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재미가 충만했던 혼자 멜버른 여행] 

이건 완전 신선 놀음! 야라벨리 와이너리 투어 (2) 

Yarra Valley Winery Tour

(2019.02.03.)


@gizzard_in_law



<Yering>


캐나다 커플이 기대하고 있었던

예링 스테이션.


나는 유명한 와이너리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사실 이 투어에 있는 와이너리 중에

도멘느 샹동 빼고 아는게 전무.

ㅋㅋㅋㅋ


테이스팅에 앞서서

점심을 먹으러 왔다.


투어에 점심 값이 포함되어 있다.


메인 요리 하나, 와인 1잔, 티 또는 커피까지가

투어 비용으로 포함되어 있다.


트러플 버터 위에 소금을 뿌려서 줬다.


고급져 보이고 싶을 때

자주 쓰는 식재료 트러플.


채식주의자를 위한 뇨끼를 주문했다.


채식 메뉴인 줄 모르고 주문했다.

우선 소고기 스테이크는 질리고

양고기 스테이크도 약간 식상하고

연어 스테이크도 그닥 안 땡기고

바라문디라는 호주 로컬 생선은 뭔지 모르겠어서

리스크가 있었다.


그리고 와인 테이스팅이 조금인 것 같아보여도

꽤나 취기가 올라왔다.

나는 술을 잘하는 편은 아니니까.

그래서 뭔가 속이 편한 음식을 찾다보니

나도모르게 뇨끼를 주문했다.


이 뇨끼는 생각 외로 엄청 맛있었다.

우선 단호박 크림이 생긴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가벼운 질감이었다.

간도 아주 적절했다.

달지도 짜지도 않은 딱 좋은 수준.

그리고 

뇨끼를 관자처럼 보이게끔

플레이팅을 해주셔서

보는 즐거움도 만점!!


뇨끼를 주문했는데

이 뇨끼가 어떤 소스의 뇨끼일지

메뉴만으로는 감이 잘 안왔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와인을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본인 같으면 로제를 마시겠다고 해서

로제로 주문했다.


예링 와인 자체가 

은은하게 쑥 들어오는게 

특징이었던 것 같고,

투어에 포함된 주류이다보니

엄청 비싼 와인은 메뉴에 없는 게 아니었나 싶다.


그래도

로제와 뇨끼는 잘 어울리고

로제에서 알콜 느낌도 별로 안나고

보기에도 예뻐서 먹는 재미를 더해줬다.


가이드가 식당에 무료로 나눠먹을 음식을 

좀 더 가져다달라고 요청하니까

식당에서 서비스로 제공한 사이드 디쉬.


아스파라거스도 아닌 것이

브로콜리도 아닌 것 같은 저 채소가

아스파라거스 구운 거 비슷한 맛이 나면서

생각 외로 맛있었다.

덕분에 감자튀김은 저 채소가 동나기 전까지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내가 식사를 좀 빨리 마치는 편이라서

잠시 야외로 나가서 사진을 좀 찍었다.


가이드는

너무 건조하고 기온이 높아서

푸릇푸릇한 광경이 아니라서 아쉽다는 평이었지만,

이렇게 탁 트인

말 그대로 광야를 보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감동이었다.



사진을 찍고 오니

후식 차/커피 타임이 되었다.


술을 좀 깨고 싶어서

녹차를 주문했다.

녹차도 생각외로 깔끔한 맛이 나서

식사의 마무리도 마음에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예링 스테이션의 전시관을 잠시 둘러봤다.


지하에 보관된 오크통.


큰 불이 났을 때의 사진을 담은 것이라고

설명을 들은 것 같다.


기계화된 와인 주조실(?)


조경만을 위한 연못이라고 생각했는데

햇볕이 강렬한 야라 벨리에서

와인을 저온으로 저장하기 위해서

인공으로 연못을 만들었다고 한다.

지상에 연못을 만들어서

지상의 열이 연못에 의해서 차단이 되고

결과적으로 지하의 온도를 낮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제는 예링 와인을 시음할 시간.


1층은 와인 매장이고

2층에 올라가면 테이스팅을 위한 바가 있다.


테이스팅을 위한 바.


상당히 고급진 와인을 파는 곳인데

테이스팅 룸은 상대적으로 인테리어가 그닥...


빛깔이 참 고왔다.


