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혼자 여행]

잔(Jaan)

스위소텔 더 스탬포드 싱가포르

Jaan at Swissotel The Stamford, Singapore

(2018.10.02.)




싱가포르는 유명한 도시이기는 하지만

예상외로 미슐랭 3스타는 없었다.


3스타가 있으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게 되는데

3스타가 없으니

고민고민하다가 1스타 중에

70층의 뷰가 끝내 준다는

잔(Jaan)을 예약하기로 결정했다.


Jaan의 저녁 가격은

꽤나 사악해서

런치가 아니면 감당할 수가 없었다.


흔히 3스타가 1스타보다

더 비싸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미슐랭은 가격으로 별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가격은 식당 주인 마음대로인 걸로.


마음만 부자라고 떠들고 다니지만

디너 세트 가격은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싱가포르의 마지막 호텔인 페어몬트 싱가포르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게 예약을 했다.


보통 이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는

5-10분 정도 일찍 도착하면

자리에 미리 안내해주거나

라운지로 이동시켜주던데.


포시즌스 싱가포르의 Jiang Nan Chun에서처럼

12시 땡 치지않고서는

입장을 안 시켜주더라. ㅠㅠ


싱가포르는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것 같다.

식당 리셉션 직원분께서는

12시까지 뷰를 감상하라며(Enjoy the view)

못 들여보내준다는 말을 돌려서 하셨다.


결국 나를 비롯한

다른 손님들도 이퀴넉스(Equinox) 컴플렉스의

홀(hall)이라고 해야하나, 복도라고 해야하나...

그곳에서 서성거리며

반 강제로 70층에서 보이는 싱가포르 전경을 감상했다.

뷰는 좋다.

산에 오른 것 같음.


그치만 다른 식당 앞을 서성거려야하는

상황인지라 약간 민망.


약간 민망해하며

밖에서 기다리다보니

리셉션 직원분이

도착한 순서대로 좌석을 안내해줬다.


화려하게 장식된 천장.

밤에 보면 더 예쁠 것 같다.


내 자리는

식당 정 가운데에 위치.


가능하면 창가 자리로 배치해주면 좋겠다고

예약 요청사항을 남겨놓았지만,

이미 창가자리는 다 찼으니, 

먼저 예약한 손님이 취소를 하면

창가자리를 내어 주겠다고 답이 왔다.


그리고

이 자리로 안내 받은 걸로 보아

취소한 손님은 없었거나

창가 좌석 대기 손님 순서에 밀렸거나.

싱가포르 뷰는 지겹게 봤으니

막상 가운데 좌석을 받고나서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내 자리에서 찍은 창가 뷰.


확대해서 한 방 찍음.


다른 각도의 뷰를 내 테이블에서 찍어봤다.


식전 샴페인을 하겠냐고 권하셨다.


물어봤다는 느낌보다는

약간 강매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으므로

권하셨다고 표현.

ㅋㅋㅋㅋ


전날 무리해서 너무 목이 뻐근하고

(활동량이 많아 피곤하게 잠이 들면

목 근육이 잔뜩 뭉쳐 깨어난다)

자정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면

술은 마시면 안됐다.


샴페인을 좋아하는지라

권유를 선뜻 거절하기 어려웠고

한 잔에 얼마나 하겠어 하고

와인 페이링 대신에 한 잔 마셨다.


좋은 샴페인인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ㅋㅋㅋㅋㅋㅋ


샴페인 1잔이

와인 3잔 페어링 값 뺨침.

ㅋㅋㅋㅋㅋㅋㅋㅋ


문제의 고급 샴페인.

Krug Grande Cuvee.


스파클이 생각보다 많이 올라와서

좀 의외였다.


와인책에서

스파클은 글라스에 세제 잔여물이 남거나

글라스를 닦은 행주?의 천이 남으면

많이 생긴다고 했던게 기억이 났다.

일부러 기포가 나게 천으로 닦는다는 곳도

읽은 것 같고.

암튼 그랬다.


샴페인은

향이 좋았다.

가볍고 산뜻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트러스 향이 나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그치만

이제 가격을 알고 나서

가성비를 생각하면

앙리 지로 엔트리 라인이 더 좋은 것 같다.


오늘의 런치 메뉴.


비싼 샴페인 마신 줄도 모르고

와인 페어링 안했으니까

5 코스로 가자며

별 생각없이 주문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뮤즈 부쉬.


머랭.


되게 바삭할 것 같이 생겨놓고,

입에 넣으니

풍선 터지듯이 사라져 버렸다.


약간 간간한 것 같으면서

달큼하고 향긋했다.


팬케이크.


호두과자처럼 생겨가지고

팬케이크라고 설명하니까...

약간 당황...ㅋㅋㅋ

이거 생긴건 호두과자인데요?라고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요리 설명 길어지면

영어 밑천 드러나는 것 같아서 정신적으로 지치는데

싱가포르 억양으로 말하니 더 기운 빠짐.

그냥 오케이, 오케이, 굿 굿만 반복.

