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상승 느낌 혼자 호캉스] 

서울신라호텔 The Shilla Seoul

- 콘티넨탈/컨티넨탈 Continental -

(2018.07.01.)


<데꾸벻뜨(Découverte, 발견) 디너 세트 >


인생은 정말 한치 앞도 알 수 없다.


신라호텔 식당은 디너 가격이 너무 높아서

런치 아니면 안 갈 생각이었는데,

이태원 점심 약속이 틀어지면서

생각없이 그냥 1층 The Library에서 끼니를 때웠다.


객실에 체크인해서

메뉴판을 검색하다보니

라이브러리가 아니라 컨티넨탈에서

런치를 먹었어야했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런치가 더 저렴하기 때문.


신라호텔에서 

꼭 저녁 식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라연.

미슐랭 3스타.

예약도 쉽지 않다고.

혹시나 오늘 예약취소 있냐고 문의해봤으나

죄송하다고 답이 왔다.


그럼...

지난 번에 맛있게 먹었던

포스즌스 호텔 서울의 보칼리노(Boccalino)에 갈까,

이왕 신라에 왔으니 보칼리노와 똑같이 미슐랭 플레이트 등급을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Continental)에 갈까,

고민이 많았다.


보칼리노는

콘티넨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착하다.

보칼리도 Autentico 세트를 먹고 택시로 왕복해도

콘티넨탈 최저가 디너 세트인 데꾸벻뜨(Découverte)를 먹는 것보다 싸다.


고민고민하다가

마카오에 미슐랭 2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에

방문하기 전에

프렌치 퀴진(French cuisine)에 입문하는 경험삼아

콘티넨탈에 1명 예약했다.


23층에 올라와서 콘티넨탈과 라연을 가는 길에 있는 센터피스 장식.


라연과 콘티넨탈 이용 고객들이 대기시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

1인 식기 세팅이 이렇게 되어있었다.


개인적으로 

좌우로 포크와 나이프 쫙 깔려있는거 안 좋아하는데

너무 많이 깔려있어서

부담스러웠다.


프랑스 식사 예절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매 코스 나올 때마다

식기를 같이 바꿔주면 안 될까?

ㅋㅋㅋㅋㅋ


소믈리에 추천 와인 페이링도

3종 이상으로 구성된 세트가 있어서

와인잔도 3종이 세팅되어 있는 듯.


와인은 안 먹기로해서

다 치워주셨다.


특별히 원하는 물(탄산수나 브랜드 물)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그냥...

정수기 물도 괜찮다.

ㅋㅋㅋ


가염과 무염 버터.


나는 가염버터를 더 좋아한다.


첫번째 빵: 치아바타.


호텔 레스토랑 많이는 못 가봤지만

살면서 먹어본 치아바타 중에

가장 안 질긴 치아바타.


어떻게 데우신 것인지

온기도 상당히 오래 갔다.


맛도 좋고

식감도 좋고

크기도 부담스럽지 않고

먹기 좋았다.


하지만

프렌치 코스에

이탈리아식 빵이라서

약간 갸우뚱했다.


서버님께 나중에 기회가 생겼을 때

여쭈어 보았다.


이탈리아 빵이긴 하지만

바게트와 식감이나 맛이 비슷하고

꼭 정통 프랑스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프렌치 조리법을 현지 식재료에 적용하고

유럽식 음식을 포용하는 스타일인가보다.


웰컴푸드/아무슈 부슈(Amuse Bouche)


매 코스마다 서버님께서 음식에 대한 설명과 함께

권장하는 식사 방법이나 순서등을 알려주신다.


프렌치 음식은 처음이라 살짝 긴장했는데

이것저것 설명들으면서 먹어야하니

약간 부담이 되긴 했다.


먹는 순서는 슈부터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슈의 식감은 바사삭, 의성어 그 자체.

시중에서 먹는 슈의 약간 눅눅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아니다.

다소 날카롭게 부서지는 바사삭한 식감.


슈 안에는 

소고기 타르타르가 

사워크림과 함께 들어가 있다.

소고기 타르타르는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는 애피타이저인데

매번 특별한 맛을 잘 못 느끼겠다.

여기서도 

특별히 소고기의 맛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치만 식감은 

젤리 같으면서 젤리 아닌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깊었다.


오른쪽에 체리처럼 생긴 것은 푸아그라.

