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재미가 충만했던 혼자 호주 멜버른 여행] 

구름 잔뜩 낀 날의 그레이트 오션 로드 선셋 투어(3)

Great Ocean Road Sunset Tour on a cloudy day 

(2019.01.05.)


저녁 먹고 나서야

그레이트 오션 로드 선셋 투어의 하이라이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로크 아드 고지라는 곳을 먼저 방문해서

12사도 노을 시간을 맞추는 일정.


정확한 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부근에서 

옛날에 어떤 배가 난파를 당했고

남자 한명과 여자 한명만이 겨우 살아남아

깍아내리는 절벽을 타고 올라 구조요청을 하여 살아남았다고 한다.


그리고 살아남은 남자가

같이 살아남은 여자에게 나중에 구혼을 했지만

여자는 거절을 했고,

나중에 서로 따로 잘 살았다고.

ㅋㅋㅋㅋㅋㅋ


엄청 길게 설명 해줬는데

정확하게 못 알아먹겠고

졸기도 좀 졸았고 해서

너무 심하게 요약되어 버렸다.

ㅋㅋㅋㅋ


로크 아드 고지를 관람하는 길은 3가지.


가이드 Leanne은

시간 여유가 많지 않아서

3가지를 다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2가지 짧은 코스로만

속성을 보기로 했다.


앞의 이정표에서 조금 오른쪽으로 가면

길이 나오고,

얼마되지 않아서 계단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러면 이런 절벽을 구경할 수 있다.


Two Survivors. 두 생존자.


가이드가 말해줬던 

남자와 여자를 말하는 것 같다.


계단을 내려가기도 전에

모래사장이 눈에 들어온다.

내가 약간 고소공포증도 있는데

계단이 무서울 정도는 아니었다.


모래사장이 끝나는 지점에

종유석 같은 절벽이 있다.


난파선에서 살아남은

두 남녀가 겨우 목숨을 구해

육지에 발을 딛었다는 곳이

이 해변인 것 같다.


계단이 없는 쪽의 절벽에도

종유석 같이 녹아내리는 것 같은 동굴이 있다.


무슨 성질의 바위라서

이런 지형을 깍였는지

가이드가 설명해주지 않았을까 싶지만,

지리, 지구과학 수업에나 나올 듯한 이야기를 알아들을 만큼 

영어 어휘나 듣기능력이 뛰어나지 못하다.


올라가는 길에 계단 중턱에서 다시 한번 찍어봤다.


다시 원점을 돌아와서

이 이정표의 왼쪽에

방금 내려갔었던 해변가를

바다가 가장 가까이서 내려다볼 수 있는 포인트로

이어지는 길이 있다.


이 길은 생각보다 길어서

시간에 쫓겼다.


중간에 보이는

방금 내가 보고 왔던 해변.


호주의 식물들은

신기하게 생긴 것들이 많았다.


난파선이 발견 된 곳인지

배가 좌초가 된 지점이 이곳인건지

자세한 설명이나 안내는 확인하지 않았다.


그냥 내려주면

시간 보고

헐래벌떡 구경하면서

사진 찰칵 찰칵.


이렇게 사진을 찍다보니까

갑자기 바람이 멈추고

기온이 오르는 것 같고

구름이 걷히고 있었다.


오늘 일몰 보는 건 글렀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막판에

일말의 희망의 씨앗을 나에게 던져주었다.

이런 속도로 날이 개인다면

충분히 일몰을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로크 아드 고지 관광을 마무리하고

다소 급하게 12사도(twelve apostles) 포인트로 향했다.


12사도 바위 포인트 근처에는

대형 주차장이 갖춰진 방문자 센터가 있다.


그치만

업무시간이 칼같은 호주에서

해가 지는 타이밍에 열려있지는 않았다.

화장실만 공개된 상태.


호주 화장실은...

여기도 시골은 어쩔 수 없구나 싶었던게,

남자 화장실 소변기가

1인용이 아니라

옛날 우리나라 휴게소에 많이 있던,

혹은 군대 훈련소 같은 곳에 있던

그냥 일체형 스테인리스 판넬하고 배수구만 연결된

그런 시스템이었다.

깜놀!!


12사도 바위를 안내주는 이정표.


방문자 센터의 입구를 등지고

바다쪽을 향해서 걷어가면 12사도 관람 포인트가 나온다.


요런 길을 걸어가다보면


포크 캠벨 국립공원의 12사도 바위에 온 걸 환영한다는

간판이 나온다.


