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항공-실크항공의 일방적 비행 취소 통보와 스케쥴 변경

(2018.08.31.)




금요일 오후

갑자기 메일 한통이 왔다.


내 비행 일정이 변경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스팸이나 피싱인가 의심도 했었는데

내 부킹 번호가 맞더라.


항공기 출발 도착 시간 정도가

변경된 것이겠지 싶었지만,

그게 아니었다.


비행 날짜가 이틀 앞으로 당겨져 있었다!!


이 메일을 읽고

당황스럽기도 당황스럽지만

화가 확 치밀어 올랐던게,

대뜸 일정 변경에 동의하는 버튼만

정 가운데 배치해놓고

다른 옵션이나 해명이나 양해를 구하는 내용은

저 바닥 구석에 한 줄 달랑 있었다.


저 스케쥴이 싫으면 어쩌라는 건지는

결국 해당 국가의 싱가포르 항공 지사와 통화해보라는 것뿐.


당장에

싱가포르항공 한국지사에 전화를 걸었다.


직원분께서는

싱가포르항공의 자회사이자 저가항공인 실크에어가

9월 비행 스케쥴을 축소하면서

이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실크에어 타는 구간은

롬복-싱가포르 그거 딱 하나인데

그거 하나가 이렇게 속을 썩일 줄이야.

심지어 롬복-싱가포르 직항은 실크에어 독점 비행구간이라서

다른 항공의 경유 서비스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것.


거기서 조금 더 화가 나는 것은

이미 롬복-발리 경유-싱가포르 경유 구간도 만석이 경우가 많아서

2시간 30분 직항으로 가는 거리를

발리나 자카르타를 경유하고

8시간 비행해서 돌아가야하는 노선으로

변경을 유도하셨던 점이다.


여행다니면 다닐 수록 느끼는 것은

항공사나 호텔과 같은 서비스 업체는

가만히 있으면 사람을 호구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진상 고객이 더 양산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장에 카약으로

싱가포르항공이 제안하는 대체편 항공사였던

가루다 항공을 찾아봤는데

내가 봤을 때는 좌석이 있어보이는데

그 쪽에서는 계속 다른 루트를 보고서는

만석이라서 안된다고만 하셨다.


이거 예약만 17년 11월에 한 항공권인데

8월 말에 와서야 스케쥴 변경 일방 통보해놓고

만석이라 이틀 일찍 출발하거나

8-9시간 비행하라는 대응책을 내놓는 것에

너무 짜증이 났다.


호텔은 다 예약해놨는데

호텔 취소 수수료 보상해줄 것도 아니면서

카약에서 검색된 시간대로 변경가능하냐고 물어볼 때마다

안된다는 이야기만...


출발 시간을 오전 6시로 당겨서

내가 불편함을 감수하겠다고 하는데도

만석이라서 웨이팅도 걸어줄 수 없다는

말만 반복하셨다.


결국

나도 강하게 나가는 수 밖에는 없었다.


항공사 측의 일방적인 변경이니

어떻게 해서는 최초 예약일에 출발해서

늦어도 해당일 오후 2시까지는

싱가포르에 도착하는 좌석을 찾아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


내가 클래스가 낮은 항공권을 구매하긴 했지만

항공사 측의 사유로 내가 부득이하게 일정을 변경하게 되는 것이니

비즈니스 자리라도 나왔으면 그걸로 대체해달라고.

비즈니스 얘기 나오자마자

바로 안 된다고 바로 선을 그으시더라.

그리고 비즈니스도 만석이라고.

비즈니스도 만석이라서 안 된다는 말이

먼저 나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진짜 만석인지도 의심스러웠다.)


그러니까

싱가포르 본사에 한번 요청을 넣어보겠다시는데,

이 직원분의 응대 톤이 불쾌한 것은 아니었지만

진작에 왜 그런 노력을 해보겠다는 말씀을 안하셨는지에 대해서

좀 화가 났다.


1시간 좀 안되서

싱가포르항공 한국지사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차선책으로 요구했던

6시 출발 비행편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싱가포르에서 그렇게 빨리 회신을 준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빈자리가 하나 났었던 모양.


결국은

오전 6시 10분에 가루다 항공을 타고 발리로 가서 

발리 공항에서 3시간을 대기하다가

다시 실크항공을 타고 1시에 도착하는 일정으로 바꿨다.


가뜩이나

인도네시아 화산이나 지진때문에

걱정이 살짝 되고 있었는데

일방적으로 항공권 변경 통보를 받고 나니,

화산이나 지진 났을 때에

싱가포르 항공에서 기대할 수 있는

비상대응책은 전무하겠구나라는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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