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멜버른 혼자 여행_미식(2)]

디너 바이 헤스톤 블루멘탈 

Dinner by Heston Blumenthal

- 사슴고기 스테이크 Venison Steak -

(2019.02.04.)


@gizzard_in_law


보통 여행 계획을 짤 때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미슐랭 가이드가 있는 지부터 확인한다.


그런데

호주에는 미슐랭 가이드가 없다고.

대신 굿 푸드 가이드(Good Food Guide)가 있고,

별 대신 쉐프 모자(hat)을 준다고 한다.


그렇게 찾아낸

쉐프 모자 2개를 받은 레스토랑

디너 바이 헤스톤 블루멘탈.


홈페이지에 직접 들어가서

예약을 신청했다.


크라운 호텔 앤 카지노 컴플렉스 내 3층에 위치하고 있다.


예상하지 못한 창가 좌석.


야라 강은 생각보다 큰 강이 아니었다.


메뉴판을 이렇게 주셨다.


메뉴를 살펴보면

요리별로 년도가 적혀 있는데

고 조리서에 기록이 남아있는 조리법을

활용하는 것 같았다.


메뉴판을 감싸고 있던 종이에

영국의 포크 사용에 대한 역사가 한줄 적혀있다.


다른 나라에서는

코스별로 메뉴가 이미 어느정도 확정이 되어있고,

선호에 따라 코스를 일부 변경하거나

사이드 디쉬를 추가하는,

혹은 6-코스 메뉴, 8-코스 메뉴로

정형화가 되어 있는 반면에,

멜버른의 레스토랑들은

코스의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코스 별로 개인이 메뉴를 선택할 수 있었다.


이건 글라스 와인 메뉴.


와인 이름과 가격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찍어봤다.


Neudorf Sauvignon Blanc New Zealand.


스타터로 수산물 요리를 시켰기 때문에

가격대에 맞춰서 소비뇽 블랑을 주문했다.


Tapa Nappa Foggy Hill Pinot Noir Australia.


메인으로는 사슴고기를 주문했기 때문에

붉은 육류에 맞춰서 레드 와인을 주문했다.


어쩌다 보니 쇼비뇽 블랑 사진이 없다.


내가 안 좋아하는

껍질이 딱딱한 식사용 빵.


입천장이 다 까지고

턱에도 부담이 갔다.


서버가 빵이 어떻냐고 물어보길래

평소같았으면 그냥 굿굿하고 넘어갔을 텐데,

이 서버와 다른 서버들이 나를 보고 비웃고 있는 걸

현장에서 목격했기 때문에

나도 계속 까칠하게 굴었다.


처음에 오픈 할때만 해도

화장실 가는 길에 봤던 서버들은

본인들의 위치에서 스탠바이하면서 긴장된 모습이었다.


근데 내가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뭔가 이상해서 담당 서버의 스탠바이 포지션을 쳐다보니

모든 서버들이 모여서는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호주의 인종차별이 또 시작인건가 싶어서

나도 기분이 안 좋아졌다.

그래서 빤히 쳐다보면서

얼굴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 니네가 나 보고 단체로 비웃고 있는거냐?"


그러자

갑자기 서버들이 급 흩어지고,

내 담당 서버가 Sir를 연발하면서

괜히 더 깍듯한 척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인종차별인가 했는데,

나중에 이 식당 고객 절반이 중국계였다.

그럼 인종차별은 아닌 것 같고,

혼자 와서 식사한다고 비웃는 건가 싶었다.


암튼 그런 이유로

빵이 너무 거칠고 딱딱하다고 불평.

그랬더니

담당 서버가 부드러운 속과 거친 겉의 조화가

중요한 거라고 막 설명을 해대는데,

알겠다고 하고 말았다.


쉐프는 그런 조화를 생각하면서

그게 맛이자 멋이라고 낸 건지 모르겠지만

나처럼 턱 안 좋고

쉽게 입천장 까지는 사람은

불호를 표현할 수도 있지 않은가?


쌀이 들어간 버터라고 설명을 들은 것도 같은데

호주 억양이 좀 섞여서

확실하지는 않다.


Starter - Kedgeree_Grilled abalone, prawn, leek hearts & saltbush.


첫 느낌은

살짝 간간하면서

식감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


새우가 생새우 못지 않게 촉촉하게

잘 익었다.


문어같이 생긴게 있었는데

그게 아마도 전복이 아니었나 싶다.

