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롬복 혼자 여행]

발리 빠당바이에서 롬복 방살로 배타고 이동

From Padang Bai, Bali to Bangsal, Lombok

(2018.09.27.)



발리 망기스 지역의

씨 브리즈 짠디다사에서

빠당바이(Padang Bai) 터미널까지

픽업 서비스로 이동을 한 후

픽업 기사가

에카 자야 패스트보트 사무실에

나를 덩그러니 남겨놨다.


에카 자야 패스트보트 사무실은

6평형 원룸보다 좁은 사무실에

배를 타려는 백인 관광객들과

안내데스크에서 서무를 보는 여성 현지 직원들

그리고 실제로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에카 자야 유니폼을 입은

남자 직원들이

분주하게 말을 주고 받는다.


픽업 기사는

어디서 에카 자야 남자 직원을

한명 붙잡아왔고,

이 남자가 다 알아서 해줄거라면서

줄행랑치듯이 사라졌다.


에카 자야 남자 직원은

승선객들 명단으로 보이는 표에

내 이름을 적으라고 했고,

이름을 적고 나니

이런 플라스틱 티켓을 하나 줬다.

No. 193이 좌석번호인가 싶었는데

지정석이 아니라 자유석 제도라서

말 그대로 탑승권 정도의 기능밖에는 없다.


표를 받으면

내 오른 가슴 쪽에

목적지가 어디인지를 스티커로 붙여준다.


승기기에도 페리 터미널이 있다는데

씨 브리즈 짠디다사에서 방살가는 배편밖에 없다고하니

롬복 방살 항구로 갈 수 밖에 없었다.


빠당바이에서 롬복 방살을 향하는

이 패스트 보트는

길리 트라왕안, 길리 메노, 길리 아이르를 정차하고

마지막에 롬복의 방살 터미널에 도착한다.


잠깐 내가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나를 챙겨줄것이라던

그 에카자야 남자 직원이 사라졌다.


티켓만 받았지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아는 것도

알려준 것도 없었기 때문에

두리번 거리면서 방황하자

나이 좀 드신, 짱딸만한 에카자야 직원분이 다가와서

방살에 가냐며

내 캐리어를 끌어주며

나에게 길 안내를 해줬다.


이거 뭔가 팁 달라고 할 분위기인데

우선 길을 안내해준다고 하니

팁 뜯길 각오로 졸졸 따라갔다.


에카자야 사무실에서

5분정도 걸으면

빠당바이 터미널이 나온다.


정면 샷을 찍고 싶었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최대한 얼굴이 안나오게 사진을 찍었다.


여기에서 우선 대기하고 있다가

저기 보이는 Eka Jaya 25라고 보이는 배가

선착장에 닿으면 탑승하면 된다고 알려주고

당당히 팁 달라고 요구하셨다.

그리고 

그 분은 자기 팁을 챙겨 사라졌다.


도움은 받았지만

뭔가 사기당한 느낌.


저 지붕까지가 대기선이고

그 이상 다가가려고하면

선착장의 직원들이 물러서있으라고 저지한다.


선착장에서 붙여준 것인지

사무실에서 붙여준 것인지

언제인지가 정확히 생각나지는 않는데

캐리어에도 목적지 태그를 붙여준다.


전혀 움질일 생각이 없어 보이던

저 건너편의 Eka Jaya 25가 슬슬 움직이더니

선착장에 다가왔다.


배가 정박을 완료하자

선착장 직원들이 선착장으로 들어와도 좋다고 했다.


배가 정박을 하면

이 배의 시스템을 잘 모르는

나를 포함한 모든 관광객들이

우르르 배의 탑승구 쪽으로 몰려드는데,

그전에 짐을 배에 실어야 한다.


캐리어나 백팩에

목적지 태그를 붙여놓은 것을 보고

길리 트라왕안 갈 사람은

배 앞 쪽에 짐을 싣어주고

마지막 목적지인 방살에 가는 사람의 짐은

뒷쪽 칸에 따로 싣어준다.


그렇게 짐을 다 싣고 나면

플라스틱 에카 자야 티켓을

배의 출입구에서 제출하고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다.


배의 좌석은

넓지도 좁지도

그냥 적당했다.


2층 야외에도 좌석이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여행다니면서 배를 자주 타봐서

2층 야외가 처음에만 좋지

나중에는 바람과 햇살 어택에 속수무책이라는 걸

익히 경험해본지라

창가쪽 자리에 선점했다.


나는 가장 마지막에 내릴 것이라서

배 제일 뒷쪽 캐빈에 자리를 잡았는데

뒷쪽 캐빈에는 3개의 길리섬들에 가는 관광객보다는

나처럼 롬복 방살 항구에 내리는 현지인 탑승객들이 더 많았다.


현지인들은

나처럼 목적지를 가슴팍에 붙이지 않고 있어서

나만 너무 관광객 티가 팍팍 났다.