ㅋㅋㅋㅋㅋ


호두과자 생각나게 생겨서

달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짭짤했다.

촉촉함과 따뜻함이 느껴졌고,

크림치즈 텍스처의 소에서 

진~~~~~한 치즈맛이 느껴졌다.


호두과자와

맛의 방향성이 너무 달랐다.



위의 2개 중 하나가

피쉬 앤 칩스였고, 다른 하나는 일본식 크래커였다.


메모는 그렇게 남겨놨는데,

식사하고 만 2달만에

글을 쓰려니까

뭐가 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여행 갔다오고 나서

일 폭탄을 맞아서 힘들게 지켜온

나의 워라밸이 산산 조각 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ㅠ


피쉬 앤 칩은

바삭한 식감에

채소향이 지배적이고

생선향은 살짝 났다고 메모해놨다.

짭짤한 맛이라고.

생선살이 아주 잘은 질감으로 느껴졌다고.


이런 메모로 봤을 때

타르트처럼 생긴 음식이 피쉬 앤 칩이었나 보다.


그럼 뻥튀기 같은 거에

연어알 같은 거 올린게

일본식 크래커인듯.


달콤한 맛이라고 적어놨다.

향신료의 향이 샤~악하고 올라왔다고.

크리미한 느낌에

맛이나고 중독성을 느꼈다고.

카레 같다는 메모도 남겼다.

 

트러플 수프와 패스츄리.


트러플 수프.


처음 트러플이라고 소개를 들었을 때는

'또 트러플인건가?'

나도 모르게 약간 식상하다는 반응이었다.


살다살다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내가 하게 될 줄이야...

ㅋㅋㅋㅋㅋ

오래 살았나 싶기도 하다.


트러플 수프는 스푼으로 떠먹지 않고

그냥 마시면 된다고 설명해주셨던 것 같다.


마시기 전에는

그냥 일반적인 스프의 향이 나는 데

들이키면서 입안에 들어오면

트러플의 향이 국물과 함께

내 혀, 목,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스윽~ 들어온다.

트러플을 흡입하는 듯한 느낌이 재밌었다.


스프 안에

견과류가 들어가 있어서

씹는 재미도 있고

맛도 좋았다.

짭쪼름하니 참 맛있었다.


패스츄리는 건조하면서 바삭했다.


돌에 발려 있는 허연 것은

바로 버터.

버터를 돌에 얇게 펴 발라서 서빙해 주셨다.

허브 솔트가 뿌려져 있어서

허브의 향이 훅 들어온다.


식사용 빵이 나왔다.

2종의 버터와 함께.


이건 해초 버터.


요즘도 이런 이름으로 부르는 지 모르겠는데

생과자? 양과자?라고

파래 살짝 뿌린 딱딱한 부채꼴 과자가 있는데

거기에 들어간 파래가 연상되는 향이었다.


엄청 고가의 음식들을 리뷰하고 있는데

비교하는 음식은 계속 평범한 한국음식들 ㅋㅋㅋㅋ


요건 일반 버터.


빵.


보기만해도 딱딱해서

먹기 힘들게 생겼다.


겉이 딱딱한 것은 맞지만

속은 엄청 촉촉하고 부드럽다.


킹크랩.


첫번째 메인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자세히 보면

통살이 한 조각 있고

게살을 뭉친 것은 

초록색 셔벗같은 거 밑에 숨어 있다.


킹크랩 통살 컷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잘게 썰어 나온 채소들과 함께 먹으면

채소의 향이 강해서 킹크랩의 향이 묻힌다.


게살을 뭉친 것은

초록색 셔벗?(차가워서 우선 셔벗이라고 하겠음)과

함께 먹어봤다.

셔벗과 섞여서 더 개운한 느낌이 강화되면서도

되려 통살 컷보다 게향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사진으로는 초록색 셔벗 소스만 보이는데

밑에 갈색 소스도 있었나보다.

메모에 갈색 소스는 짭조름하면서

향이 좋아 맛있다고 적어놨다.

Eggs in an Egg.


Eggs in an Egg 단독사진.


왜 알 속의 계란이냐면

이런 타조알 같이 생긴 뚜껑에 덮여서

계란요리가 나오기 때문.


계란의 맛은 은은하게 나면서

로즈마리와 훈연 향이 느껴졌다.

요리 이름은 알 속의 계란이지만

새콤달콤하게 절인 듯한

버섯의 맛이 더 강했다.


파마산 치즈가 잔뜩 올라간 빵.


빵 알갱이?의 식감은 다소 거칠지만

파마산 치즈의 맛이 은은하면서도 진하게 난다.

식빵을 튀긴 건지 뭔지 정체 불명.


Snapper(도미)


처음 서빙될 때는

도미랑 가니쉬랑만 나오고

테이블에서 서버님이 소스를 뿌려주셨던 것 같다.


도미에 간이 배어 있어서

짭짤했다.

도미 살은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살결을 느낄 수 있었다.


