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미슐랭 2스타 ] 

덴푸라 아라키 

Tempura Araki 天ぷら あら木 

(2018.04.14.)

(2)


다음에 나온 음식은 작은 통 생선 튀김이다.

일본어를 할 줄 몰라서 이름은 잘 모르겠다.


생선 크기는 손가락만한 피라미 크기이지만

앞서 먹었던 생선튀김보다

조금 더 기름진 맛이 난다.

튀김옷에서 나는 기름진 맛이 아니라

생선 살 자체가 가지고 있는 기름진 맛.

생선을 통으로 먹기 때문에

어느 부분은 쓰거나 쌉쌀한 맛도 있다.

그러다 보니 내장이 없는 꼬리쪽 살이 더욱 고소하다.


개인적으로는

간장 소스보다는 소금이 더 잘 어울렸다.


저 초록색은 생 와사비와 다른 채소를 섞어주신 것 같다.

튀김을 조금 더 개운하게 먹을 수 있게 해준다.


아스파라거스 튀김은 2번에 걸쳐서 나온다.

길게 나오는 아스파라거스는

깍지콩을 먹는 느낌이랄까?

아삭한 식감이 있고

한입 베어 물었을 때

아스파라거스의 향이 입안에 확 퍼지면서

입을 개운하게 해준다.


작게 썰어 튀긴 아스파라거스는 식감이 약간 다르다.

조금 더 오래 익힌 느낌.

그래서 아삭한 식감이 아니라 감자처럼 입에서 풀어지는 질감에다.

계속 씹다보면 고소한 맛도 살짝 올라온다.


다음은 생선살을 허브?로 감싸서 튀긴 요리.

생선살이 촉촉하게 잘 익었으나

앞서 먹었던 생선살들처럼 입에서 사르르 풀어지는 식감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살에서는 미세한 탄력이 느껴졌다.



이건 관자 튀김.

관자의 향이 물씬 풍겨져 나와 풍미가 좋다.

고기에서 육즙나온다고 하듯이

관자에서도 육즙이 나온다.

자세히 보면 관자 가운데 부분에서

촉촉한 육즙이 맺혀 있다.


식감은 우리가 알던 맛살이랑 비슷하긴하지만

훨씬 탱탱하다.

맛살은 살을 갈아서 만들기 때문에 탄력에 한계가 있지만

관자는 통살이기 때문에 탱탱함의 급이 다르다.

그럼에도 맛살이 생각난 것은 관자의 강한 향 때문이 아닌가 싶다.


탱탱하지만

매우 부드럽게 씹히는 것이 반전 매력이다.



이번에는 튀김이 살짝 쉬어간다.


쉐프 보조 분이 서빙해주시는데

그분이 영어로 몽키피쉬의 간이라고 하셨던 것 같은데

정확한 생선 이름은 모르겠다.


첫 맛은 살짝 비리다.

비림이 오래 견디지 못하고

간의 강렬한 고소함에 밀려서 사라져버린다.

생선계의 푸아그라인가 싶게

엄청 부드럽고 고소하다.


죽순 튀김.

죽순은 특별한 맛이나 향이 없다보니

특이한 점은 없었던 것 같다.


아삭하고

섬유질때문인지 살짝 질긴 식감이었다.


표고버섯 튀김.


엄청 튼실하고 좋은 품질의 표고버섯을

튀겨주신다.


그치만 맛 자체는

내가 알던 저렴한 표고버섯의 맛과 크게 다르진 않다.

다만, 표고버섯을 

이렇게 크게 통으로 먹어볼 수 있다는 것 자체에는 

의의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일반적으로 먹었던 표고버섯 음식보다

포교버섯의 잔향이 은은하게 오래 갔다.


채소 튀김.

꽃봉오리처럼 생겼는데

내부를 보면 덜자란 콜리플라워인가 싶기도 하다.

정체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특별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향이나서 허브티를 마시는 느낌이 난다.


연한 재료라서

입에 넣으면 쉽게 녹아버린다.


감자 or 고구마 튀김.


생긴것은 감자처럼 생겼는데,

고구마 맛도 좀 난다.

끝맡이 감자치고는 달큼하다.


장어튀김.