이 간판 찍으려고 서성거렸더니

자기네 가족 단체 사진 찍어주려고 서성거리는 줄 알고

카메라를 나에게 슬쩍 넘긴다.


혼자 여행다니면

제일 싫은게

커플 가족끼리 왔으면

커플 가족 관광객한테 부탁할 것이지,

혼자인 사람만 레이더로 포착해서 쫓아다닌다.

쳇쳇.


설명이 구구절절히 쓰여있는데

요 12사도 밑의 해양 환경도

상당히 아름답다는 내용인 것 같다.


12사도 바위의 일부.


전체 12사도 중 일부는

자연현상에 의해서 소실되었다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 모여있지 않아서

차도 타고, 발품도 팔아서 돌아다녀야

완전한 12사도를 볼 수 있는 것 같다.


나는 그냥 그 포인트에 자리를 잡았다.


그 때까지만해도

구름이 걷혀줄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오오 드디어 구름이 걷히는 건가?!!


해는 구름 사이로

이렇게 빼꼼하고나서

사라졌다.


아직은 가이드가 말해줬던

일몰 시간이 다 되지는 않았지만

구름이 너무 많이 끼고

다시는 개일 것 같지 않아서

그냥 포기.


그래서 관람 포인트를 몇걸음 옮겨서

주변을 촬영해봤다.


이 사람들이 다 일몰보겠다고

온거였는데...


버스로 복귀해야하는 시간이 있기도 하고

구름도 너무 많이 껴서

노을에 대한 기대는 다 접고 돌아섰다.


버스에 돌아오니

가이드 Leanne이 노을을 잘 봤냐고 하길래

3분의 1만 봤다고 했다.

ㅋㅋㅋㅋㅋ


그리고 노을 지는 시간이라고 알려준 타이밍이랑

버스에 복귀하라고 하는 타이밍이랑

거의 차이가 없어서

끝까지 기다릴 수가 없던게

나는 좀 불만이었다.


그런데

영국인지에서 워킹비자 받은 선택받은

25세 커플은

약속 시간을 지나서까지

남아가지고 노을 사진을 찍어왔더라.

사진기를 따로 챙겨오기도 했고,

버스에서 사람들 기다리니까

해가 바다 밑으로 정말 사라지기 직전에

가장 붉게 빛나던 그 순간이 나타났었는데

그 때를 포착한게 아닌가 싶다.


오전 10시 좀 넘어서 출발한 투어는

밤 9시가 되어서야 멜버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정말 앞이 깜깜한 국도를

가이드가 미친듯이 밟았다.


오전, 점심, 오후...

그다지 감흥이 없는 포인트들을 돌아다니면서

시간을 많이 보냈기 때문에

돌아가는 길은 3시간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미친듯이 최단거리로 달리니까

약 1시간 40분만에 멜버른에 도착했다.


그럴꺼면

쓸데없는 곳은 가지나 말지..

그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코알라를 보여주겠다고

데려간 곳이 있었는데

사진을 안 올린 것 같다.


코알라 2쌍인지 2마리인지가

나무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하루 일과의 80-90%는 잠을 자고

나머지 시간에는 유칼립투스 잎을 먹는다고 하니

자연 상태에서 코알라를 볼 수 있는 건

저런 모습이 맞는 것 같기는 하다.


당시에는 코알라라고

나름 얼굴에 미소도 지어지고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건 코알라를 본 것도 아니고

안 본 것도 아니다.


<총평>

멜버른 교외 투어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그램이라는 이유로

갸우뚱 하면서 참여했던 투어.


결론적으로

마지막 하이라이트 관람 포인트들은

충분히 구경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돈이 아깝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 들었다.

특히나

날씨가 조금만 도와줬었더라면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다음번에 이 투어를 다시 올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약간 고민이 된다.


날씨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임팩트 없는 포인트들을 구석구석 방문하느라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하는 느낌이다.


어린이나 노약자가 있는 가족에게는

너무 길고 피곤한 일정이라서 

권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어디서 봤었는데,

그 때 좀 눈치챘어야 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 투어가 어떻냐는 질문을 받으면

좋았지만, 단체 투어 프로그램은 군더더기가 너무 많아서

운전이 가능하면 차를 렌트해서

주요 하이라이트 포인트만 훑어도 된다고 답변하고 있다.


운전이 가능하면

아폴로 베이와 같이

그레이트 오션로드 중간 중간의

B&B 스타일 숙소를 잘 잡으면

좀더 깊이 있게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