예링의 스파클링 와인.


당을 첨가하지 않고

만든다고 한 것 같다.


예링도 그렇고

데 보르틀리도 그렇고

규모와 역사가 있는 야라벨리 와이너리는

스파클링 와인을 주조하는 

자신들만의 방법이 있는 것 같았다.


샤도네이 리저브.


저 샤도네이가

여지껏 마셔본 샤도네이 중에 가장 고급졌다.


은은하기로는

제일 은은한데

끝맛의 존재감이 매우 강렬하다.


가격이 120 호주 달러라는 이야기를 듣고

한 병 사가려다가 그냥 바로 포기.

ㅋㅋㅋㅋㅋㅋ


아직 나는 120 호주 달러를 마실 만큼의

와인 내공을 쌓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피노 누아.


예링 와인의 특징은

직선적인 맛이 아니라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은은해서 맛이나 향이 잘 안 느껴질 것 같지만

순서대로 후추맛이면 후추맛,

미네랄 맛이면 미네랄 맛이

분명하게 느껴지는 신기한 와인이었다.


산지오베제.


야라벨리에서 산지오베제를 재배하는 와이너리는

흔하지 않다고.


하나같이 고급지게 은은했다는 것만 기억나고

정확하게 어떤 맛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쉬라즈.


역시 기억이 잘 안난다.

ㅋㅋㅋㅋ


전반적으로 와인 값이 너무 비싸서

감히 와인을 무리해서 살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이미 메드허스트에서 3병

샹동에서 2병을 사버린 상태였다.

이 비싼 와인을 구매한다면

금전 측면에서나

위탁 수하물 무게 면에서나

감당하기 힘들었다.


<초콜릿 가게>

일본인 아주머니는

술도 잘 드시는 것 같았지만,

쉬지않고 와인만 마시는 투어가

다소 지루했던 모양이다.


와이너리 투어 중에

초콜릿 상점을 방문하고 싶다고

가이드에게 요청을 했다.


가이드는

이 초콜릿 가게/공장이 사람은 엄청 많은 데 비해서

초콜릿 맛이 예링에서 파는 초콜릿보다 못하다고

돌려까기를 시전해보았지만,

일본인 아주머니의 초콜릿을 향한 열정을 꺽지는 못했다.

ㅋㅋㅋㅋ


그래서 초콜릿 가게에 방문했다.

초콜릿 가게는 가이드 말대로

엄청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다.

가이드는 아이스크림이 좀 맛있는 편이라면서

아이스크림을 추천했다.


그래서 나는 아이스크림을 사먹어보려고 했는데

아이스크림 줄도 만만치가 않더라.

가뜩이나 배부른데

굳이 아이스크림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대신에

이 공장/가게에 오는 길에

풍경이 너무 예뻐서 눈여겨 보고 있었다.

공장/가게에서의 뷰도 나쁘지 않길래

열심히 사진을 찍어보았다.



일본 아주머니는

원하던 초콜릿을 사고 돌아오셨고

매우 만족스러운 표정이셨다!


<De BORTOLI>

유명한 와이너리인 줄 모르고

생각없이 따라갔던 곳

드 보르틀리.


가장 역사 깊은 야라벨리 와이너리라고 한다.


와이너리 테이스팅 메뉴.



와인 테이스팅만 하지 말고

와인과 치즈의 페어링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었다.

치즈를 팔기 때문인 것 같은데,

치즈가 하나같이 맛있었다.

나에게 블루치즈의 맛을 깨우쳐 주기도.


좌측에서 2번째

브리치즈처럼 생겨서는

브리치즈보다 훨씬 크리미한

Le Dauphin 치즈에 홀딱 반했다.

프랑스 산이라는데

브리 치즈가 더 유명해서

브리치즈만큼 비싸지 않으면서

가성비가 좋다고 설명해주셨다.

아무래도 자기네가 팔고 있는 치즈니까

매력 어필을 강하게 하시는 것도 좀 있겠지만,

치즈 자체는 마음에 쏙 들었다.


테이스팅이 시작되었다.


원래는 와인 5종류만 마시는 테이스팅 메뉴였는데

테이스팅 해주시는 젊은이가

상당히 열정적이었고

나도 그렇게 열정과 위트로 설명해주는 테이스팅이

참 재미있었다.


