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롬복 승기기 혼자 여행]

짠디 부티크 리조트 in 롬복 승기기 (1)

The Chandi Boutique Resort, Senggigi, Lombok

(2018.09.27.-30.)



인도네시아 롬복하면

윤식당 찍었던 길리 트라왕안 아닌가?


나도 그 정도만 알고

롬복 여행 검색을 시작했다가

전세계 쉐라톤 체인 중에 제일 저렴한 곳이

롬복 본섬의 승기기란 곳에 있다는 것을

검색을 통해 알게 되었다.


쉐라톤이

초호화 럭셔리 브랜드는 아니지만

나름 5성급 타이틀은 항상 유지하는 곳인데

내가 검색했던 기억으로는

세금 봉사료 전 85달러부터 시작이었다.


대박!


그렇지 않아도

길리 트라왕안에는

맘에 드는 리조트가 딱히 없어서

고민하던 찰나에,

발리 리조트 물가가 생각보다 높기도 하여

짙은 녹음은 발리 우붓에서 보고

탁 트인 바다는 롬복 승기기에서 한껏 느껴보기로 했다.


그렇게 쉐라톤을 예약할 뻔 했으나

쉐라톤은 약간 오래된 것 같기도 하고

약간 내 스타일 아닌...


그래서 또 Orbitz를 폭풍검색을 했고

결국 결정한 곳이

The Chandi Boutique Resort.


3박 최종 결제액은

260.13 US달러!!


롬복 방살(Bangsal, Lombok) 터미널에서

리조트까지 픽업 서비스를 요청했다.


여행가서

기분 상하기 제일 쉬운게

택시비.

흥정하기도 싫고

미터기로 장난치는 거 감시하기도 싫음.


방살에서 리조트까지

30-40분 정도 걸렸고,

리조트에서는

363,000 루피아를 차지(charge)했다.


픽업은 호텔 직원과 차량이 아니라

짠디 부티크 리조트의 협력 여행사인

롬복 프랜들리(Lombok Friendly)에서 나왔다.


내 뇌 속에는

이름 붕어가 있는데,

사람 이름을 말로만 이야기하면 기억을 못한다.

3초안에 까먹음.

근데 사람 이름을 글자로 적어서 보여주면

잘 안 잊어먹는다.


처음 픽업으로 마주치자마자

정중하게 본인 이름을

바로 까먹었다.

차안에서 명함을 주셨고

그 명함에 이름이 Aziz이길래

이름이 아지즈이시구나 하고서

계속 아지즈라고 불렀는데...


웬걸...

나중에 알고보니

아지즈는 사장님 이름이었다!


아니, 왜 사장님 명함을 뿌리고 다니시냐며...

여행 내내 이름 잘못 불러드려서 

넘나 죄송합니다.

ㅠㅠ


.

.

.


이날 나를 마중나온

가이드와 기사님 모두 엄청 친절하셨는데

기사님은 영어를 잘 못하시는 것 같았고

대신에 가이드님이 리조트에 도착하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우선

지진 땜에 관광객이 급감해서 너무 어려운 시기에

롬복에 관광을 와줘서 너무나도 감사하다고.

정말 큰 힘이 된다고 하셨다.


제가 뭐 엄청 갑부도 아니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너무 부담...


지진나서 고생하는 지역에서

놀다가겠다고 온 것 같아서

약간 찔리는 게 없잖아 있었는데...


저리 말씀해주시니

환영해주시는 거라 감사하기도 하지만

롬복 주민들에게 괜히 더 미안해지는 듯한 느낌도

동시에 느꼈다.


이 가이드 님은

원래 롬복의 한 5성급 호텔에서 커리어를 쌓다가

짠디 부티끄 리조트로 이직을 하셨고

어쩌다보니 짠디 부티끄 리조트의 자회사뻘되는

롬복 프랜들리 여행사에서 가이드 일을 하게 되셨다고 했다.


지금껏 내가 익히 봐왔던

가이드님하고는 고객 응대하시는 태도가 너무나 다르셨는데

과거의 커리어 패스를 알고나니

어느정도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다음 포스팅에서도 계속 강조하겠지만,

여행하는 내내

이 가이드님의 배려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1시쯤에 리조트에 도착하고

체크인 수속을 밟았다.


리셉션 직원분들은

너무나도 친절하고 환한 미소로 맞이해주셨고,

로비에서 살짝 보인 리조트의 모습도

너무나 내 취향이라서

갑자기 급 행복해졌다.


방살로 가는 패스트보트가

9시 30분에 출발하는 것밖에 없었기 때문에

피곤한 일정이기는 했지만

짠디 부티크 리조트에 일찍 도착한 것이

되려 복이 된 것 같은 느낌?


짠디다사 씨 브리즈 리조트는

뭔가 마음에 안드는게 많았는데..

짠디 부티크 리조트는

마음에 쏙 들었다.


2시부터 체크인이 가능해서

잠시 기다려달라고 해서

레스토랑에서 점심 먹고 있을테니

객실 준비되면 알려달라고 말씀드리고

바로 식당으로 갔다.


리조트 내 유일한 식당인

MERU Restaurant.


식당 분위기는 이렇다.


