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혼자 호캉스]

파크 하얏트 서울 Park Hyatt Seoul 

- 라운지(Lounge) 망종 한식디너세트 -

(2018.06.12.)



호캉스의 재미 중 하나는

호화 객실에서 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거다.


최근 호캉스 갔던 호텔 식당에서는

세트 주문 시에 

2인 이상 주문 요건이 있거나

혹은 한식 메뉴가 없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만만한게 이탈리안 식당이었는데

맛있게 먹기는 했지만

내가 이태리 사람도 아니고

이탈리안 식당 자주 가는 것도 그닥 땡기지 않았다.


그러던 중

파크 하얏트 서울 더 라운지(the lounge)에서는

한식 세트 메뉴가 계절메뉴로 판매 중이길래

한식을 먹기로 했다.



체크인은 불쾌했지만

객실에 들어가자마자

더 라운지에 식사 예약을 했다.


도착하니 내 자리가 이렇게 세팅되어 있었다.


24층에서 바라보는 뷰는 생각보다 괜찮았다.

사진에는 잘 나오지 않았지만

저 고가도로의 곡선과 그 위를 달리는 차들의 모습을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했다.


한식 세트가 생각보다 저렴?한 편이어서

큰 기대는 안했지만서도

처음 이 야채들이 나왔을 때

엄청 당황했다.


세트 중에 보쌈이 있어서

먼저 쌈채소가 나온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


웰컴푸드라고...

그냥 주전부리를 주는게 훨씬 좋겠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채소가 신선하고 색도 예쁜 건 알겠는데

아무리 디핑소스를 줬어도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게다가 저게 과대포장인게

속안에는 얼음이 가득하다.


맛있게 먹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이 한식 세트에 대한 이미지가 안 좋은데

기분나빴던 체크인의 여파와

장난하는 것 같은 이 월컴푸드가

내 인지에 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한식 디너 세트 메뉴.


도토리묵 샐러드.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채소 밑에 도토리묵이 3조각 정도 있었다.


도토리묵 맛이 좀 다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냥 내가 마트에서 사먹던 도토리묵이랑 별 차이를 모르겠더라.


메뉴에는

영양부추가 같이 나온다는데

영양부추가 안 나와서 서버분께 여쭤봤다.

영양부추를 양념장에 잘게 썰어 넣으면 지저분해보여서

망에 넣어 부추맛만 빼내고 건더기는 건져낸 것이라고 한다.


흠...

부추가 향도 강한편이고

부추 좋아하는 채소가 아니라서

쉽게 눈치챌만한데

부추향이나 맛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보리죽과 물김치.


보리죽은 그냥 무난한 죽이었고,

나박김치가 맛이 괜찮은 편이었다.


예상외의 한방은

저 매실장아찌.


보리죽이랑 나박김치만 먹으면

맛이 그냥 평범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매실장아찌를 하나 얹어 먹으면

심심했던 혀에 재미를 선사한다.


보쌈.


매실장아찌가 나름 선방했지만

월컴푸드나 보리죽이 그닥 신통치않았기 때문에

보쌈도 무난한 정도이겠거니 했다.

사실 비주얼도 엄청나진 않았으니까.


그렇지만

나름 보쌈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게

우선 상당히 좋은 삼겹살을 썼다는 점이다.

삼겹살 수육에 기름은 부드러움을 담당하지만

지나친 비계는 살코기 먹는 재미를 앗아간다.


그런 면에서

이 보쌈은 살코기 맛을 충분히 느끼면서도

부드럽게 넘길 수 있게끔

비계의 비율이 아주 적절했다.


보쌈과 함께 나온 김치는

일반적으로 보쌈식당에서 나오는

달큰한 보쌈김치가 아니라

일반 김치에 더 가까운 맛이었다.

맵거나 짜거나 달거나

전혀 자극적이지 않았고

적당히 중용의 길을 걷는 김치.


의외의 한방은

파채 튀김.


얇은 파채를 튀겨서 같이 먹으니까

생각보다 엄청 고소하다.

파채는 약간 질기 수가 있는데

질기지도 않았음.

파채의 굵기와 튀김 정도가 관건인 것 같다.

기름이 쏙 빠져서 약간 바삭한 식감을 줬다.


파채튀김이랑 김치랑 보쌈이랑

한입에 쏙 넣어서 씹으면

입안에서 잘 어울린다.


다음 메뉴는 안창살 구이.


안창살 구이라고만 써 있기래

정말 구이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밑반찬이랑 국이랑 밥이라 같이 나왔다.


한꺼번에 찍은 샷이 없네...


김치, 참나물무침, 마늘쫑절임, 무말랭이.


딱히 뭐하나 튀지 않는

중용의 맛.


