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싱가포르 여행]

시누아즈리

Chinoiserie Modern Asian by Justin Quek, 

at The Shoppes at Marina Bay Sands

(2018.10.01.)



시누아즈리(chinoiserie)가

이 식당에서 조합한 말인 줄 알아는데

지금 네이버 검색해보니까

'중화풍'이라는 뜻.


공부가 많이 부족했던 것을

다시 한번 느끼며

얼굴이 화끈... 


더 숍스 앳 마리나 샌즈 베이 앞에서

레이져 쇼를 보고

끝나자마자 가든스 바이 베이에서

조명쇼를 보기로 했다.

(짠내투어에서 본 일정을 따라함)


그래서

저녁을 더 숍스 앳 마리나 샌즈 베이나

마리나 샌즈 베이에서 하기로 결정.


카지노도 있고

객실도 엄청 큰 호텔에 딸린 쇼핑몰이라서

식당은 상당히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그닥 끌리는 게 없었다.


고든 램지의 레스토랑이

가격이 엄청 비싸지 않아서

가격적이 면에서는 약간 끌렸지만,

스테이크는 약간 물리는 느낌.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는 그렇게 소리지르고 욕 많이 하는 사람

완전 싫음...


직장에서 욕하는 놈들은

문제가 있다며 ㅋㅋㅋ


결국 고민 고민하다가

가게된 것은 시누아즈리.


저스틴 쿽이라는 사람이

얼마나 유명한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쉐프 이름을 강조하는 걸로 봐서는

약간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시누아즈리는

숍스 앳 마리나 샌즈 베이의 지하 1층에 있다.


쇼핑몰의 지하에 식당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했고

게다가 모던한 느낌이기는 하나

크게 눈에 띄지 않아서

눈 앞에 두고서

식당을 못 찾아 헤메기도 했다.


시누아즈리에 입장하면서

예약자 이름을 말했다.

근데 듣지도 않고

예약 안 하면 식사 못한다고 하시는 것.


내 예약 취소된거냐고 물어보니까

그제서야 예약자 명단 뒤져보더니

테이블을 안내해줬다.


맘 상하기 시작.


나는 보통 5시에는 저녁을 먹는터라

항상 저녁 영업 시작 시간에 예약한다.


레스토랑은 테이블이 촘촘하여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치고

프라이버시가 그닥 보호되지 않는 편.


프라이버시가 필요하다면

별도의 다이닝 룸을 예약해야하는 것 같았다.


이날 단체손님이 있는지

중요한 손님이 오는지

모든 신경은 다 프라이빗 다이닝 룸에

쏠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신기한게

그분들 말고는

식당에 손님이 거의 없음...


테이블에 보통 접시가 세팅되어 있는데

그 전에 사진을 못 찍은 것 같다.


스틸 워터.


이 생수 브랜드는 또 처음이네.



혼자 식사하러 왔다고

서버분께서 셰프의 자서전?같은 책을 주셨다.

쉐프의 자기애가 쩌는 것 같다.

ㅋㅋㅋㅋ


나는 매 코스에 대한 메모를 남기느라

책 볼 정신따윈 없었다.

내가 주문한 세트는 Knowing 세트.


이 때도 감기에 걸려서

골골대고 있었는데,

와인 페이링을 할까 말까 하다가

와인 페이링을 하고

제일 저렴한 메뉴를 먹기로 결정.


모던이라는 이름하에

중식(광동식인듯)을 퓨전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식당이라서

Knowing 이라는 작명을 하신건가

혼자 추측.


샴페인.


저스틴 쿽이 개인적으로 선별한

샴페인이라고 한다.


샴페인치고는

스파클이 거의 없었다.


서버님께서는

100% 샤도네이로 만든 샴페인이라서

기포가 없다고 설명해주셨다.


그치만

병을 바로 따서 주신게 아니고

가장 마지막 잔을 따라주신터라

괜히 믿음이 안 갔다.


항상 샴페인은 새 병을 따주셨었다.