쉐프님이 장어의 절반은 간장소스에,

나머지 절반은 와사비+라임+소금에 찍어 먹어보라고 하셨다고

서버분이 영어로 알려주셨다.


쉐프님은 와사비+라임+소금 조합을 추천한다고 하시던데

확실히 이 조합이 장어의 느끼한 맛을 싹 걷어준다.


코스 중에 사용되는 와사비는

모두 현장에서 바로 갈아서 주시는데

신기하게 별로 맵지가 안았다.

와사비를 잘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조금만 먹어도 코가 찡했는데,

그런 찡함이 한번도 없었다.


장어 튀김은

입에 넣는 순간부터

장어의 고소한 향이 훅~ 치고 들어오고

씹으면 씹을 수록

고소한 장어향이 코로 사~악 올라온다.

장어 살은 촉촉했고

부드럽게 살이 풀어진다.


코스가 마무리 단계에 이르러서

식사로 텐동을 먹을지 오차즈케를 먹을지

서버분이 물어보셨다.


아무래도 코스 요리 2시간 내내

튀김 위주로 식사를 하다보니

뭔가 개운한 국물이 땡겨서

오차즈케를 선택했다.


오차즈케를 먹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내가 방송에서 보기로는

녹차에 밥말아 먹는 정도?로 이해했었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녹차가 아니고

엄청 깔끔한 맛을 자랑하는 국물에 밥을 말아주신다.


이사진에서는 잘 안보이지만

제일 밑에는 김이 깔려있고

그 위에 밥, 튀김이 올라간다.


오차즈케의 첫맛은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국물맛이지만

그 다음에 치고 들어오는 맛은

국물에 풀어지는 고소한 김맛이다.


오차즈케의 반찬으로

오이와 무가 나온다.


그냥 생오이, 생무처럼 보였지만

먹어보니 초절임을 조금 하셨다.

간도 살짝 되어 있었다.


생무와 생오이의 식감은 살아있지만

절임이 되어 있어서 입을 한결 더 개운하게 해준다.


<총평>

이렇게 코스와 사케 1잔을 먹은 가격은

세금포함 15,000엔이다.

엄청 비싼 음식인 것은 맞지만,

제공되는 음식의 가짓수와 먹는데 걸린 시간(2시간)을 생각하면

되려 저렴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2시간 내내 튀김을 먹는다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느끼함을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

튀기자마자 기름을 빼는 시간을 길게 주지 않고 

바로 접시에 주기 때문에

튀김의 느끼함이 전혀 없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느끼함이 어느 선을 넘지는 않았다.

라임이나 소스, 중간의 채소 튀김, 내장/간 요리 등이

중간중간 배치하는 쉐프님의 배려가 한 몫을 한 것 같다.


이 후기를 읽다보면

눈치채셨겠지만

튀김이 바삭해서 맛있다는 리뷰는 별로 없었다.

튀김이기 때문에 바삭한 것은 맞지만,

크런치(crunchy)한, 귀에 소리가 크게 들리는, 

그런 바삭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다.

기본적으로 튀김옷이 엄청 얇기도 하고...


내 생각에는

이 덴푸라 코스는

튀김옷과 기름의 맛이 주인공이 아니라

튀김옷 속의 재료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쉐프님이 튀김의 바삭함에 집착하시지는 않는 것 같다.


내 상식선으로

그렇게 바삭바삭 아삭아삭한 튀김을 만들려면

오래 튀겨야하는데

오래 튀기면 재료에서 수분이 다 빠지니까

재료의 맛을 느끼기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튀김을 바삭하게 만들기 위한

쉐프님의 노력은

쉽게 눈에 들어왔다.


우선 튀김옷 반죽을 한꺼번에 만들어놓는게 아니라

소량을 그때 그때 만들어 쓰시고

밀가루도 그때 그때 조금씩 바로 채를 쳐서

사용하고 계셨다.


뿐만 아니라 

튀김옷 반죽에 들어가는 액체가

계란물 같으면서도 계란물이라고 하기에는 색이 좀 멀건데

거기에도 쉐프님의 비법이 있을 것 같고

그 액체도 상온에 두고 쓰는게 아니라

냉장고에 넣어서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다가

반죽을 조금씩 만들때만 잠깐 꺼내서 조금 붓고

다시 냉장고에 넣고를 반복하셨다.


