와 영어 이름을 알려주신 것 같은데

생선 이름은 원체 고난이도 어휘!!

알아들을 턱이 없다. ㅋㅋㅋㅋ


앞서 다녀갔던 한국인 손님이

이 생선의 한국 이름이 '포이?'라고 했다는데

생전 처음 들어봤다.

그 한국 손님이 

제대로 된 이름을 가르쳐줬으리라는 보장도 없고...ㅋㅋㅋㅋ


암튼 이 생선은 작은 흰살 생선이다.

처음 느껴지는 생선살의 맛은 고소함, 그리고 담백함.

씹으려고하면 이미 살이 기분좋게 풀어져있다.

신기하게도 살 덩어리가 살결 하나하나로 풀어지면서도

그 분리되는 살결들에서 탄력이 느껴진다.

그렇게 풀어지고 나서는 잔향이 고소하게 입에 맴돈다.

아주 적당히 익혀주셨기 때문에

오래 익한 생선살의 뻣뻣함이란 것은 없다.


지금까지 먹었던 튀김 요리들은

개인적으로 소금이랑 같이 먹는 거 더 맛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생선튀김은 간장이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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