내가 다 마시지는 못해도

첫개봉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게 없어져서 약간 실망.

ㅋㅋㅋ


에피타이저 수프.


감자 수프같은 맛이 좀 났는데

질감은 약간 질은 크림 느낌.


양파랑 허브의 느낌이 났다.


서버님이

샐러리가 들어갔다고 알려주셨는데

허브의 느낌이 샐러리였던건가 싶다.


위에 올린 건 캐비어인가 싶지만

캐비어 맛을 좀처럼 못 느끼는 1인.


트러플 버터.


먹느라 정신이 없었는지

빵 사진도 못 찍고

버터를 반을 갈라서 덜어내려다가

앗차차차하면서 급하게 찍었다.


트러플 버터는

빵 맛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트러플의 향이 강했다.


트러플이

고급지고 독특한 향이 나는 것이 매력이지만

다른 향과 조화를 이루기에는

너무 강한 향을 가진 것 같다.


트러플 만두부터

리조또, 소금, 버터 등

나도 모르게 꽤나 트러플을 먹어봤다.

일단 먹고 나면 강한 풍미에 감탄하기는 하지만

나중에 기억 속에 남는 것은

트러플의 강한 향뿐.


빵이

엄청 폭신하고,

쫄깃하고,

맛있다.

라고 메모를 남겨두었는데

사진을 남겨두지 못했다. ㅠㅠ



Duo of Starters.


여기서부터가

진짜 코스의 시작이다.


중국식 새우장.


중국의 조리용 술에 재웠다고 한다.

술에 재운 생새우가

엄청 탱글+쫄깃+달큼.


우리나라 간장 새우같은 건가 싶었는데

간장새우랑 다르게 달큼한 맛이 생각보다 강했다.

그치만 계속 먹다보니 짜긴 했다.

첫맛은 단맛이 강하지만

끝맛의 여운은 짠맛이었다.


새우와 함께

연어알을 넣어주셨는데

연어알이 팡팡 터지면서

새우의 식감과 대조를 이루었다.

이런 대조 칭찬해.


생굴.


유럽식으로 준비한 생굴이라고 한다.


사실 나는 이전에 생굴을 먹어본 적이 없다.

익은 굴도 그닥 안 좋아한다.


그치만

비싼 돈 내고 왔으니까

그냥 먹어본거지

내가 찾아서는 안 먹는다.


다행히

TV프로그램에서처럼

바로 채취한 굴을 양념없이 생식하는 건 아니어서

도전할 때 크게 두렵진 않았다.


이 비싼 레스토랑에서

굴이 비릴리가 없을거라며

최면을 걸었다.


막상 먹어보니

비리지 않았다.

생강향이 날 것이라고

서버님이 설명해주셨는데

나는 생강향을 느끼지 못했다.


양념이 된 생굴이라

첫맛은 짭쪼름했고,

씹으면 씹을수록 파래향이 입안에 맴돌았다.


Double Boiled Soup.


두 번 끓였다는 수프.


아주 담백하다.


오른쪽에 유부같이 생긴 해면체는

제비집이 아닌가 싶다.

홍콩에서 제비집 수프 처음 먹어봤을 때

그 때의 요상하게 아삭아삭한 식감이랑 비슷했기 때문.

그리고 맛이 없기(無) 때문에

더욱 제비집인 것 같았다.


맛은 약간 돼지고기 육수 같은데

들어간 고기는 닭고기처럼 생겼다.

대추도 들어가 있고 해서

비주얼로만 보면 삼계탕.


그런데 막상 먹어보니

닭다리살이라고 하기에 상당히 퍽퍽했다.

닭이 아닌 다른 조류인건가 싶었다.



프랑스 부르고뉴 샤도네이.


어쩌다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샤도네이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서버님이 특별히 샤도네이로 챙겨오셨다.


입장할 때 안내해줬던 서버님은

맘 상하게 말해서 별로였는데

내 테이블을 맡아주신 서버님은

엄청 친절하시고 배려가 넘쳐나셨다.