음식의 맛이

가격에 비례해야한다고 생각하신다면

이 식당을 권하지 않는다.

가격이 높은 식당일수록

강렬한 양념맛보다는

재료본연의 맛을 극대화할 수 있는 미묘한 테크닉에

포커스가 많이 맞춰지는 것 같다.

즉, 추구하는 맛이 좀 다르다.

그래서 길거리 음식의 100배 값이니

맛도 감동도 100배일거라는 생각으로는 가면 안 된다.


대신

요리와 맛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환경과

미묘한 맛의 차이를 즐기는 쾌감이 목적이시라면

적극 추천드린다.




[삿포로 미슐랭 2스타 ] 

덴푸라 아라키 

(Tempura Araki, 天ぷら あら木)

(2018.04.14.)

(1)


덴푸라가 일본 요리인 것만 알았지

일본에 덴푸라 코스가 있는 줄을 몰랐다.


삿포로 여행을 준비하면서

미슐랭 가이드 삿포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숙박 예약을 해둔 그래서리 호텔 삿포로의 컨시어지를 통해

미슐랭 3스타 일식인

 레스토랑 하나코지 사와다(Hanakoji Sawada, 花小路さわ田)의 

예약을 시도했으나

이미 예약이 꽉 차서 실패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미슐랭 2스타 덴푸라 아라키(Tempura Araki, 天ぷら あら木)의 예약을 시도했고

운이 좋게도 한자리 꿰찰 수 있었다.


미슐랭 가이드에서는 5시부터 저녁 식사가 시작된다고 나와있었지만

실제 호텔 컨시어지에서 확인한 바로는 6시부터 식사가 시작된다고 한다.

나중에 알고보니 6시 첫번째 타임, 8시 두번째 타임

이렇게 하루에 테이블 2회전으로 영업을 종료하는 것 같았다.

예약은 호텔 컨시어지의 도움을 받아 쉽게 했지만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구글 지도로 문 바로 앞에 와놓고도

식당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식당 간판은 없고,

일본어, 한자 까막눈에다가,

흘림체로 쓴 일본어는 더더욱 알아볼 수가 없었다.

예약 시간 10분 전에 도착해놓고도

식당 이름을 찾지 못했다.

지나가던 일본인에게 도움을 청해봤지만,

이 분도 길에 별로 밝지 않았다.


이게 식당 출입문이다.

간판이라고 할만한 게 딱히 없다.

식당 이름도 조그맣게 써있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이 식당을 찾은 것은

이 간판 때문이다. ㅋㅋㅋ

구글 지도의 주소를 보니 '延寿堂 1F'라고 되있어서

일본인에게 이 건물이냐고 묻자

그제서야 식당 이름을 확인했다.


길가다가 붙잡혀 나를 도와준 일본인은

미안하다고 미안하다고 하는데

사실 엄한 사람 헤매네 만든 내 까막눈이 잘못이지

그 분이 무슨 잘못이 있을까?


이자리를 빌어 정말 감사했으며,

제가 더 미안하다는 말을 전합니다. 


힘들게 찾아 들어간 식당.

예약 시간 10분 전에 식당 앞에 도착했으나

길을 헤맨 탓에

첫 코스 요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에

부랴부랴 착석하게 되었다.


이 식당은 8석의 카운터(counter)로만 구성이 되어 있고

좌식 테이블이 있는 방이 작게 1개 있는데

그곳은 손님을 받는 곳으로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이런 구조로 된 소규모 식당은 처음인지라

처음에는 어색했다.

그런데 이번 삿포로 미식여행을 하면서보니

일본인들은 카운터석을 선호하는 것 같았다.


직접 체험을 해보니

카운터석의 장점은

요리하는 쉐프와의 친밀감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특히나 이렇게 소규모의 손님만 받아 운영하는

작은 면적의 식당에서는

아주 소수의 손님만을 정성껏 모시겠다는

메시지로 와닿는다.