그 식감이 완전 마음에 쏙 들었다.


채소잎 튀김이 아마 saltbush인 것 같은데,

고소한 튀김의 맛이 강하고

특별히 향이 느껴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서버분이 radish도 들어가 있다고 했는데

무의 식감은 또 엄청 아삭아삭하다.


이 음식과 쇼비뇽 블랑은 잘 어울렸던 것 같다.

음식을 먹고 쇼비뇽 블랑을 마시면

쇼비뇽 블랑이 살짝 달큰하게 느껴졌다.


밑에는 리조또가 있는데,

뭉특진득한 특유의 식감이 있었다.


Venison & Bottled Cherries_Smoked beetroot, grilled red cabbage & pickled cherries.


오늘의 메인인 사슴고기.


사슴고기 스테이크가 있길래

이 레스토랑을 선택했다.

사슴고기를 접하기는 쉽지 않은데

찾아보니까 옛날부터 즐겨오던 별미라고.

ㅋㅋㅋ


사슴고기는 미디엄 레어를 추천하셨고,

나는 레어도 상관은 없지만

추천받은 미디엄 레어로 주문을 했다.


막상 스테이크를 받아보니

내가 생각했던 미디움 레어보다 많이 익혀져 있었다.

내가 너무 덜 익혀서 먹고 다녔나?

ㅋㅋㅋㅋㅋ


사슴고기는 생각보다 맛이 좋았고,

특유의 향이 있었다.

근데 그게 누린내 나는 양고기같이

역겹지가 않았다.

그 특유의 향 때문에

고기의 고소한 맛이

더 입안에서 생동감있게 느껴졌다.

식감도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3코스라서 배가 많이 안부르지 않을 까 싶지만

코스의 수가 적은 대신에

매 코스마다 나오는 음식의 양이 꽤 많은 편이다.


사슴고기 스테이크의 경우에도

스테이크가 두덩이로 나뉘어져 나왔다.


스테이크를 먹고

피노누아를 마시면

피노누아만 마셨을 때 느낄 수 없었던

달큰한 향을 느낄 수가 있었다.


사이드 디쉬로 주문한 샐러드(Mixed leaf salad).


그냥 소금 간이 된 올리브 정도에 버무린 게

전부인 것 같은데,

그게 뭐라고 맛있었다.

ㅋㅋㅋㅋㅋ


디저트를 기다리다가 보니

처음보는 생수라서 찍어봤다.


Tarte of Strawberries_Vanilla cream, white chocolate, mountain pepper, strawberry & anise myrtle sorbet.


strawberry & anise myrtle sorbet에서

시트러스가 연상되는 맛이 났다.

소르베는 엄청 부드러웠음.


코코넛 파우더가

타르트의 안과 밖에 들어간 것 같았고,

중간에 들어간 초콜릿의 맛이 너무 강했다.


맛은 있는데

엄청 깜짝 놀랄 맛은 아니었던 걸로.


징티(Jing Tea)를 주문했다.


차를 우려내는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모래시계를 가져다 주셨다.


차도 금방 금방 안 나오길래

담당 서버를 일부러 재촉했다.

비웃음에 대한 소소한 복수.

ㅋㅋㅋㅋㅋ


징 티도 종류가 어러개가 있는 것 같던데

이 티가 제일 깔끔하고 심플한 맛과 향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서비스로 나왔던 타르트.


쉽게 부서지니까

한 입에 먹는게 좋다고 했다.


242 호주 달러가 나왔다.


카드로 한다니까

수수료가 나와도 괜찮냐고 약간 놀라듯 물어보는데,

웨스틴에서는 현금으로 하겠다니까

카드로 안하냐고 약간 놀라듯 물어보고...

어느 장단에 맞추라는 건지...

명함을 받았다.


<총평>

먹고 나오면서 

미슐랭 가이드 2스타가 굿 푸드 가이드 2 햇보다

훨씬 더 맛이 뛰어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 맛은 있는 음식들이었지만,

깜짝 놀랄만한 요소들은 별로 없었다.

맛있는 거 먹으면 쉽게 감동하는 편인데

그런 감동도 크지 않았던 것 같다.


특히나

모여서 비웃고 있었던 걸 생각하면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입맛이 확 달아났다.


누가 사주겠다고

공짜로 얻어먹는 자리가 아니라면

굳이 내 돈내고 다시 방문할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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