푸아그라를 향긋 달콤한 젤 같은 것으로 감싸서

전혀 푸아그라를 연상할 수 없는 비주얼이다.

처음 베물면 푸아그라의 맛보다는

겉을 감싸고 있는 달콤 상큼한 맛이 나다가

계속 씹다보면

크림치즈보다 조금 더 찐득한 것 같으면서

상당히 부드러운

푸아그라가 존재를 드러낸다.

그리고 푸아그라 특유의 향이 끝에 남는데,

'나 푸아그라였어'라고 하는 듯한 느낌.

역하지 않고 

약간 향긋하다고 느낄 정도로만 

향이 난다.


왼쪽에 스푼에 담겨진 음식은 젤리인데,

설명해주신게 기억이 안나는데

액체 필링이 들어 있다.

첫 입을 베물으면

입 안에서 젤리가 팡! 터지면서

액체 필링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안에 필링이 들어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안에서 액체 필링이 팡 터져 나올 때

살짝 놀란 듯.

필링은 달콤 향긋했다.


이때부터

프렌치 퀴진 혹은 이 식당은

색감, 식감, 향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세트라 캐비아를 올린 메추리알과 사바용 소스의 그린 아스파라거스.


사바용 소스는

서버님이 직접 테이블에서 뿌려주신다.

계란으로 만들은 소스라고 하셨다.

정말 부드러운 계란 노른자 맛이 났다.


메추리알은 1.5알이다.

1알은 가운데 시금치로 만든 액체로 코팅되어 있고

0.5알은 캐비어 밑에 있다.


캐비어를 2-3번 정도 먹어본 것 같은데

톡톡 터지는 식감이 날치알보다는 좀 고급지긴 한데

무슨 맛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메추리알도 매우 잘 삶으셨는데

메추리알은 메추리알 맛.


아스파라거스는 생각보다 먹을만 했다.

식감이 좋았다.


전체적으로

내가 알던 맛을 특별히 맛있게 끌어올렸다거나

내가 모르던 전혀 새로운 맛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재료간의 조화가 괜찮았고,

각 재료마다의 개성있는 식감이

도드라져서 먹는 재미가 있었다.



2번째 빵: 로즈 브레드.


중식의 꽃빵을 연상시키는 빵.


 촉촉하게 구운 패스트리와

쫄깃하게 반죽한 식빵의

중간 정도의 식감이었다.


이 식당의 빵은

뭐하나 빠짐없이 맛있었다.


벨루가 렌틸, 해초, 오이와 펜넬 젤리를 곁들인 전복 구이.


사진에는 전복하고 연두색 소스만 보이지만

벨루가 렌틸콩은 밑에 깔려있다.

이 렌틸콩이 특별한 맛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콩맛이 나는데

식감이 아주 좋다.


해초는 

사진에서 전복 밑에 깔려 있는데

생김새가 우뭇가사리가 아닌가 싶다.

해초 자체는 특별한 맛이 나지는 않았다.

식감 담당인 듯.


연두색 소스는 액체가 아닌 젤이다.

펜넬은 먹어본 적이 없어서 구분을 잘 못하겠지만

소스 젤과 같이 전복을 먹으면 오이향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요리의 메인은 전복.

전복하면은 오독오독한 식감으로 

보통 기억하고 있고,

혹은 일부 고급음식점에서 

아주 부드럽게 조리한 것도 먹어본 적이 있다.


신라호텔 콘티넨탈의 전복은

탱글탱글, 살짝 쫄깃한 듯 싶다가

너무 부드럽지는 않으면서

적당히 쉽게 잘 씹히는

독보적인 식감을 가졌다.

그리고 적당히 양념이 베어들어서

전복에 이렇게 양념을 베게 할 수도 있고

그렇게 이런 맛도 낼 수 있구나 하고 놀랐다.

입에 넣기 전에

전복의 향이 코로 스르륵 들어오는데

씹지도 않았지만

향만으로 '맛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복을 렌틸콩, 우뭇가사리, 젤과 함께

먹으면 각각의 차별화된 식감과 향의 대향연이

입안에서 펼쳐진다.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느낌.

상대적으로 우뭇가사리의 식감이 묻히긴 한다.



니스 풍미의 바삭하게 구운 옥돔.


니스(Nice)의 조리법을 활용하여 구운 옥돔이다.


프랑스 세트 메뉴에

옥돔이라니

의외의 재료 선택이었다.

