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택스 리펀드에 관해 글을 쓰다가

갑자기 베트남 여행 때가 생각나서

글을 하나 더 쓰겠다.


베트남 항공을 타고 푸쿠옥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고 있는데

베트남 항공 직원이 여권을 한장 한장 다 넘겨보더라...

'입국심사관도 아니면서 뭐하는 거람?'

혼자서 속편한 생각하고 있었는데

베트남 항공 직원이 나한테 하는 말이

'여권이 훼손이 되서 보딩패스 발권을 못해주겠다'는 것이다.


엥?

내 여권이 뭐가 잘못됐다고?

뭐 뜯겨나가거나 한게 전혀 없는데... 뭔소리지?


뭐가 훼손된거냐고 물어보니...

사증 찍는 페이지에 작은 구멍 비슷한게 났다고...


헐...


뭔가하고 봤더니

어느나라에서였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여권에 스테이플러로 서류같은거를 집어주는 곳이 있는데

그거 빼다가 조금 찢어진 것이었다.




나는 이게 전혀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던게

이렇게 살짝 찢어진 상태로

해외여행을 엄청 자유자재로 다녔기 때문이다.


암튼 베트남 항공 직원 曰

"베트남 입국 시에 큰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혹시 모르니 자신은 발권을 해줄 수가 없다.

1. 임시 여권을 발행해오거나

2. 베트남 입국심사 시에 여권 손상으로 입국을 거부당해도 

베트남 항공에 어떠한 항의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 각서도 내 마음대로 쓰게 해줄 수는 없다.

베트남 항공 매니저한테 문의해서 허락을 해야 그 각서를 쓸 수 있다."


그 순간 나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렇게 발권 거부를 당해본 것도 처음이고

이걸을 훼손이라고 보는 것도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내 생각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우선 여행을 가야만 하는데...

이거 못가면 날리는 돈이... 상상만해도 끔찍했다.

그래서 우선 최대한 침착하게 상황을 판단해봤다.


내가 이런 이유로 비행기를 못 타게 됐으니 임시여권을 발행해달라고 해달라고 한들

인천공항에 있는 공무원들이 순순히 해줄 것 같지도 않고

정말 운이 좋아서 임시여권을 발행해준다고 해도 비행기 이륙 시간 전까지 될리가 만무하다라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봤을 때 여권 손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미미한 것이므로

어떻게 해서든 그 각서란 것을 써보고

당당하게 베트남에 입국하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그 각서, 내가 쓰겠다!"라고 했다.


그랬더니

"아직 매니저가 발권데스크에 안 도착해서 기다려야 된다"고...

"우선 당신 여권과 당신의 휴대전화번호를 남겨두고 기다리고 있으면

본인이 매니저에서 각서를 써도 좋을 지 물어보고 호출하겠다"고...


아니

내가 입국심사 거부당해도 책임지는 것은 결국 나라는 각서인데

왜 매니저 허락을 받아야만 그 각서를 쓸 수 있는 건지도

좀 어이없었고,

매니저라는 인간이 체크인 시작했으면

데스크에서 스탠바이하고 있어야지 어디서 뭘하고 있는건지...


그치만 내가 뭐 할 수 있는게 있나?

그냥 기다리는 수 밖에...


인천공항에서 매니저들이 앉는 것 같은 데스크 근처의 의자로 가서

매니저 낯짝이나 한번 보자고 두눈에 불을 켰다.


한 10분쯤 지나니까 매니저처럼 보이는 사람이

데스크에 앉았고,

2-3분쯤 있다가 나의 발권을 거부했던 직원이

매니저를 찾아와서 내 여권을 보여주더라.

매너지는 여권을 슥슥슥 넘겨보더니

별 고민없이 내 여권을 그 직원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바로 휴대전화로 호출이 왔다.

각서를 써도 좋다는 허락을 맡았단다.


내가 봐도 이 정도는 훼손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었기 때문에

나는 각서를 쓰면서

'인간적으로 이거 때문에 입국거부하면 그건 문제있는 나라다!'라고

스스로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나는 각서를 쓰고 호치민 공항에 도착했고

입국심사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심사관이 

항공사 직원처럼 여권을 한장 한장 다 넘겨보면서

여권의 상태를 체크하더라...

그리고 어느 페이지에서 멈춰서서 고민을 하더니

자기 보스를 향해 신호를 보내더라는...

보스가 사람들 줄 세우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자기를 안 쳐다보니까

어찌할까 고민하는듯 싶더니

'에라 모르겠다' 라는 표정으로 도장을 꽝 찍어서 통과시켜줬다.


베트남 항공 직원이 괜히 난리친 거라고 생각했는데

괜히는 아니었나보다.


베트남의 정서상 이 정도 손상이면

상사랑 상의할 필요가 있는 모양이다...


근데 베트남에서 출국할 때는

구멍이 있던 말던 상관도 안하더라 ㅋㅋㅋ


여권 만료기간 6개월 조금 더 남겨놓은 시점이었는데다가

이 사건을 겪고 나서

한국 들어오자마자 바로 여권을 재발급 받았다.


P.S. 이 사건 빼고

베트남 항공 자체의 기내 서비스나 시설은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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