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우붓 혼자 여행]

뜨갈랄랑 계단식 논 / 뜨갈랄랑 라이스 테라스 

Tegallalang Rice Terrace

(2018.09.25.)


나의 발리 여행의 시작은

우붓 계단식 논, 라이스 테라스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다는

소소한 소원에서 시작됐다.


프라마나 와투 쿠룽 리조트의

액티비티/투어 패키지 종류들을 살펴보면

발리 섬 안에는

뜨갈랄랑(Tegallalang) 라이스 테라스 외에도

군데 군데 유명한 라이스 테라스가 있었다.


하지만

우붓에서 가장 가까운 것은

아무래도 뜨갈랑랑 라이스 테라스!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은 발리에서

차로 30-40분 정도 걸리는

뜨갈랄랑 라이스 테라스까지 가는 방법은

나처럼 호텔을 통해서

운전기사가 딸린 프라이빗 카로 시간당 투어와

직접 택시 기사를 고용해서 투어를 하는 방법이 있겠다.


택시 기사를 고용하게 되면

택시를 잡는 것부터

내가 라이스 테라스를 관광하는 동안 기다리는 비용이며

온갖 것을 직접 협상해야 한다.


나는 촉박한 일정이니까,

돈 한두푼 아끼려고 아둥바둥 대려고 여행 온 거 아니고

느끼고 즐기러 온거니까

속편하게 호텔 프라이빗 카 투어를 신청했다.


프라마나 와투 쿠룽 리조트의 경우는,

정해진 투어 패키지가 아니라

시간당 15만 루피아로 차지를 하는데,

최소 이용가능 시간은 3시간이다.


즉, 기본 요금은 3시간에 45만 루피아이고

1시간 초과시마다 추가 과금을 한다.


라이스 테라스를 오랫도록 보고 올 생각도

그런 정도로 컨텐츠 가득한 관광지는 아닌 것 같아서

최소 3시간만 프라이빗 투어를 하는 것으로 하였다.


오후에 스파와 저녁 식사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오전 밖에 시간에 없었는데,

프라마나 와투 쿠룽 직원이 하는 말도

오후에 가면 너무 번잡해서 제대로 구경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아침 일찍 출발하는게 더 좋다고 하셨다.


그렇게

오전 8시에 기사님과 리조트 로비에서 만났다.

기사님은 어제 덴파사르 공항에서 픽업나오셨던 그 분이었다.


뜨갈랄랑까지 가는 길에

유명한 사원이나 동상, 조각상 같은 것들이 있으면

기사님이 설명을 해주셨다.

잠깐 멈춰서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싶었지만...


오후에 스파 예약 시간 맞추려면 

어림도 없다는.

스파는 소중하니까!!


뜨갈랄랑 라이스 테라스 근처에 도착하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입장권을 구매해야한다.


기사님이 

입장권을 판매하는 매표소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시면서

내 입장권만 1매 구입하라고 하셨다.


입장권 1만 루피아.


라이스 테라스에 가면

산책 코스가 있는 줄 몰랐는데

기사님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알려줄까 물어보길래

안내해달라고 했다.


주차장에서 3-5분 정도를

좁은 인도를 따라서 걷다보면

상점들 사이에 작은 계단이 있는데

그곳이 라이스 테라스 산책로의 진입로였다.


기사님의 표정이 

"여기까지 데려다주었으니

산책은 제발 혼자하렴"

이런 표정이었고,

'나도 딱히 같이 가달라고 할 생각 없었어요'라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주차장에서 좀 있다가 만나자고 하고 헤어졌다.


다만 기사님이

나에게 하나 알려주신 것이 있다면

중간 중간에 기부(donation)을 하라는 곳이 있는데

5000 루피아 내외의 소액을 주는 것이 좋다고만

귀뜸해주셨다.


뜬금없이

donation이라니

무슨 소리인가 했다.


산책로를 걷다보니까

길목을 막아 놓고 

기부를 강요하는 분도 계셨고,

그냥 길가에 서서 

기부해달라고 눈빛 공격하시는 분도 계셨다.


입장료를 냈는데

돈을 더 내는 것이 기분좋은 일은 아니지만,

이분들은 삶의 터전인 곳에

관광객이 왔다갔다하면서

동물원 원숭이 보듯이 사진찍고 가니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사유지이기도 할테니

이분들도 통행료를 요구할만한 권리는 있는 것 같아서

통행료/기부를 요구하는 곳이 있으면

잔돈을 2천-5천 루피아 정도를

순순히 냈다.