서버님께서는

최대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밑의 소스는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

살짝 새콤한 것 같다가도

옥돔과 같이 먹으면 잘 어울린다.


서버님이 식사를 마칠 때 쯤에

가장 맛있게 먹은게 뭐냐고 물어보셨는데

당연히 옥돔이라고 말씀드렸다.


옥돔의 맛이나 식감이 대단했다.

우선 아주 적절한 짭쪼름한 간이 살속까지 균일하게 되어있는데

생선살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찬다.

식감도 정말 만족스러웠던 것이,

쫀쫀한 것 같으면서, 씹으면 적당한 탄력도 느껴지고,

그렇지만 또 입안에서 부드럽게 살이 흩어진다.

매우 맛있다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세번째 빵: 스틱 브래드.


서버님께서

신라호텔 콘티넨탈의 시그니처 브래드라고 소개해주셨다.


스틱 브래드는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에 찍어서 먹는다.


서버님께서 치아바타 설명해주실때 말씀해주셨는데

이 스틱브래드도 이태리 빵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같은 유럽 권역 국가이고 하니

코스 메뉴에 넣어 제공하고 계시다고 하셨다.


프렌치 식당을 예약하기 전에

내 머릿속에 있는 하나의 의문이...

프랑스 요리는 뭐가 다르지? 정체가 뭘까?

프랑스 요리법은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양식이라고 부르는 요리들에

이미 여기저기에 많이 응용되고 있는 것 같고...

딱히 프랑스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바게뜨, 크로와상, 라따뚜이(영화땜에 ㅋㅋ), 꼬꼬뱅, 마카롱

이 정도이지 정찬 메뉴로는 딱히 아는게 없었다.

이탈리안이나 프렌치나 결국 메인은 스테이크 아닌가?


내가 프랑스 음식에 무지해서

이런 줄 알았는데

신라호텔 콘티넨탈에서도 이렇게 나오니

점점 헷갈리기 시작.


현대를 살면서

더이상 국적 중심의 조리법 정체성 구분은

점차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다는

결론 뿐.


암튼

다시 스틱 브래드의 감상평으로 돌아오면...


생김새는 

Auntie Anne's 프레즐이 떠오른다. ㅋㅋㅋㅋ

엄청 고급진 버전의 프레즐 비주얼.


맛은 프레즐과 영 딴판이다.

겉은 엄청 훨씬 비교안되게 바삭하면서

속은 프레즐처럼 질기거나 쫄깃하지 않고

촉촉하고 씹기에 더 부드럽다.

맛은 고급지게 베이직한 빵맛.


이 스틱브래드가 약간 신세계인 것은

그 바삭함 때문이다.

엄청 바삭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거칠지가 않다.

'바삭'한 느낌을 주면서도

엄청 미세하고 고운 입자로 입안에서 분해되는 느낌.




쿠스쿠스와 가스트리크를 곁들인 호주산 양갈비 숯불구이.


양갈비라고 하지만

먹기 편하게 갈비살은 발라서

스테이크로 만들어 주셨다.

갈빗대에 붙은 살은

사진속 양갈비 밑에 깔린

야채 밑의 쿠스쿠스에 사용되었다고 하셨다.


접시에 가운 소스 3종과

서버님이 직접 뿌려주시는 핫 스테이크 소스 1종이 있고,

영국산 소금, 프랑스산 게랑드 소금, 한국 신안 천일염, 와사비가 따로 준비된다.


그리고 사이드 디쉬로

매쉬드 포테이토가 나온다.


양갈비 스테이큰 약간 실망.


우선 미디움을 부탁드렸는데

미디움 웰던이 아닌가 싶었다.

미디움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인지의 차이가 있다보니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은 아닌 것 같다.


양갈비에 실망한 또 다른 이유는

양고기의 향을 다 제거해내셨다는 점.

양고기 마니아보다는

일반 대중에서 조금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

향을 숯불로 덮어버리신게 아닐까?


차가운 액체 소스 3종은

비주얼과 향으로 승부하는 것 같다.

특히 향이 좋아서

양고기의 향을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이

좋아할 것 같다.


뜨거운 스테이크 소스는

스페인식인지 스페인산인지 그렇다고 하셨는데

받아적지 못했다.ㅋㅋㅋ

내 느낌으로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와인 베이스 스테이크 소스와 

가장 가까운, 익숙한 맛이었다.


맛있는 녀석들의 김준현이 

고기는 소금이랑 같이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인정.