도미살 말고 왼쪽에 구멍 뚤린 재료는

뭔지 모르겠는데 쫄깃했다.


해초를 베이스로 해서 만든 소스라고 하는데

나는 해초 느낌은 별로 못 느꼈고

되려 콩 맛이 소스에서 많이 나는 것 같았다.


Salt Marsh Lamb.


양고기도 맛있게 먹기는 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메모한 게 사진 속에 무엇인지

매치가 잘 안된다.ㅠ


레몬, 살구, 허니 어쩌구 브라운 소스가

양고기와 함께 나온다.


양고기는 많이 안나오는데

소스는 많이 나와서

약간 짜증.


양고기가 생각보다 잘 안썰렸지만

막상 입에서는 부담스럽지 않게 잘 씹혔다.

양고기는 조금 간간한 편.



양고기 오른쪽에

직사각형 사이드 디쉬?가 있는데,

윗부분은 달달하면서 짭쪼름하고 향이 좋았다.

밑부분은 바삭바삭했다.

가지(aubergine)를 사용한 요리가 이거 같음.

가지가 생각보다 아삭아삭했다.


요건 뭘까?

다 먹긴 했는데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슬프다.


디저트 전에

치즈 코스를 권하길래

생각없이 그냥 또 예스를 남발.

ㅋㅋㅋㅋㅋ


치즈가 종류별로 나오고

치즈와 같이 먹을 수 있는 크래커/스낵류가

함께 나온다.


잼같은 스프레드류가 2종 나오는데

이거랑 크래커랑 건과일이랑 치즈를 같이 먹으니까

여러가지 맛이 섞이면서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예상하지 못했던

치즈코스를 주문했고

치즈 코스가 먹는 데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2시에 마사지 예약해놨는데

벌써 시간은 1시 30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때부터

급하게 먹기 시작했다.

ㅠㅠ


소르베.


5 코스라고 해서

딱 5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메인 디저트만 1코스로 카운팅 하는 것 같고

디저트 스타터?가 나왔다.


소르베는 라임으로 만든 것 같고

오른쪽은 거품을 냈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오이가 깍뚝 썰어져 들어가 있었고

시트러스류의 과일은 과육만 발라져서 들어가 있었다.

시트러스랑 오이의 조합이 상당히 좋았고

여운이 오래 남았다.

상당히 상큼하고 개운한 맛의 음료를 마신 느낌이었다.


메인 디저트인 초콜렛.


약속이 있어서

빨리 갖다달라고 재촉했다.

ㅠㅠ


하나는 찬 디저트이고, 

하나는 따뜻한 디저트, 

나머지 하나는 실온 디저트.


요게 찬 디저트였던 듯.


맛있었는데

너무 급하게 먹어서

메모를 못 남겼다.


너무 급하게 먹은 것도 있고

시간이 많이 지난 것도 있어서

메모 남긴 따뜻한 디저트와 실온 디저트가

어떤 사진인지 모르겠다.


따뜻한 디저트에는

브라우니같은 것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안 달고 엄청 고소했다고 적어놨다.

브라우니의 초코 맛은 약한 편이었는데

초코 소스가 초코 맛을 강하게 보완해줬다고.

초코라서 쌉쌀한 맛이 있는데

부드러운 쌉쌀함이라고 적어놨다.


메인 디저트에는

셰프님이 좋아하는 시를 발췌하여

함께 서빙되었다.


아까 알 속의 계란처럼

쉐프님이 언어유희나 문학을 즐기시는 모양이다.


나는 문학 잘 안 좋아하고

영어로 된 시는 더 안 와닿고

나는 마사지 시간 늦을까 쫓기는 마음뿐.


여기서

후식이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ㅋㅋㅋㅋㅋ



초코볼.


둘 다 넘나 맛있었다.


3가지 후식이 3단 찬합처럼

짜잔~하고 나타난다.


젤 밑에 있는 것은

시트러스 향이 좋았고

크림은 매우 부드러웠다.


가운데 초코케익은

'평타'라고 메모해놨다.

ㅋㅋㅋㅋ

바쁜 와중에 냉정함.


제일 위에 있는 것은

베이스는 바삭한데

크림은 매우 부드러워서

대조가 좋았다.

새콤한 맛도 일품.



128 싱가포르 달러 음식 먹겠다고 갔다가

디너 먹은 것 만큼 카드 긁고 왔다.

ㅋㅋㅋㅋㅋㅋ


<총평>

싱가포르에서 방문한 식당들 중에

제일 맛있었고

제일 파인 다이닝스러웠다.


가격이 사악하고

계속 뭘 추가하라고 해서

약간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먹고 나면 값어치는 하는 것 같았다.


직원들의 서비스는

우수했지만,

싱가포르 영어 억양에 익숙하지 않아서

설명을 다 알아 먹지 못해

혼자 답답한 것은 있었다.


싱가포르에 가게 된다면

재방문을 고려하겠지만

이 식당 때문에

싱가포르가 가고 싶어지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미슐랭의 평가 기준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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