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타키나발루 혼자 여행] 

스노클링

(2017.05.03.)


제설턴 포인트(Jesselton Point) 입구.


나는 수영을 못 한다.

과테말라 해변 파도에 쓸려가

죽을뻔했던 경험도 있었다.


스노클링은 

해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도전해보기로 하고

제설턴 포인트에 방문했다.


하얏트에서 

걸어서 10~15분 정도 거리.


제설턴 포인트에 들어가면

바로 여행가 10개 정도가 모여있는

부스가 있다.


어느 섬에 가고 싶은지

인원은 몇명인지

장비는 무엇을 대여할 것인지를

결정하면 된다.


패키지 투어로 가면

이런 거 직접할 필요가 없다.

대신 비싸다.


그리고

지난 하롱베이 투어에서

혼자서 

패키지 투어 잘못 끼면

상당히 불편하고

밥도 맛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던 지라

그냥 현지 여행사와 

현장에서 부딪혀보기로 했다.


10여 곳의 여행사들은

대부분 비슷한 상품을

비슷한 가격대에 제공한다.

그래서 아무데다 찍어서 물어봤더니

1명은 안 받겠단다.

헐...


옆 여행사에 물어보니

다행히

1명도 받아주겠다고 하더라.


스노클링 마스크는 한국에서 구입해왔고,

왕복 이동 티켓과 오리발, 구명조끼를 대여했다.


보통

여기서 호핑투어 다니는 섬들이

사피, 마누틱, 마누칸, 만타니니 등이 있는데,

사피를 보통 가장 많이 간다고 한다.

그래서 사피를 피해서

남은 3곳 중 어딘가에 갔는데...

기억이 안난다.

ㅋㅋㅋㅋㅋ


티켓 받아서

기다리면 여행사 직원이 모이라고 한다.

근데 누가 어느 여행사인지 모르니

여기저기 계속 기웃거리면서 물어봤다.

오리발도 잊지말고 달라고 했다.


이 때는 배가 다 빠져 나간 상황.


내가 탄 보트를 찍지 않고, 

옆 보트를 찍는 이 센스. 

ㅋㅋㅋㅋ


보트는 

약 15분-20분을 열심히 달려서

사피섬에 먼저 도착했던 것 같다.

그 다음에 

마누틱인지 

만타니니인지 

마누칸인지에 갔다.


여행사랑 협상?할 때

패러세일링이나 씨워크 같은

특별한 액티비티를 고를 수도 있지만

쫄보라서 그런 건 엄두도 못 냈다.


이날은

맥주병이 구명조끼입고

스노클링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인 것이었다.


그렇게 섬에 도착하면

하얀 백사장이

선착장 좌우로 펼쳐져있다.


아침 일찍 제일 먼저 도착했다.


사람없고 한적하다.

그래야 

내가 물속에서 아둥바둥해도

덜 창피하니까.


처음에는 

바닷물에 몸을 맏기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었다.

구명조끼가 있었음에도

긴장이 많이 됐다.

온 몸에 힘이 팍 들어감.

ㅋㅋㅋㅋ


이 마스크도

처음써보는 것이라

분리형보다 훨씬 편한 것이라고는 했지만

처음에는 어떻게 쓰는 지 몰라서

약간 씨름했다.

ㅋㅋㅋㅋ


1시간 정도

그 얕은 바닷물에서

혼자서 사투를 벌이다보니

어느정도 적응이 되면서

쬐~~금 더 멀리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오리발로 방향 전환하는 법도 터득.


이 때는 몰랐는데

나처럼 수영못하는 사람,

나처럼 근력없는 사람은

오리발이 꼭 필요하다.

오리발 없으면

아무리 발을 차도

파도에 밀려서 나아가질 못하더라.

ㅋㅋㅋㅋㅋㅋ


점심때가 다가오니

사람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한국인 커플들도 눈에 띄었다.

그 중

한 커플은

둘 다 물 한방울 안 묻히고

그냥 해변에 앉아서

말도 많이 안하고

선글라스 낀 채로

다른 사람들 노는 거 구경만 하고 있었다.


나는 2시에 

제설턴 포인트로 돌아가기로 

예약을 해뒀다.

그전에 뽕 뽑겠다고

바다에서 엄청 시간을 많이 보냈다.