코스 요리가 진행됨에 따라

내가 매우 비공개(exclusive) 미식회의 일원으로 초대받아서

귀한 음식을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모든 손님들이 음식에 집중하게끔

카운터의 중심에 쉐프가 있고

좁고 밀폐된 식당 공간은

쉐프와 음식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도와준다.


첫번째 요리.

준비과정은 놓쳤는데,

가리비 같은 큰 조개를 살짝 데쳐서 주신 것 같다.

데쳤다고 하지만 회를 먹는 것 같이 아주 살짝 익히셔서

질기거나 비린 맛은 느낄 수 없었다.


이미 첫 요리 전에

다들 음료를 주문한 것 같은데

나는 늦게 와서

코스 중간에 음료를 주문했다.

와인이나 사케를 보통 권한다는데

이왕에 일본에 와서 일본 코스 요리를 맛보니

사케가 좋을 것 같아서

추천을 받았다.

내가 저 한병 다 마신 건 아니고

1잔만 받았다.

어떤 사케인지를 보여주시는 동안 한장 찍었다.

일본어를 못 읽으니 술 이름을 잘 모르겠다. ㅋㅋ


우선 살짝 달큰한 향이 났고,

첫맛도 살짝 달짝했다.

그 달짝함이란...

가끔씩 쓴 소주를 마시는 데 

단맛이 미미하게 나는 느낌이 있지 않은가?

소주는 그 느낌이 아무 미미하게 샥 사라지는데

이 사케는 그런 달큰한 맛이 좀 더 진하고 좀 더 오래간다.

그 다음에 알코올의 향이 부드럽게 올라온다.

느낌상으로는 술이 엄청 세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 다음에 나오는 음식은

조개국이라고 할까?

어떻게 만드는 지를 못 봐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익숙한 조개 국물의 맛과 향이 은근하게 올라왔다.

간도 기가 막히게 적절했다.

자극적인 요소가 거의 없이

조개의 향과 국물을 누릴 수 있었다.


그 다음에 나오는 은행구이.

엄청 좋은 은행이라는 게 

한 눈에 확 들어온다.

그렇지만 내가 알던 그 은행 맛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본격적인 덴푸라 코스가 시작되기 전에

소금+라임과 갈은 무+간장소스가 들어온다.

정통 일식 덴푸라 코스는 처음인지라

이걸 어떻게 먹는 것인지

영어가 매우 능숙하신 여성 서버분께 물어봤다.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일본에서 덴푸라를 먹는 방법은 2가지가 있는데

소금에 찍어 먹는 것과 간장 소스에 찍어먹는 방법이 있다고 한다.


소금에 찍어 먹을 때에는

덴푸라를 바로 소금에 찍어먹어도 좋지만

튀김에 라임을 살짝 짜서 소금과 함께 찍어먹는 것을

쉐프님은 추천한다고 한다.


간장소스로 먹을 때 에는

원하는 만큼의 갈은 무를 넣어서

덴푸라를 소스에 찍어 먹는다고 한다.

또한, 무는 꼭 소스에 넣지 않더라도

그냥 갈은 무 자체로 먹어도 좋다고 했다.


갈으 무를 넣은 간장 소스.

편의상 나는 간장 소스라고 말하지만

일반 간장보다 간이 훨씬 약하고

간장 향이 진하지 않다.

간장 농도를 낮췄거나 다른 재료와 함께 

맛에 변형을 가한 것이 아닌가 싶다.


새우튀김의 스타터.

새우 머리에 아주 얇게 튀김옷을 뭍혀서 튀겨주신다.

2점을 주시는데

한 점은 소금과 함께, 

남은 한 점은 간장과 함께 

먹어보라는 의도가 있다.


새우 머리 튀김의 맛은

은은하면서도 강하게 올라오는 고소한 맛이 난다.

씹는 동안 새우의 향이 적절하게 입안에서 맴돈다.


새우 몸통 튀김도 2마리를 주시는데

머리처럼 한꺼번에 2마리를 주시는게 아니라

한마리, 한마리 따로 주신다.


처음 한 마리는

스테이크로 치자면 레어(rare)의 익힘 수준이다.

익은 새우살의 맛은 나지만

생새우의 촉촉함과 부드러운 식감이 충분히 느껴진다.


다음 한마리는

미디움(medium)으로 익혀주신다.