나는 와인이던 음식이던

어떤 느낌인지 말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분은 그런 의견 하나 하나를 반겨하셔서

서로 잘 맞는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5종류 이상의 와인을 맛보게 되었다는 사실.

ㅋㅋㅋㅋ


라 보엠 뀌베 블랑, 스파클링.


스파클링으로 시작했는데

가격에 비해서 상당히 좋다고 생각이 들었다.


라 보엠 액트 원 리슬링.


이 와이너리는

리슬링을 3번째 테이스팅 와인으로 선보여서

의외였다.


내가 아는 리슬링은

좀 달큰한 게 없잖아 있어서

뒤로 가야할 것 같았는데...


시음해본 결과

내가 알던 리슬링과는 다른 느낌의

리슬링이었다.


테이스팅을 하면 할 수록

앞의 와인이 좋았다는 것을 잊고

오, 좋다!를 무한 반복하는 

붕어 뇌를 탑재하게 된다.


와이너리가 크고 넓다보니까

특정 구역의 샤도네이만으로도

와인을 주조하고 있었다.


로제.


자기네 와이너리 로제가

매우 우수하다는 것을 자랑하셨다.

메드허스트 로제 다음으로 좋은 거라고

ㅋㅋㅋㅋㅋ.


피노누아.


매 와인마다 잘 어울리는 치즈를

추천해주는데,

고다로 좀 시음해보고

블루치즈로 넘어가려고 하니까

장난섞인 말투로 아직 안된다고 말리셨다.

ㅋㅋㅋㅋ


재밌는 청년이었다.

와인에 대한 지식이나 열정이

돋보이던 유머러스한 청년.


섹션 A8의 시라.


시라의 명칭의 유래에 관해서

이 청년이 많이 설명해줬다.

원래 프랑스에서는 다른 품종명을 쓰는데

샴페인처럼 지리적 표시 규제로인해서

프랑스 품종명과 같은 이름을 쓸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그래서

이 포도의 원산지로 추정되는

서아시아의 특정 지명을 차용했는데,

지명을 차용한 곳에서 자라는 품종과

지금 호주에서 재배하는 품종은

사실 엄청 다르다고 했다.


그 외에 품종 명칭에 대한

이런 저런 설들을 알려주셨다.

재밌음 ㅋ


까베르네 쇼비뇽.


여기에 와서야

청년이 블루치즈를 허해주었다.


그치만 나는 일본 아주머니와 함께

청년이 잠깐 와인가지러 간 사이에

블루치즈와 페어링을 해보았다는 사실!!

ㅋㅋㅋ


디저트 와인 2016년 더블 원.


진한 꿀맛이 나는 와인인데

빈티지에 따라서 그 꿀맛의 강도가 다르다며

신이 나서 테이스팅 해주셨다.


빈티지가 2011년인 주정강화 와인.


이 와이너리의 상징적인 제품이라고 했다.


16년산과는 다르게

단맛이 약간 줄었는데

은은한 단맛이 나는 것이

11년산이 16년산보다 더 고급졌다.


16년산은 너무 달게 느껴질 수 있는데

11년산은 단건가 아닌건가 하다가

홀짝 홀짝 다 마실 수 있을 것 같은 맛.


토니(Tawny) 와인.


이 와이너리는

주정강화 와인 라인도 갖추고 있었다.


시음뿐만 아니라

호주산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명칭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주정강화 와인도

지리적 표시제에 따라서

포르투갈의 포르투에서 생산된 주정강화 와인만

포트 와인이라고 부를 수 있어서,

호주에서 생산되는 주정강화 와인에도 이름을 붙일 필요가 생겼고

포트의 T를 따와서 토니(Tawny)라고 불리게 됐다는

설을 재밌게 풀어내셨다.


모스카토 말고도

꿀맛이 나는 디저트 와인을 발견하고서

결국 나는 또 지갑을 열고 말았다.


16년 산을 1병 달라고 하니까

청년이 11년산을 더 좋아하지 않았냐구 물었다.


11년산이 더 좋았지만

비용 측면에서 16년산으로 타협하겠다고 ㅋㅋㅋ


그래놓고

청년의 상술에 넘어가서

치즈도 덜컥 사버렸다.


2번 르 달팡 치즈와

4번 블루치즈.


지금 생각해보니

저 치즈 살 돈으로

그냥 11년산을 살 수도 있었겠다.