무말랭이 집에서 잘 못하면

냄새가 별로 안 좋던데

향을 맡아봤는데

역한 냄새는 전혀 나지 않았다.


잡곡밥.


처음 밥을 받았을 때도 느꼈고

지금 사진으로 봐도 느낀 건데...

밥이 보온상태로 몇시간 지난 것 같더라.


윤기나 촉촉함이

보온밥통 밥 느낌.


매번 밥을 새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는 하지만

약간 아쉬운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버섯국.


이 버섯국이 정말 니맛도 내맛도 아닌

그냥 버섯 우린 맛이었다.


버섯이 딱히 맛이란게 강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는 걸 감안했지만,

그래도 5성급 호텔에서 이런 국은 좀 아닌 듯.


내가 한식대첩 우승하신 나경버섯농가에서

정말 깜짝놀라는 버섯전골을 먹어봤기 때문에

버섯 자체가 밍밍한 재료라는 탓을 하지는 못 하겠더라.


아직 한식대가의 맛을 따라올 정도는

여기서 먹을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항상 다시 가고 싶었는데

다시한번 나경버섯농가에 가서 식사를 한끼 하고 싶었다.


안창살 구이.


무조림과 새싹+파채와 함께 나왔다.


안창살 구이는

정말 적당하게 잘 구운 것 인정!!


집에서 소고기 구우면

불에서 내려오자마자 고기에서 즙이

좔좔 흘러나오는데,

어떻게 구우셨는지 즙이 안빠져 나오게

확 가두어두신 듯 했다.


웰던으로 구운것도 아니어서

상당히 부드러웠다.

양념도 살짝 되어있는듯 아닌듯

밥반찬이라기에는 약간 윗길을 걷고 계셨다.

인절미 아이스크림.


한식에 아이스크림 후식은

약간 좀 의외였지만,

아이스크림은 무난했다.

인절미도 무난했고.


벌집이 토핑으로 올라가져 있는데

벌집이 엄청 달았다.

좋은 벌집 같았지만

이 조합 잘 모르겠다.


벌집 올려주는 아이스크림이 유행했던 것도

알고는 있지만...

글쎄...


녹차.


이 녹차는 정말 인정.


엄청 깔끔하고

살짝 고소한 느낌도 나고

훌륭했다.


아이스크림 먹고 난 뒤라서

더욱 개운했었을지도.


<총평>

한식 코스를 9만원에 먹을 수 있다는 점은

가격적인 측면에서 괜찮았다.

호텔 이름값을 생각하면

엄청 비싸다는 생각은 안 들었다.


그치만

역으로 이름값에 비해서

그 기대를 살짝 못미치는 맛이었다.

메뉴가 한식이었던것도

한 몫했던 것 같은게,

한식은 다양하게 접할 기회가 많으니까

맛에 대한 기준이나 기대가 높았던 것도 사실.

그리고 다른 유명 한정식집 가봐도

맛이 엄청 좋은 지는 모르겠더라.


먹으면 먹을수록

나경버섯농가 가고 싶었다.


직원분들은 친절했으나

서빙하는 음식에 대한 공부를 

별로 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영양부추은 왜 안보이냐고 물었을 때

살짝 당황하시더니 주방에 가서 문의하고 오셨다.

아무래도 한식 전문식당이 아니고

'라운지'이다보니 한식 메뉴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도 셰프님이 조리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주시고

영양부추를 원하면 따로 무쳐주시겠다는 제안도 해주셨다.

(따로 영양부추 무침을 먹진 않았음)

조금 더 아쉬운 점은

식사 중에 한번도 식사 괜찮은지 묻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


다시 오겠냐고 묻는다면,

안 오겠다.


이 돈으로 다른 좋은 한식당에 찾아가겠다.

[실패한 혼자 호캉스]

파크 하얏트 서울(Park Hyatt Seoul)

 - 객실 및 총평 - 

(2018.06.13.-14.)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호캉스.


파크 하얏트 서울은

콘래드 서울, 포시즌스 서울과 더불어서

내가 호캉스 가고 싶었던

호텔 중의 하나였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내가 왜 이 돈을 들여서

파크 하얏트 서울에 가려고 했는지

바보같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실망했던 것일까?

파크 하얏트 서울은 

시설도 서비스도 2005년도에 멈춰 있다.

그것이 나의 잠정적인 결론이다.


하얏트 그룹에서

파크 하얏트는 럭셔리 브랜드인데

오픈 당시에는 충분히 럭셔리했겠지만

지금 2018년에는 잘 모르겠다.


고객 응대 서비스도

다른 4-5성급 호텔들보다

나은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다.


