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족 혼자 호캉스]
포시즌스 호텔 서울
Four Seasons Hotel Seoul
- 보칼리노 Boccalino -
(2018.05.06.)
파인넛 크러스트의 양고기 구이와 흑마늘, 건포도 페스토로 장식한 벨페퍼 케이크.
사우나를 하고
객실에서 좀 쉬었다가
저녁식사를 하러 보칼리노에 갔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홈페이지에서
바로 식사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문 이틀 전에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했다.
2층 보칼리노 레스토랑 입구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자리를 안내 받았다.
1인이라서
아무래도 화려한 원형 라운드 테이블이 있는 자리는
안내받지 못했다.
창가 쪽에 다소 외진 자리에 1인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었다.
자리를 안내해주신 여성 서버분은
매우 환한 미소로 반겨주셨고,
혼자서 식사하기 적적하실 수 있으니
잡지를 챙겨드릴까요?라고 문의하시기도 하셨다.
혼자 밥 한두번 먹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식사하는 게
맛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먹기에는 훨씬 좋은 환경이다.
"아니요. 저는 혼자서도 매우 잘 먹습니다. ^^"라고 했다.
서버분도 웃으면서 표정으로 화답해주셨다.
혼자 호캉스 후기 내내
직원들의 미소, 웃음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다수의 포시즌스 서울 직원들은
정말 기쁘고 행복한 듯한 웃는 표정을 항상 짓고 계신다.
내가 감정표현이 풍부한 편이 아니지만
그렇게 웃음으로 반겨주시니
나도 모르게 마음에 편해지고 웃으면서 답변하게 되었다.
서버 분이 메뉴판을 건내 주셨다.
식사 메뉴판.
음료 메뉴판.
캐비어 스페셜 행사 메뉴판.
사실 포시즌스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싶었던 식당은
유유안이었다.
지난 번에 베이징덕 테이스팅 메뉴를 먹었지만,
중식을 많이 좋아하는 터라
다른 메뉴들도 먹어보고 싶었다.
내 위장 기능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메뉴들을 먹어보고 싶은데
그럴려면 세트메뉴(코스요리)가 제격이지만,
유유안의 세트메뉴는 대부분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했다.
그런 연유로
이번 호캉스도 결국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예약하게 된 것이다.
보칼리노 세트메뉴는 1인 주문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세트메뉴의 메인이
결국은 소고기 스테이크인게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소고기 맛있는 건 충분히 알고 있으니
다른 고기를 맛을 보았으면 했다.
그러다가 알라카르트 메뉴에 눈을 돌리게 됐고
양고기 스테이크를 발견했다.
나는 양고기를 좋아해서
잘하는 집이던 못하는 집이던
기회가 되면 꼭 먹어보는 편이다.
그럼 이번에는 알라카르트로 가보자!
양고기 구이와 피자,
둘 다 먹고 싶은데 혼자 먹기에 양이 많냐고 물었다.
서버분이 피자가 조금 커서 양이 많을 수 있다고 하셨다.
결국 피자는 포기.
나중에 허기지면 룸서비스로 시켜먹기로 했다.
(저녁 식사 후 디저트를 먹어서 결국 피자 룸서비스는 포기했다.)
식전 빵 - 치아바타, 마늘 스프레드, 올리브유와 소스.
턱근육이 약한 나는
치아바타와 애증의 관계에 있다.
맛은 있는데 질겨서 힘들 때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보칼리노의 치아바타는
내가 걱정한 만큼 딱딱하거나 질기지 않았다.
많이 딱딱하지 않아서 빵을 뜯을 때에
빵 부스러기도 걱정보다는 많이는 생기지 않았다.
치아바타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고,
빵의 속살은 촉촉하면서 살짝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
아무리 고급 레스토랑이라도
냉방/환풍 시설로 인해 음식이 빨리 식는 것은
막기 힘든 것 같더라.
정말 따끈하게 빵이 서빙되었지만,
천장에서 내려오는 선선한 바람에 금방 식어버렸다.
식어버렸지만
생각보다는 심하게 질겨지거나 딱딱해지지 않았다.
통마늘을 구워서 올리브유에 절인 것인가? 싶은
통마늘 스프레드(?)의 식감은 매우 부드러웠다.
크림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마늘의 입자들이 살짝 느껴지면서
부드럽게 입안에서 흐트러졌다.
마늘빵의 향이 물씬 올라왔다.
그렇지만 나는 마늘 스프레드보다
올리브와 ?? 소스를 더욱 좋아했다.
빵을 준비해주신 남자 서버분께서
소스 병을 직접 가져와서
소스 설명을 해주시고
올리브만 있는 그릇에 살짝 따라주셨다.
그냥 흔한 발사믹 드레싱이겠거니했는데,
소스 병을 보여주실만큼 맛이 좋은 소스였다.
이 소스에 치아바타를 찍어먹으면
치아바타가 기름과 소스를 머금어 더 보드라워 지면서
소스의 과일향과 달큼한 맛이 입안에서 사~악 퍼진다.
탐나는 소스였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메를로(Merlot) 와인.
한푼 두푼 아껴야 하는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호캉스에 온 것이니
와인도 글라스로 한잔 마시기로 했다.