우선 소금 맛만 보고 비교해봤을 때

내 최애 소금은 프랑스 게랑드 소금.

왜 게랑드, 게랑드 하는 지 알겠더라.

소금이 감자칩보다 더 바삭아삭 씹는 맛이 있다.

그리고 큰 덩어리를 씹어도 생각만큼 짜지가 않다.

미네랄이 많은가 보다.

그래서 그런지 오묘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셋 중에 젤 짠 소금은

영국산 소금.

나름 유명한 소금 같았는데,

비교하다보니 3등.


2등은 신안 천일염.

신안 천일염이라고 해서

내가 알던 소금맛이 아닐까 했는데

여기서 주는 건 좀 달랐다.

생각보다 덜 짜고, 맛이나 식감이 부드러웠다.


와사비랑 고기랑 같이 먹는게

요즘 최신 트렌드라고 알려주셨는데,

와사비를 안 좋아해서

전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삿포로 미슐랭 2스타 덴푸라 아라키에서 먹었던

매콤하기보다는 향긋했던 와사비였으면

잘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금은 달랐다.

내가 느끼지 못했던 고기의 향이

소금과 먹으면 입안에서 훅~ 품어 올라왔다.

양고기 특유의 향은 느끼지 못했지만

고기의 향은 분명하게 났다.

즉, 소고기인지 양고기인지 향으로는 구분 불가능했다는 점.

개인적으로

게랑드 소금이랑 먹었을 때가 가장 맛있고

식감도 제일 좋고, 향도 잘 살아났던 것 같다.


매쉬드 포테이토.


처음 먹었을 때는

고소한 데 느끼하다는 느낌.

점점 배가 불러오는데

다 먹기 힘들 것 같았다.

그치만 나도 모르게 손은 계속 가고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더 댕기는 감칠맛이 있었다.


생긴것도 버터처럼 생겼는데

식감도 버터 생각나게 부드럽다.


첫번째 디저트: 제철 과일 콘소메, 콤포트, 젤리, 셔벗


제철 과일로는 수박이 선정됨.


콘소메라고 하지만

내 입에는 수박화채. ㅋㅋㅋㅋ


셔버트도 수박맛과 향이 진하다.

금가루가 뿌려져 있다.


콘소메에 담궈져 있는 수박 건더기는

콤포트인듯.

뭐에 절였다고 설명해주셨다.

그치만 그냥 매우 달큼한 수박맛 ㅋ


젤리는 특별한 기억이 없다.


의외의 한 방은

콘소메에 들어간 해바라기씨 초콜릿.

수박 씨앗처럼 보이지만 수박씨가 아니다.


수박과 초콜릿이라는 조합이 잘 안어울지 않을 것 같지만

달큼 시원한 수박과 달짝 쌉싸래한 초코는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초코를 다 녹여 먹었을 때 나오는 해바라기씨는

이 조합의 화룡점정.

고소한 수박이란 이런 느낌이구나를 깨달을 수 있다.


메인 디저트: 코코넛 아이스크림과 다크 초콜릿 소스의 금귤 밀푀유.


주황색 캡슐같이 생긴 것이 

금귤(낑깡)을 절여서 돌돌 말은 것이다.

여기에도 금박이 올라가 있다.


가운데 링이 아마도 금귤 밀푀유.

이거 생각보다 상당히 단단하다.

식당이 너무 조용한 분위기라서

식기 소리 안내면서 이거 잘라먹기 힘들었다.

단단한 만큼 엄청 바삭바삭함.

부드러운 바삭함이 아니라 단단한 바삭함.


금귤 밀푀유 밑에는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깔려있다.

이 아이스크림이 요물인게,

기본적으로 달지 않은데

무엇이랑 같이 먹느냐에 따라서

맛이 확확 돌변한다.

그냥 이 아이스크림만 먹으면

無맛의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밀푀유와 이이스크림을

그릇 밑에 있는 초콜릿과 함께 먹을 수도 있고

금귤 절임과 함께 먹을 수도 있다.

곁들이는 재료에 따라 맛이 변화무쌍하다.


미냫디즈/미냐르디즈(Mignardises)


마지막 후식으로

차 또는 커피가 제공된다.

나는 홍차를 주문했다.


초록색 반구의 디저트의 정체는

초콜릿.

무난했다.


그 밑의 노란색 조각케이크처럼 생긴 것은

화이트 초콜릿.