통행료를 걷는 지역주민들도

금액이 얼마인지는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산책로의 입구에는

돌로 된 보도 블럭이 

나름 깔끔하게 포장되어 있다.

사실 애초에

산책로가 있는 줄도 몰랐고,

그냥 라이스 테라스가 보이는

뷰가 좋은 카페에서 음료나 한잔 마시고 오려던게

전부였다.


그래서 정말 가벼운 옷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왔는데,

막상 입구에 발을 들이고 나니까

그냥 여기서 사진만 찍고 돌아가기 아쉽더라.


그래서

산책로를 어느 정도까지 걸어보다가

돌아오기로 마음을 먹었다.

슬리퍼를 신은채

점점 계단을 내려가는 중.


우측 하단에

웨딩 사진을 찍는 커플은

안 찍고 싶었는데

어떻게든 렌즈 안에 들어오더라.


라이스 테라스 도로변을 점거한

카페, 음식점, 기념품샵들.


아침 일찍 출발했기 때문에

아직은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가게들이 더 많았다.


이것이

내가 산책로를 걸을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


조금만 내려가서

카메라를 들이대면

같은 곳인데 약간은 다른 그림이 잡힌다.


그래서 계속 내려가고...


옆에 좁게 난

논둑길을 따라 이동해서

사진을 한방 박으면

또 약간 다른 느낌.


아직 아침에 낀 구름이 걷히지 않아서

우중충하긴 하다.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상점들은 멀어져간다.


사실

계단식 논이 우리나라에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발리의 계단식 논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은

이렇게 열대 야자수?가 군데군데

자라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발리 사람들은

이런걸 뭐라고 구경오는 걸까라고

신기해할지도 모르겠다.


발리 사람들에게 야자수는

우리나라의 소나무와 같이

흔한 수종일테니까.


하지만

한국에서 온 나는

남쪽 나라라서 유독 더 진한 녹색인 듯한 벼 잎파리와

남국 특유의 이미지를 대변하는 야자수가

산 전체를 덮고 있으니

그것이 참 신기하고

멋있었다.


라이스 테라스의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작은 계곡이 있고

그 계곡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놓여져 있다.


슬슬

슬리퍼를 신고 왔던 것은

큰 실수였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지금 이 사진을 보니까

식물원을 찍은 거 같기도 하다.


이제껏 내리막길이었으니

오르막길이 나올 차례.


이 오르막길 때문에

기사님이 난 가고 싶지 않다는

표정을 지었던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ㅋㅋㅋㅋ


이 다리를 건너면.


보도 블럭이 잘 포장된 길은

잠시 자취를 감춘다.


중간에 그네도 있는데

나는 셀카를 안 찍는 사람이라서

그냥 지나쳤다.


산책로의 최저 고도에서 찍은

뜨갈랄랑 라이스 테라스.


이제 조금 올라왔더니

느낌이 조금은 다른 것 같다.


이 라이스 테라스에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그네를 태워주는 장사가 영업 중이다.


배틀트립에서

박지윤 아나운서가 찍었던 것처럼

사진을 잘 찍어주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무서운 놀이기구 잘 못타는 사람이라서

패스.


발리 스윙(Bali Swing)은

기사님도 자주 언급하실 정도로

발리 특유의 액티비티가 된 것 같다.


사실 그네 높이 뛰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있었지만

어떻게 생명을 불어넣어

비즈니스로 변환시키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처음 출발했던 지점의 상점들은

이제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산책로가 하나로만 쭉 이어진게 아니라

여기저기서 갈라지기도 한다.


조금만 더 위로 올라갔다.


그러다가

앞서 가던 가이드와 가족 일행이

그만 올라가고 사진 찍으러 가길래

더 올라가면 크게 볼게 없나보다 싶어서

나도 그 일행을 따라서 올라가는 것을 멈췄다.


요정도에서만 내려봐도

라이스 테라스를 반대편에서 내려다보는

즐거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이제는 내려가야 할 시간.


슬슬 구름이 걷히고

햇볕이 강해지기 시작하면서

나의 슬리퍼 신은 발도 힘들어하고

나의 체력에도 빨간 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잠깐의 평지 산책 타임.