프라이빗 비치는 아니지만

거의 프라이빗처럼 이용할 수 있고

이 식당이나 수영장이

모두 오션프론트(oceanfront).


우붓 모자익에서

와인 잔뜩 먹고

에어컨 바람 정면으로 맞은 후

여행 내내 감기를 달고 살았다.


그래서

씨 브리즈 짠디다사에서

수영장에 발가락 하나 안 담그고

몸을 사렸었는데...


레스토랑 뷰도 좋고

리조트 분위기도 좋고

직원분들도 너무 좋아서

기분이 너무 업됐다.


그렇게

발리산 화이트 와인을 주문.


Hatten Aga라는 와인 브랜드였고

나는 화이트 와인을 좋아하므로

레드 대신 화이트를 주문했다.


가격도 엄청 저렴했는데

양도 엄청 많이 따라주셨다.

세금 및 봉사료 제외

1잔에 80,000 루피아(6천원 정도).


지금 찾아보니

나름 아시아 지역에서

수상한 경력도 있는 와인인것같다.(링크)


짠디 부티크 리조트에서도

스틱브레드와 스프레드 2종을 주셨다.


우붓의 프라마나 와투 쿠룽 리조트에서는

바질 페스토로 만든 스프레드가 맛이 좋았는데

짠디 부티크 리조트에서는 갈색으로 된 스프레드가 더 맛있었다.


롬복식 사테요리


사테는 동남아 어딜가나 먹을 수 있는

꼬치구이 요리인데

롬복식으로 조리했다고 해서

궁금해서 시켜봤다.


평소 같았으면

메뉴판 한 장 한 장

다 사진찍어 왔을텐데

이 식당에서는 그러질 못했다.


계산서에 찍힌 이름은

Sate Sapi Rembig까지만 찍혀있다.


비주얼로만 보면

그냥 사테같은데

저 검은색 소스 맛이

아주 화끈하다!


아주 강렬하고 여운있게

매콤하다!


그냥 짭쪼름한 간장 소스정도 이겠거니 했는데

대반전!

계속 당기는 매운맛.


화끈한 롬복 스타일에 홀딱 반했다!


디저트로 시킨 

모듬 롬복 계절 과일.

이게 세금 봉사료 제외 3만5천 루피아.

(한화 약 2600원)


음식도 깔끔하고

식당 분위기도 좋고

사람도 없고 너무 한가로우니

정말 휴가 제대로 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진 때문에

관광객이 싹 빠져서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high risk, high gain을

여행 다니면서 체험한 순간.


여행 한달 정도 전쯤에

롬복에서 큰 지진이 났고

계속 뉴스에서 롬복 지진 피해규모를 보도해서

가족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롬복 가는 것 괜찮겠냐고 걱정을 많이 했었다.


롬복에서 강진이 났다고 했을때

처음에는 걱정이 되긴 했다.

그렇지 않아도

발리 아궁화산이 또 꿈틀거리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으니까.


그치만

나는 추석 연휴 여행을 놓칠 수 없었고,

뉴스를 꼼꼼히 살펴보니

지진이 발생한 진원과

내가 여행을 다닐 승기기 주변 지역은

거리가 꽤 있었다.


단호하게 

롬복 여행을 강행할 수 있었던 논리는,

경주에서 강진이 수차례 나서 피해가 발생했고

많은 사람들이 지진에 대해서 걱정하긴 했지만

경주에 여행이나 출장을 가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는 것.


대만에서

우연히 화롄에 잠깐 방문하게 된 경험도

롬복 여행을 강행하는데 영향을 줬다.


올해 초

대만 화롄에서 

강진나고 뉴스에서 한참 크게 보도할때

열차를 잘못타서

의도와 다르게 화롄까지 갔다가

바로 열차타고 돌아왔었던 적이 있었다.


화롄 역 주변만 둘러봐서 그런것이겠지만

관광객이 방문하지 못할만한 분위기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다들 아무일 없었다는듯이

일상생활을 하고 있었다.

물론

피해를 입은 지역은

아수라장일 수 있겠지만,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은 안전하다는 것.


이렇게 생각해보니

롬복 여행은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짠디 부티크 리조트에도

지진 피해는 없는지, 직원들은 안전한지

메일로 문의도 해봤다.


"We are safe here.

For our property itself, we have only minor damage as well.

Over the past few weeks

we have been working very hard to ensure that 

the resort is back to normal and assess any damage that resulted from this earthquake."


무조건 안전하다고 할 줄 알았는데

"일부 데미지가 있기는 했지만

안전 확보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보다 솔직하게 답이 와서

되려 믿음이 갔다.


이미 나는 롬복에 갈 마음을 굳힌 상태여서

이런 답변에 더 믿음이 간 것도 있겠지만

이 답변이 도움이 된 것도 있는 것 같다.


아직 풀어내지 못한

롬복 여행기는 너무나도 많고,

하나 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좋은 기억이었기 때문에

롬복 일정을 취소하지 않기를

정말 잘 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스노클링 갔다가

갑자기 쓰나미에 휩싸여

이 세상 하직하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감도

없지는 않았지만...


죽을 놈은 뭘 해도 죽고

살놈은 뭘 해도 산다고...


그런 속편한 생각으로

나는 롬복여행을 계속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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