화이트 초콜릿을 깨물으면

안에 숨겨져 있던 무스 같은 무언가가

팍!하고 흘러 나온다.


그 왼쪽의 젤리는 생각보다 전혀 달지 않고

상큼 새콤한 맛이 난다.

찐득한 식감이 생각보다 기분을 좋게 해줬고

씹으면 씹을수록 

시트러스 향이 묵직하면서도 은은하게 올라왔다.


가장 의외의 한방은 마카롱.


보통 마카롱은 바삭하지 않은가?

이 마카롱은 바삭하지 않다!!


처음 입안에 닿는 느낌은

살짝 눅눅한 듯한 느낌.

그리고 혀로 입천장을 향해 마카롱을 눌러보면

부드러운 가루가 되어 스르륵 녹아 없어진다.

그러고 나면 마카롱 필링 크림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향긋한 채소향이 확 올라오고

약간 멘톨같은 느낌도 나서

민트 필링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독특한 마카롱에 관해서

서버님께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다.

ㅋㅋㅋㅋㅋ


우선 왜 바삭하지 않게 했나요?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서 

마카롱을 2주간 숙성시키셨다고 한다.

로비 베이커리에서 파는 마카롱과는 

다른 식감일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해주셨다.


이 필링은 민트 맞나요?

민트가 아니라 라벤더라고 한다.


이렇게 식사를 마무리 지었다.

식사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


장마일 때 방문해서

신라호텔 최고층의 뷰를 제대로 담을 수는 없었다.


빗방울이 맺힌 뷰도

나름 운치가 있기는 했다.


<총평>

식감, 향, 색상으로 승부하는 식당이라고

평하고 싶다.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충실히 내시는 것

인정.


그치만 내가 알던 재료들의

새로운 맛을 일깨워주는 부분에 있어서

약간 내가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복이랑 옥돔을 그렇게 잘 먹어놓고

이런 느낌이 왜 드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피타이저 샐러드나 양고기 스테이크가

엄청 특별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가 아닐까?


직원분들의 서비스는

흠잡을 데가 없다.

음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기본이고,

내가 귀찮게 이것저것 프렌치 무식자 질문을 많이 던졌어도

되려 반겨하시면서 즐겁게 답해주셨다.


그리고 

식당의 테이블 수에 비해서

서빙해주시는 직원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다.

그러다보니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다 먹은 접시가 늦게 치워지는 일이 있을 수가 없다.


나는 혼자 먹고 있었는데

내가 좀 불편해 보였나 보다.

한 서버분이 혼자와서 드시는 손님들이 요즘 많으니까

불편해하지 않고 드셔도 된다고 배려의 멘트를 날려주셨다.


그치만

내가 불편해보였는지는 몰랐었다.

아마 불편했던 이유는

처음 프렌치 음식을 접해보는 데다가

포크와 나이프가 너무 많아서

(뻥 좀 보태서) 약간 현기증이 날뻔 하긴 했다.


테이블간 간격은 엄청 넓다.

테이블간 간격만 보면 프라이버시는 당연히 보장되지만

식당이 매우 조용하기 때문에

3-4m 떨어진 테이블의 가족들이 대화하는 내용이 잘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스탭분들이 정중하고 격식있으면서도

매우 조곤조곤하게 말씀하신다.

스탭분들은 다 남자분들이셨는데

보통 남자분들의 발성법이 아니라고 할까.

처음에는 서비스 교육을 그렇게 받으셨나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반 대화하는 톤으로 이야기하면

이 조용하고 공간 많은 식당에서

너무 멀리 소리가 전파되기 때문에

최대한 조곤조곤하게 말씀하셨던 것 같다.


매우 새로운 프렌치 레스토랑 경험이었고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기분이 업되긴 했지만

가격이 후덜덜해서 다시 올 생각은 쉽게 못 할 것 같다.


<트리비아>

이 식당에 계신 스텝분들은

다들 엄청 포멀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에

움직임이나 말투에서 멋진 기품이 묻어나오신다.


그 와중에 

한 스탭분이 엄청 잘 생기셨다.

키도 크시고 비율이 모델 같으심.


그분을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은

"ㅅㅈㄱ가 왜 여기서 서빙을 하고 있지?"


계속 보니까 ㅅㅈㄱ는 아니신데,

ㅅㅈㄱ 보다 이목구비가 더 또렷하신 듯.

ㅅㅈㄱ보다 더 잘생긴 것 같기도.

세상 다 가지신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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