미디움으로 익한 새우는 부드러운 식감보다는

탱탱한 탄력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이건 생선 살 튀김이다.

무슨 생선인지는 

일본어를 몰라서 알 수가 없다. ㅋㅋㅋ


생선살 튀김이라고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흰살생선의 맛이 아니다.

우선 앞서 새우처럼 레어로 익히셨는지

생선살의 겉부분만 아주 살짝 익고

안에는 익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예 안 익은 것도 아닌 상태이다.

그러다보니 저렇게 반으로 잘라 주시면

가운데 부분에 생선 육즙이 고여 매달린다.


볼 때는 청포묵 식감이 날 것 같지만

회도 아니오, 묵도 아닌

회와 고급 젤리의 중간 식감이라고 해야할까?

신기하고 신선한 생선살 식감이라고 밖에

표현이 안된다.


(다른 블로거의 글을 찾아보니 오징어라고 하시네요 ㅋㅋㅋㅋ)


코스 초반에

와인을 마시는 손님에게는 치즈를

사케나 맥주를 마시는 손님에게는 오징어를 주신다.


이 오징어는

쉐프님이 오징어 내장과 간장 등을 

적절히 배합하여 만든 것이며,

와인보다는 사케에 더 잘 어울리는 안주라고 설명해주셨다.


오징어 내장 때문에

첫맛은 약간 비릿하다.

그런데 비릿만 맛이 오래가지 못하고

간장에 묻혀버린다.

우리나라 젓갈 마냥 짭짤하기 때문에

소량을 먹고 사케로 입가심을 했다.

오징어의 식감이 쫀득하면서도

씹다보면 오징어의 겉살이 

입안에서 살짝 녹아내리는 느낌이 난다.


참고로 본격적인 코스가 시작되기 전에

쉐프님이 못 먹는 음식이 있는지 물어보신다.

이렇게 내장이나 발효/숙성 시킨 음식이 있기도 하고

식품 알러지가 있을 수도 있어서 확인하시는 것 같다.

이 세심한 배려... 감동!


다음에는 구린내가 나는 음식이 나온다. ㅋㅋㅋ


서버분이 설명해주시기로는

저 주황색이 

해삼??의 내장을 꾸떡하게 말려서 

숙성 시킨 것이라고 한다.

그걸 쉐프님이 칼로 썰어 튀김옷을 얇게 입혀 튀긴 후

모찌 쌀위에 올려주신다.


이건 옆에 있던 일본 아주머니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고 하셨다.

향이 말 그대로 '구린내' 진동이다.


그렇지만 입에 넣고나면

구린내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마법같은 일이 발생한다.

구린내 대신에 엄청난 고소함과 담백함이 밀려온다.

쫀득한 모찌쌀(아마 찹쌀이겠죠?)과 입안에서 섞이면

찰진 밥의 단맛과 내장의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어우러진다.

서버분께서 사케랑 잘 어울리는 음식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다음으로 나온 튀김은

작은 생선 통살 튀김인데,

서버님이 일본어와 영어 이름을 알려주신 것 같은데

생선 이름은 원체 고난이도 어휘!!

알아들을 턱이 없다. ㅋㅋㅋㅋ


앞서 다녀갔던 한국인 손님이

이 생선의 한국 이름이 '포이?'라고 했다는데

생전 처음 들어봤다.

그 한국 손님이 

제대로 된 이름을 가르쳐줬으리라는 보장도 없고...ㅋㅋㅋㅋ


암튼 이 생선은 작은 흰살 생선이다.

처음 느껴지는 생선살의 맛은 고소함, 그리고 담백함.

씹으려고하면 이미 살이 기분좋게 풀어져있다.

신기하게도 살 덩어리가 살결 하나하나로 풀어지면서도

그 분리되는 살결들에서 탄력이 느껴진다.

그렇게 풀어지고 나서는 잔향이 고소하게 입에 맴돈다.

아주 적당히 익혀주셨기 때문에

오래 익한 생선살의 뻣뻣함이란 것은 없다.


지금까지 먹었던 튀김 요리들은

개인적으로 소금이랑 같이 먹는 거 더 맛이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생선튀김은 간장이 더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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