<캥거루 구경>


나는 동물원에 가지 않는 이상

캥거루를 볼 생각도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없었다.


가이드는

어떻게든 캥거루를 보여주고 싶어했다.


때마침 폭염을 씻어주는

비가 한차례 내렸고,

가이드는 비가 왔으니

더위를 피해 숨어있던 캥거루들이 나와있을 것이라며

캥거루가 자주 출몰하는 곳을 향해

차를 몰았다.


나는 속으로

그런다고 캥거루를 볼 수 있겠어? 싶었는데,

보란듯이 가이드는 캥거루 무리를 찾아냈다!


그리고 캥거루 무리 중에서

권력자 캥거루가 어떤 캥거루이고,

지금 우리를 보고 경계를 하면서

어떻게 해야할지 판단하고 있다면서

이런 저런 설명을 계속 해주셨다.


차에서 거리를 두고

줌 업해서 찍은 사진이라서

화질은 조금 떨어지지만

확실히 캥거루 떼를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다.

신기했다.


투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왔다.


호주는 팁을 안 주는 나라인 걸 알고 있지만

가이드님이 워낙 친절하고 정성을 다해 설명을 해주셔서

팁을 좀 드렸다.


나도 호주에서 팁 안 주는 거 

알고 있는데

호텔이나 관광업계 쪽은 상황따라 다를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아서

팁을 준비하게 됐다.


처음에는 호주에서는 팁 안줘도 된다고

거절을 하셨다.

그렇다고 꺼낸 돈을 다시 집어넣자니

약간 애매해서

나도 다 알고 있는데

오늘 가이드 해준 게 너무 마음에 들어서

주고 싶다고 했더니

정말 좋아하면서 받으셨다.


돈 때문이라기 보다는

그냥 본인의 가이드가 크게 마음에 들었다니

기뻤던 것 같다.


그리고 되려 

내가 너무 나이스(nice) 해서

가이드 본인이 너무 편했다고 하는데,

내가 그렇게까지 나이스했나? 싶었다.

ㅋㅋㅋㅋ


가이드님께서는 작별 전에

막 본인의 강아지와 서핑하는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몇 일 있다가 강아지 서핑 대회에 출전하게 되는 것과

상을 받은 경력 등을 자랑하셨다.



백발이신 걸로 봐서는

은퇴하시고 부업으로 

투어 가이드를 하고 계신 게 아닌가 싶었는데,

(물론 명함 뒷면에는 환경운동 관련 직업이 있긴 했지만)

저렇게 강아지와 함께 서핑 대회도 나가는

저런 삶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이 부러웠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

.

.


투어 중에 와인을 너무 많이 샀다.

그래서 최소 한 병은 

호주에서 소비하고 가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산 와인 중에

2번째로 비싼

메드허스트 피노 누아를 땄다.


드 보르틀리에서 사온 치즈와 함께

야금야금 홀짝홀짝 마시고

한국에는 와인은 5병만 들고왔다.

(세관 자진 신고 완료!)


<총평>

첫 와이너리에서 테이스팅을 마치고 나서

와이너리 투어와 테이스팅이라는 게

이런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내 머릿속에는 이 단어가 강렬하게 꽂혔다.


신.선.놀.음.


이건 제갈량이 무릉호에서 배띄워놓고

술마시며 놀았던 것에 꿀리지 않게끔

완전 꿀이었다.


와인은 종류별로 다 마셔볼 수도 있고,

음식점도 고급지고 맛있는 곳만 골라서 데려가주고,

차로 여기저기 모셔다주니

내가 해야되는 것이라고는

와인잔을 잘 흔들어서 향을 맡아보고

혀로 맛을 최대한 느껴보는 것.


다른 관광상품에서 기념품을 사라고 하면

쉽게 지갑을 열고 싶지도, 열지도 않지만,

와이너리 투어는

나도 모르게 지갑을 활짝 열게 된다.

그것도 기쁜 마음으로.


나처럼 소비지향적인 사람에게

매우 적합한 투어였던 것 같다.


특히나

국내에서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호주 와인의 세계에 대해서 배울 수 있어서 좋았고,

이번에 야라 벨리 와인 투어를 다녀오고 나서

포시즌스 서울에서 프랑스 와인을 마셔보니까

확실이 두 나라의 와인의 개성이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서 더 의미있는 투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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