감사합니다 ㅠㅠ


사알짝 달큰한 것 같으면서

엄청 개운한 와인.


맛을 다양하게 표현해보고자

항상 열심히 노력해보지만

정말 좋은 음식이나 음료를 맛보고

나도 모르게 내뱉는 말은

맛있다!라는 말.


그 "맛있다!"라는 말이 

바로 나오는 와인이었다.

서버님은 내 취향 스나이퍼!


깔끔하면서도

맑으면서도

입안이 개운~~~해지는 데

알코올 느낌도 거의 안나고.


샤도네이를 향한 나의 사랑에

불을 지피게 만든 와인.


이거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직접 사려고하면

엄청 비싸서 못 살 것 같다.

ㅋㅋㅋㅋㅋ


Chef Justin’s Signature Wok Fried Live Maine Lobster Hokkien Noodle.


랍스터가 들어간

호키엔 누들.


지금 메뉴판에서 이름 옮겨적다가

쉐프 저스틴의 시그니처라고 되어 있어서

깜놀했다.

코스 중에서 가장 별로라고 생각했기 때문.

ㅋㅋㅋㅋㅋㅋㅋ


전반적으로 메모에 남긴 시식평은 나쁘지 않지만

내 머릿속에서 이 디너 세트가 좀 별로라고 생각하게 만든 이유는

바로 이 면요리 때문이었다.


밍숭맹숭의 최고봉이랄까?

2개월이 지났지만 그 애매한 맛은

아직도 나의 뇌에 강렬하게 기억되어 있다.


메모에는

가재가 탱탱하지만,

맛은 맹맹하다고 적어놨다.


계란맛이 강했다.

순한 맛 라면에

물을 과다하게 넣고 끓여서 염도를 낮춘 후

계란을 다량 투하한 듯한 느낌.


빨간소스 없이는 심심한 맛이라고도

적어놨다.


좌측이 나를 살려준 빨간 소스.


홍콩 탕코트(T'ang Court)에서

나왔던 면 요리도

맛이 맹맹해서 당혹스러웠었다.

당시 직원이 빨간 소스와 같이 먹으면

더 맛있다고 하셔서

소스의 자극적인 매콤짭짤한 맛에 의지해서

겨우 비울 수 있었다.


중식 면요리는

다 이런 건가 싶어서

충격이었다.


Chateau Robin Des Moines, 2014.


소고기 스테이크 나오기 전에

권해주신 레드 와인.

테이스팅을 하다가

밍밍하면서 탄닌의 여운만 너무 강한 게

이게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어서

다른 와인을 부탁드렸다.


레스토랑 가서

와인 테이스팅해보고

처음 까봤다.

ㅋㅋㅋㅋㅋㅋ


Paupille Castillon, 2010.


두번째로 가져다 주신 와인.


앞의 것보다

조금 더 향긋하고

탄닌도 너무 강하지 않게 적당한 것 같아서

요걸로 마시기로 했다.


레드는

항상 마실때마다

무슨 맛인지 잘 모르겠지만

앞의 샤또 와인보다는 그래도

뭐라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Charcoal Grilled Angus Beef Braised Baby Abalone.


숯불로 구운 앵거스 비프와 푹 삶은 아기 전복.


클로즈 업.


왼쪽의 앵거스 비프 스테이크.


엄청 담백한 맛인데

부드럽게 썰리지 않아서

접시 긁는 소리 날까봐 신경쓰였다.


간도 좋았고,

소스도 감칠맛이 있었다.


그렇지만

고기만 먹으면

다소 뻑뻑한 느낌이 있어서

같이 나온 채소들과 함께 먹지 않으면

마블링 추구하는 한국인 소고기 맛 기준에 약간 미달.


채소에서 채즙이 촥~ 나오면서

고기랑 같이 먹으니까

맛이 조화로왔다.


아기 전복.


전복도 잘 안 썰렸다. ㅠㅠ

씹히기는 잘 씹혔지만,

부드러운 식감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부족.


야채들의 식감이 더 좋은 것 같다는

메모까지 남겨놓았다.