저 앞의 외국인들이

모여서 뭘하나 싶었는데

드론을 띄워서 촬영하고 있었다.


라이스 테라스 도로변의 반대편에서 바라본

상점들은 라이스 테라스의 운치를

다소 반감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도 같고,

이게 현지인들의 삶이니

그냥 받아들여야하는 부분인 것 같기도 하고.


구름이 완전히 걷히기 시작하면서

조명발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었다.


지금까지 찍었던 사진들과는 또 다른,

눈이 부신 초록 빛깔이 사진에 담기기 시작했다.

나는 지금 계속 산책로를 따라서

내려오고 있는 중인데

생각보다 많이 내려가지지 않는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뜨거워진 햇볕에 나의 체력도 바닥나기 시작했고

육수가 옷을 적시기 시작했다.

그치만

내려갈때마다

뭔가 다른 느낌이라

사진을 계속 찍었다.


저 밑까지 내려가려면

한참을 가야하나 싶었다.


우선 다시 바닥을 찎어야

산책로가 시작했던 지점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


내려가면서도

계속 사진을 찍었다.

이건 또 따른 느낌인 것 같았던지라.


길이 어디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몰라서

약간 긴장했다.


나는 발가락 살이 약해서

물집이 쉽게 잡히는데

이미 이때 쯤에는 물집이 손톱 4분의 1만하게

잡혀있었다.


농업용수를 모아놓는 곳인가 싶었는데

안에 물고기가 살고 있어서

어장인가 싶기도 하고.


드디어 

계곡을 건너는 계단이 나왔다!


계곡을 건너서

쨍쨍한 햇볕아래서

위로 올려찍은 라이스 테라스의 모습.


인도네시아 여행하면서

야자나무를 자주 보다가 알게 됐는데

수직으로 똑바로 자라는 야자수가 생각보다 드물다.


상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덕 중턱에 있는 상점.


지대가 좀 낮은 곳에 있어서

뷰가 그닥 좋지 않았고

음료 종류도 별로 안 땡기는 것뿐이라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발리와 롬복에서

이 나무를 자주 본 것 같은데

잎파리가 많지도 않은 것이

가지는 굵고 튼튼하게 뻗는게

신기했고

괜히 마음에 들었다.


드디어

라이스 테라스 산책로의 출발지로 돌아왔다.


그리고

구글로 찜해두었던

카페를 찾아갔다.


위의 사진은

카페 겸 식당인

Surya Terrace의 창가석에서 찍은 사진.


그렇게 산책로를 고생하면서

사진을 엄청 찎어댔는데

이 카페에서 한 방 찍은게

제일 멋있었다.

ㅋㅋㅋㅋㅋㅋ

이것도 카페에서 찍은 샷.


멋지게 잘 나왔다.


주인이 레게를 좋아하는 모양.


발리나 롬복이나

서양인 혹은 백인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다.


서양인/백인들이 자주 찾는 관광지는

현지 로컬의 색채를 살리기 보다는

자기들이 좋아하는 열대 관광지의 이미지를

재현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다보니

우붓 중심가 식당이나 바도 그렇고

예전에 과테말라에 갔을 때도 그렇고

지역색이 흐릿해지고

서구식 분위기가 지배적이게 되는

역전현상이 나타난다.


그게 좀 아쉬웠다.



비보다 더 좔좔 흐르는

땀을 식히려고 주문한

리치 오렌지 음료.


4만 루피아.


한국인 입장에서

관광지 카페에서 3천원짜리

음료가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지만,

롬복의 현지인 식당에서

1만 루피아에

망고를 통으로 갈아서 생과일 주스를 만들어주니까

현지 생활 물가에 비해서는

비싼 편인 것은 맞는 것 같다.


물론

롬복과 발리의 물가 차이가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산책로를 어느정도 둘러 걸어보고

음료까지 하나 클리어하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됐던 것 같다.


<총평>

기대를 정말 많이 했던 

라이스 테라스.


경치가 정말 좋은 곳이었고

'발리'스러운 관광지임에는 틀림없었지만

"바로 이거다!"하는

큰 한방은 약간 부족했다.


홈런은 아니고,

안타 정도.

나는 홈런을 기대했던 거고.


그치만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을

직접 다녀온 것이니까

그것에 대해서는 만족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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