체크인 하는 내내

'익스피디아'에서 예약했다는 말을 강조하고,

'익스피디아'에서 예약했으니

내 하얏트 멤버쉽 번호는 필요없다는 식이었고...


난 호텔에서 밥 먹을거니까 

그거 몇점이라도 적립이나 하자는 의도였는데,

내 입을 틀어막듯이

익스피디아에서 예약한 숙박은

멤버쉽 숙박으로 인정 안 되니까

내가 하얏트 멤버쉽 알려줘도 소용없다고

다다다다 쏟아내셨다.


객실도 안 좋은 곳을 주셨던데,

이상하게 '익스피디아'를 강조하더니

구린 객실을 받게 되는 복선을 

암시하시는 것이었나보다.


나는 숙박 카운트 해달라고

말한마디 꺼낸 적 없는데

순간 사람 떼쟁이 진상고객으로 만들어주셨다.


그래서 호텔에서 처음으로 불만 편지를 써보았다.

제대로된 호텔은 고객만족도조사 설문지도 다 갖추고 있는데

여긴 그런거 하나 없어서

호텔 메모지에 총지배인 수신으로

영어로 편지를 써서 컨시어지에 전달했다.


호텔 측으로부터 사과와 피드백을 받았으나,

기분은 계속 안 좋았다.

이러나 저러나 나만 진상고객 된 것 같아서...

쉬러 왔는데 불만 편지나 쓰고 있는 것도 짜증났고...

내가 쓴 연차가 되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휴가를 내고

내 돈을 썼으니

어쩔 수 없이 1박한 것이지...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다음날 조식도 

르메르디앙 서울 가서 먹고 왔다.


르메르디앙은 확실히 달랐다.

내가 불평할만한게 없었다.


암튼 일기를 써보자면...


처음 배정받은 객실은

1007호.


보다시피

사다리꼴 모양의 방이다.

사다리꼴 방의 문제는

공간이 엄청 좁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파크 하얏트 서울을

호캉스 위시리스트에 넣었던 이유는

객실이 넓어서였는데...


1007호는 삼성역 사거리 뒤를 향하고 있다.


이것도 너무 불만이었던 것이...

여기는 침실이나 욕실이 다 통창인데

이렇게 건물들이 가까이 있으면

꼼짝 못하고 커튼치고 있어야 한다.

가뜩이나 구조도 꽉막히는 느낌인데

커튼까지 치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면

굳이 내가 이 돈 내고 

숙박해야하는 이유가 없었다.


체크인 데스크에 연락해서

객실 변경을 요청했다.



그렇게 

9층 직사각형 스탠다르 객실로 다운그레이드 되었다.


10층부터 디럭스 객실인데

내가 낸 '익스피디아'에 낸 돈으로는

사다리꼴 방 아니면 줄 수 있는게 없었나보다.

ㅠㅠ


그나마 9층 뷰가 나쁘지 않아서

사진 2장은 남았다.


파크 하얏트 객실은 나무를 너무 많이써서

약간 일식당에 온 느낌이 나지 않을까

살짝 걱정했었는데...

전체적인 느낌이 밋밋한 일식당 느낌이 났다.


이 의자가 생각보다 편하긴 했는데

닳고 닳았더라.


침실과 욕실 두곳에서 이용할 수 있는 옷장.


옛날 호텔이라 그런지

TV가 너무 생뚱맞게 덩그러니 서 있다.


스탠다드 객실이어도

객실은 넓은 편인데

너무 텅텅 빈 느낌이다.


온통 나무 느낌으로 통일해놓으니

더욱 그런 듯.

나무를 그렇게 많이 썼길래

다 원목인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저렇게 겉 랲핑이 벗겨지고 있었다.


이 스탠드도 TV만큼이나 쌩뚱맞다.


웰컴 프루츠.


이것도 맘 상했던 것이

처음 배정받았던 1007호에는 

웰컴푸르트가 없었다.


그나마 보스 사운드 링크가 있어서

버틸 수 있었다며..

ㅠㅠ



나는 욕실 벽이 원석으로 되어있길래

사진으로 봤을 때에는 엄청 멋있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막상 직접 보니

동굴에 온 느낌이다.


안 좋은 기억이다보니

열심히 정리하고 싶지 않았다.


일식집에서 잠자고

동굴에서 씻고 나온 것 같은 느낌.


<총평>

이번 호캉스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면

글로벌 체인이 하는 부티끄 호텔은 가지 말자.


객실 여유분이 별로 없으니,

'익스피디아'에서 예약하는 

나같은 사람은

다운그레이드를 하던가

사다리꼴 방에서 커튼치고 있어야하니까.


현대산업개발이 운영하는

파크 하얏트 부산도 가지 않겠다.

같은 회사에서 운영하는 것이니

똑같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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