채소와 같이 먹어야

향도 살아나고 맛이 좀 더 좋아지는 것 같았다.


전복이 담백한 맛은 분명히 있었지만

꼭 야채랑 같이 먹어야할 것 같았다.


Palate Cleanser.


입가심 메뉴.

메뉴판에 '입가심(palate cleanser)라고만

적은 걸로 봐서는

매번 바뀌는 모양.


스푼에 젤리 하나 나오는 게

전부.


그치만

개운하고 상큼하고,

살짝 달큼하니

입가심 역할은 제대로 했다.

디저트 페이링으로 나온

싱글몰트 위스키.

Tamdhu.


디저트에는

와인 대신에 위스키를 추천하신다고

괜찮냐고 서버님이 물어보셨는데,

싱글 몰트 위스키라길래 솔깃해서

좋다고 말씀드렸다.


스트레이트로 주문.

멋이 좔좔 흐르는 것 같은

진한 오크향이 마음에 쏙 들었다.


반면에

알코올의 느낌이 그다지 강하지는 않았다.

되려 부드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홍콩에서 사온

블렌디드 사마롤리랑은

넘나 큰 차이.


이래서 싱글몰트 싱글몰트 하는 건가 싶었다.


어이쿠!

지금 깨달은 건데

티라미수랑 아이스크림 사진을 못 찍었다.

와인에 취해서 정줄 놨었나 봄.

ㅋㅋㅋ


위스키도

티라미수랑 아이스크림이

어울린다고 추천해주신 건데...ㅠㅠ


위스키와 티라미수/아이스크림의 조합은

PERFECT!!

너무 맛있고 잘 어우러졌다.


위스키가

티라미수나 아이스크림의 맛을

개운하게 정리해주고

입안에 오크의 잔향이 감돌게하며 마무리.


마지막 후식.


보통 차 마시라고 같이 나오는 것 같다.


판단(pandan) 마카롱.


동남아 요리에서 판단이라는 향신료가

매우 중요한 것 같다.

동남아시아 푸드 채널을 봐도

계속 판단 맆(pandan leaf)을 계속 외침.

동남아시아 음식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대표적인 식재료인 것 같다.

그래서 마카롱으로 만든 것 같음.


마카롱인데

고소한 맛도 있고

적당히 바삭했다.

위스키를 마셔서 그런건지

마카롱이 그렇게 달게 느껴지지 않았다.


트러플이 들어간 화이트 초콜릿.


이건 정말

전체 저녁 세트 메뉴의

끝판왕!


트러플의 잔향이

너무 진하지 않게 입안에 맴돌아서

너무 좋았다.


심지어 생수를 마시고 나서도

트러플의 잔향이 남아서

향긋한 느낌을 계속 이어나갈 수 있었다.


슈.


초코맛이 났다.


상당히 맛있었나보다.

'디저트 맛집'이라고 메모해놨다.

국수며 스테이크며

약간 실망이어서,

디저트의 임팩트가 더 컸다.

ㅋㅋㅋㅋ


차를 주문했다.


차 값을 따로 내는 줄 알았는데

계산서에는 안 들어갔다.

무상 제공해주는 것 같다.


차에 대한 메모는 남기지 못했다.


계산서.


SGD 264.83 결제했다.


이 금액 외에 

팁도 현금으로 담당 서버님께 줬던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


<총평>

그렇게 맛없게 먹은 건 아닌 것 같은데

결론적으로

맛있는 저녁 한끼였다는 생각이 별로 안들었다.


이렇게 정리하다보니

와인 페이링이나 디저트가 매우 훌륭했던 것 같고

본식, 특히 시그니처 메뉴가 가장 난감했다.


서비스는

약간 판단하기가 애매한게,

내 테이블 담당 서버님은

천사같으셨는데

나머지 분들은 약간 느낌이 달랐다.

찬바람이 부는 분도 있었고.

서비스는 복불복인 것으로.


결론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거나

내가 재방문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돈 내면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한번 체험해봤으면 그만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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