배는 9시 좀 넘어서부터

탑승을 시작했고

짐도 다 싣고

승객들도 다 탄 것 같았지만

9시 30분이 훨씬 지났을 때까지

움직일 생각을 전혀 안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있으니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면서

바닷물에서 크고 하얀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앗싸! 이제 진짜 간다!!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빠당바이의 물은 꽤나 맑은 편이었고

파도도 잔잔한 편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최근 쉽게 멀미를 하기 시작해서

리조트를 나오면서부터

멀미약을 미리 먹었다.


멀미약이 필요할까 정도로

배는 생각보다 흔들림이 적었다.

그치만

그게 내가 약을 먹어서 별탈없이 도착한 것인지

원래 별탈없이 도착할 흔들림없는 루트인 것인지는

내가 확인할 수가 없다.


9시 42분 좀 전에 찍은 사진.


아직까지는 발리섬의 높은 화산이 보인다.


현지시각으로 9시 42분에

대략 이쯤을 지나고 있었다.


나는 배가 출발하면

휴대전화 데이터나 전화 통신이 안 될 줄 알았는데

바다 한 가운데에서도

LTE가 빵빵 터졌다.


그래서 구글맵으로

지금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더 이상

발리섬이 보이지 않는

바다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다.


바닷물 색깔도

진한 군청색.


저 사진을 찍을 때가

대략 저 위치쯤에 있을 때였다.


배 안에는 화장실도 있는데

그닥 깨끗할 것 같지 않아서

이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렇게 영화를 틀어주는데

처음 틀어주던 영화는

내용이 영 아니었다.


어느 해안의 리조트로 가족여행을 온 가족들이

보트를 타고 섬 투어를 하다가

난파를 당해서

구조신호를 보내서

지나가던 배를 겨우 하나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지나가던 배의 어부는

가족 전체를 구출해서 육지로 데려다주지않고

가장인 남자 주인공만 구출해줬다.

이 무인도의 가족들이 난파되었다는 사실이나

이 섬의 위치는

자기만 알고 있으니

당신이 가진 모든 돈을 입금시키지 않으면

섬에 남겨진 가족들을 구하지 않겠다고...


롬복가는 패스트보트에서

보고 싶지 않은 내용

ㅋㅋㅋㅋㅋㅋ


결국 주인공은

전재산을 다 입금시켰지만

어부가 먹튀하는 바람에

가족도 구하지 못하고

혼자서 고군분투하셨다.


고구마 영화이기는 했으나

결론이 어떻게 되나

궁금하긴 했는데,

갑자기 영화가 바뀌더니

아바타를 틀어주기 시작했다.


아바타 참 오래간만이네.

아바타를 좀 보고 있다보니

어느 덧 섬이 보이기 시작했다.


10시 42분 경에

구글맵을 통해서

3개의 길리섬에 거의 다 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기가 길리 트라왕안.


저 사진을 찍을 때쯤에

요기 정도 위치에 있었다.


길리 트라왕안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았고

배도 해변가 가까이 정박을 했다.


지도에는 여객선 터미널이 따로 표시되어 있는데

그냥 모래사장 바닷가에

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다.


길리 트라왕안에

승객들과 짐을 한 차례 내려준 배는

옆에 있는 길리 메노를 향했다.


길리 메노에서 내리는 승객이 많지 않아서인지

배를 대기가 적합하지 않은 곳인지

저렇게

작은 트랜스퍼 보트가

출입문에 가까이 다가와서

짐과 승객들을 태워

섬 안으로 데려갔다.


요 위치쯤에서

트랜스퍼용 소형 보트와 접선했다.


이제는 길리 아이르에 도착했다.


길리 아이르도

섬에 바로 배를 정박하지 않고

저 정도 되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작은 트랜스퍼 보트로

승객들과 짐을 싣고 사라졌다.


오전 11시 29분.

드디어 롬복 방살 항구에 다다렀다.


방살이나 혹은 승기기로

직행으로 운행하는 배만 있었다면

이렇게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는 아니라고 한다.


그치만

관광객이 별 수 있나.

돌아서 가는 수 밖에.


방살 선착장에 정박한

Eka Jaya 25.


방살 선착장에 정박한 사람들 대부분은

현지 인도네시아 사람들인 것 같았고

나같은 관광객은 매우 드물었다.


그래서

롬복 승기기 해변가에 위치한

찬디 부티크 리조트에서 픽업 나온 가이드분이

나를 너무나도 쉽게 발견하셨다.

ㅋㅋㅋㅋ


배에서 내려

저 사람들을 따라 가면

주차장도 있는 것 같고

택시 기사들이 영업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사전에 블로그 검색했을 때에는

택시 영업을 하는 기사들이 엄청 많다고 들었는데

롬복 지진의 여파로 관광객이 많이 줄어서 그런지

아님 가이드가 다 막아줘서 그런건지

나에게 말거는 택시 기사는 거의 없었다.


롬복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발리와 비슷한 것 다르면서

사뭇 다른 바닷가나 지형 등의 느낌에서

뭔가 마음이 편해졌다.


관광지로 크게 유명한 곳이 아니라서

불안한 감이 있었는데

되려 번잡하지 않고

정말 사람사는 로컬 분위기가 나서

부담감이 덜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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