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항주/항저우 여행_대륙의 수상쇼]
최억시항주 最忆是杭州
Enduring Memories of Hangzhou
(2019.04.13.)
예전에 배틀트립에서
홍현희씨와 박소현씨가
항저우 여행간 걸 봤었다.
그 때 이 쇼를 보고
박소현씨가 눈물이 그렁그렁하던게
기억이 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박소현씨처럼 발레에 관한 아픈 기억 있는 사람 아니면
그렇게 슬픈 쇼가 절대 아니다.
이 쇼의 존재는 잊고 있었는데
포시즌스 호텔 항저우 시후의 컨시어지가
Culturally Curious 패키지에는 들어가 있지 않지만,
이 쇼를 보는 걸 추천해줬다.
그리고 보겠다고 한다면
표를 대신 구해주겠다고 먼저 제안하셨다.
TV에서 본 적이 있어서
어떤 쇼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고,
중국의 이런 쇼들의 스케일이 대단해서
나름 재밌다는 걸 알기 때문에
추천을 수락.
ㅋㅋㅋㅋㅋㅋㅋ
좌석 등급은 여러개가 있는데
VIP보다 더 좋은 좌석,
Honored Guest Seats의 티켓을 구해달라고
컨시어지에게 요청했다.
버는 돈은 쥐꼬리지만
쓰는 돈은 소꼬리.
ㅋㅋㅋㅋㅋ
호텔에서 고이 간직하고 있었던
나의 티켓.
내 좌석번호는 20번이었다.
한자 까막눈이라서
20번 좌석인 것 같은 느낌은 오는데
확신이 없었다.
다행히 공연장에 상주 직원이 계셔서
표를 보여드렸더니 20번 자리로 안내해주셨다.
티켓 QR코드 뒷면.
중국은 QR코드 천국이라서
뒷면은 검사도 하지 않는다.
공연장까지 가는 길을 호텔에 문의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찾아가는 길을 사진으로 자세하게 정리한 책자를
한 부 꺼내주셨다.
그치만 야밤에 걸어가다보니
안내 자료의 사진들이랑
하나도 매치가 안 됐다.
조금 걷다보니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어느 순간 인도가 꽉 막힌 장소가 나왔는데,
그곳이 바로 공연장이었다.
Hononred guest seats은
특별히 편한 좌석은 아닌데
좌석간 거리가 좀 벌어져있고,
생수 한병이 준비되어 있으며
직원분이 작은 용정차/롱징차를 선물로 주신다.
공연 전 공연장의 모습.
호수 자체가 공연장인지라서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는 특별할 게 없다.
이때
중국인 한 분이 나한테 말을 막 거는데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알아들을수가 있나.
내가 외국인인 걸 알아챈
따님분이
자기 부모가 따로 떨어져 앉게 되었다고
웃으면서 자리를 좀 바꿔달라고
영어로 부탁하셨다.
혼자 공연을 관람하거나
혼자 비행기를 타게 되면
이런 부탁을 너무 자주 받는데
아주 진저리가 난다.
왜 혼자 공연 보면
자리 막 바꿔도 된다고,
왜 혼자보는 사람이
항상 양보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건지
너무 불쾌하다.
특히나
내 티켓은 호텔에서 특별히 신경써서
정중앙 자리로 잡아준건데...
그래서
나는 여기 앉고 싶다고 했더니,
부탁할때는 그렇게 살갑게 웃어대던 따님이
완전 째려보셨다.
나중에 관람 끝나고 나가는 길에도
나랑 마주쳤는데
계속 눈알이 빠져라 째려보심.
나 원 참....
공연이 시작되자
호수 전체에 알록달록한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닥에 엄청난 무대 구조물들이 숨겨져 있어서
사람들이 다니는 길과 무대 공간은 물론이요
온갖 기구들이 다 숨겨져 있다.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이 부채 레이져쇼.
입체적이기도 하고
화려하기도 하고
저런 레이저를 쏠 수 있게 받쳐주는 초대형 화면이
어느 틈에 나타난 건지
대륙의 스케일에 다시 한번 놀랬다.
군무, 레이져쇼, 음악의 향연.
생각보다
촌스럽거나
지루하지 않다.
중국어를 몰라서
닭살 돋는 내용인지 아닌지도
전혀 모른다.
ㅋㅋㅋㅋㅋ
공연이 중반부를 넘어섰다.
이제는 호수 밑바닥에서
엄청난 높이의 구조물들이 빛과 물을 뿜어내면서
올라온다.
구조물이 피라미드처럼 똑바로 서면서
좌측에 최억시항주라는 한자가 올라온다.
이렇게 쇼가 종료.
출연한 배우들이 인사를 나온다.
일부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려놓았다.
호텔로 돌아와서
선물로 받은 용정차/롱징차를 개봉해봤다.
상자는 크지만,
내용물은 적다.
ㅋㅋㅋㅋㅋ
<총평>
중국의 서커스나 유명 공연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쇼도 충분히 마음에 들어하실 것 같다.
야외에 야간 공연이라서
약간 따뜻하게 입고갈 필요가 있다.
내용은 몰라도
그냥 비주얼과 음악, 군무만으로도
감동과 놀라움을 선사한다.
재밌었고,
미리 센스있게 추천해준
포시즌스 호텔 컨시어지에게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