중간 중간 쉬기는 했지만

내가 언제 다시 스노클링 하게 될 지 모른다며

최대한 오래 스노클링했다.


이 해변가에는

산호나 돌 같은게 거의 없기때문에

물고기는 매우 드물었다.

물이 맑은 것은 맞지만,

바닥의 흰모래가 파도에 쓸리면서

뿌옇게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물고기가 선명하게 안 보인다.


선명하게

물고기를 많이 보고 싶으면,

돈을 더 내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하는

스노클링 패키지를 해야하는 것 같다.


여기는 그냥 해수욕장에서

혼자 노는 스타일.


여기 오기 전에

혼자 호핑투어에 나선

블로거의 후기를 봤었는데,

그분은 컵라면을 미리 사왔고,

뜨거운 물은 

섬에 있는 슈퍼에서 돈주고 사서

식사를 해결하셨더라.


나는 그냥

과자랑 음료수를 미리 사와서

대충 때웠다.


혼자 놀러다니면

항상 짐을 놓는 것이 문제다.

가이드가 있으면

가이드가 짐을 지켜주는데,

나는 가이드가 없으니까.


그래서 

조금 구석인듯하면서

그늘진 테이블을 하나 잡고

방수팩을 두고

혼자 물가로 놀러나갔다가

짐 체크할겸 쉴겸 

다시 돌아오기를

반복했다.


내가 자주 왔다 갔다거리니까

선글라스 끼고 구경만하던 커플의 여자분이

'저 아저씨 또 나간다'라고 하는 걸 들었다.

다시 한번 소머즈 청력 인증.


나는 운동신경이 전혀 없어서

자세부터 어설프고 

실제로 제대로 하는 동작도 별로 없다.

그렇지만

한 번이라도 제대로 해보려고

몸부림은 엄청 열심히 친다.

(아마 그래서 선글라스 커플이 나를 눈여겨 봤을지도.)


그 결과물로

내 종아리 근육이 엄청 뭉쳤다.

다음날 가만히 서있을 수 없을 정도로.

ㅋㅋㅋㅋㅋㅋ


상의는 래쉬가드를 챙겨가서

하나도 타지 않고

화상도 입지 않았다.

그런데 하의는 

그냥 반바지 수영복을 입고

놀았더니

뒷 종아리만 화상을 입었다.

고개는 물에 쳐박고

스노클링을 하니까

얼굴은 하나도 안 탔고

뒷목도 별로 안탄 것 같은데

뒷종아리는 엄청 화끈하게 탔다.


내가 쉽게 타는 피부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쉽게 태양빛에 화상입는 피부랑 

동일어라는 것은

전혀 생각을 못 했었다.

다음 번에 스노클링을 가게 된다면

하체도 전부 가려줄 수 있는

수영복을 장만해야겠다고

체험을 통해 깨달았다.


2시가 되기 전에

선착장에서 내가 예약한 여행사의 배가 들어오기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렸다.

시간이 한참 지나도 안오길래

내가 놓쳤나하는 걱정도 했다.

다행히

나랑 같은 배를 타고 들어왔던

말레이시아 현지인 여자분이

나처럼 똥줄타고 있는 걸 발견했다.

저 여자분만 따라가면

어떻게든 호텔로 돌아갈 수 있겠구나!

본능적으로 느꼈다.

ㅋㅋㅋㅋㅋㅋ


10~15분 정도 더 기다리니

느긋하게 배 한척이 들어오더라.

그 배를 타고 제설턴 포인트로 복귀했다.


<총평>

물고기를 엄청 본 것도 아니고

수심이 많이 깊은 바다로 나가본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타고난 겁쟁이 맥주병이

태평양 파도에 휩쓸려갈뻔 했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혼자서 스노클링에 도전했다는 사실에

혼자서 만족해했다.


사실 전날밤에

호텔에서 잠들려고 누웠는데

스노클링 갈 생각에 걱정이 되서

잠을 설치기도 했다.

그런 쫄보가 암튼 스노클링을 꽤 오래했으니

나름 보람한 하루였다는...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해변의 물이 너무 맑고

백사장도 너무 그림같고,

하늘도 너무 푸르고

날씨도 너무 좋아서

그냥 다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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