주문을 받아주신 또다른,
웃는 모습이 매우 환하신 여성 서버분께
나는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나
부드러운 와인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양고기 스테이와 어울릴 만한
화이트와인 하나와 적포도주 3종을 추천해주셨다.
내가 소믈리에도 아니고
설명만으로는 무슨 맛인지 모르겠더라.
적포도주 중에서 메를로를 도전해봤다.
와인 테이스팅 해주시겠다고
반병 정도 남은 와인병을 가져오셨다.
내가 와인 맛을 그다지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서버님이 추천해주신거니까
믿고 테이스팅은 따로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여기 양고기 스테이크 먹어봐서
어떤 와인이 잘 어울리지를 상상해 보기도 힘들고.
테이스팅을 안하겠다고 하자
살짝 당황하시는 것 같으시다가
바로 활짝 웃으시면서
테이스팅하는 양만큼 더 따라주셨다.
와인리스트 사진을 찍어두지 않아서
메를로 와인의 제품명은 기억을 못하겠다.
와인 무식자인 나의 개인적인 시음 소감은...
우선 내가 요청한대로 매우 부드러운 맛의 와인이었다.
드라이한 느낌은 강하지 않았고,
와인의 끝맛이 포도 떫은 맛이 짧게 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소 긴 호흡으로 진하게 입안에서 남아있었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메를로 와인은 향이 매우 좋다고 하던데,
내가 와인을 먹을 당시에 향이 거의 없어서
이렇게 향이 없는 와인은 또 처음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래도 글라스로 파는 와인이다보니
처음 개봉하고 난 다음에
보관과정에서 향이 다 날아가버린게 아닌가 싶다.
포도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상태라서
와인 마시는 재미가 덜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알코올 성분 때문인지 포도 특유의 떫음 끝만 때문인지
식사 중에 입가심 역할은 충실히 해냈다.
다음부터는
글라스 와인은 도전하지 않는 걸로.
파르마 프로슈토와 멜론 샐러드.
애피타이저로
주문한 프로슈토 멜론 샐러드가 나왔다.
유럽 각국에서
생햄을 멜론과 즐겨먹는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어보았다.
최근들어
생햄류의 맛에 빠져들고 있는터라
제대로 된 생햄+멜론 요리를 먹어보고 싶었다.
처음 한 입을 먹기 전에는
프로슈토의 맛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 에피타이저의 주인공은 멜론이었다!
멜론은 한 입을 베물자,
1. 엄청 신선하다!
2. 상큼 달큼하다!
3. 과즙이 폭포수가 되어 쏟아진다!
멜론에도 신세계가 있다는 것을 또 깨달았다.
특히 멜론 과즙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가 멜론 과육을 씹으려고 시작하는 순간부터
과즙의 폭포수가 입안에서 콸콸콸.
맛과 향은 멜론인데
과육에서 나오는 과즙의 양은
아주 맛있는 배를 씹었을 때의 과즙의 양과 비슷했다.
멜론의 식감도 대단했는데,
부드럽게 씹히면서도
속 부분이라고 너무 무르지도 않고
겉 부분이라고 딱딱해지고 않고
단단함의 정도가 균일했다.
멜론에 취해서 계속 씹다보면
프로슈토가 훅 치고 들어온다.
멜론의 다소 강한 존재감 속에서도
본인의 짭쪼름한 맛과 프로슈토 고유의 식감은 건재했다.
프로슈토만 한 입 먹어보았는데
멜론과 함께 먹었을 때만큼
짭조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프로슈토의 짭조름한 존재감은
멜론의 달콤한 과즙에 대한 대비로 인해서
더 두드러지게 느껴졌던 것 같다.
멜론의 단맛이 설탕의 단순히 강한 단맛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슈토와 매우 잘 어울리고,
넘치는 멜론의 과즙이 프로슈토를 감쌀 때
새로운 단짠 어택 맛을 느낄 수 있다.
파인넛 크러스트의 양고기 구이와 흑마늘, 건포도 페스토로 장식한 벨페퍼 케이크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던
양고기 스테이크가 나왔다.(왼쪽)
계속 한국인 서버분이 서빙해주시다가
이 스테이크만 외국인 서버분이 서빙해주셨다.
이태리어 같았는데
요리와 소스 이름 정도 설명해주신 것 같고
그 다음에 소스를 접시 중앙에 부어 주시고
미소 한번 날려주시고 황급히 사라지셨다.
갑자기 쏟아지는 이태리어 폭탄에 당황했다.
ㅋㅋㅋㅋㅋ
이 양고기 스테이크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부드러움이다.
양고기를 썰어서 한 점 입에 넣으면
엄청나게 부드럽게 씹힌다.
삼겹살 수육보다 더욱 부드럽고 촉촉하다.
이 부드러움에 허우적거리다보면
입안의 양고기를 순식간에 다 씹어버리게 되는데,
이 때 양고기 특유의 향이 부드럽게 사~악 입안에 감돈다.
양고기의 누린내가 아니다.
"엄청 부드러웠지? 근데 사실 나 양고기야.
진정한 양고기는 이렇게 은은한 육향을 가지고 있단다"
이렇게 나를 계몽시키는 풍미였다.
양고기가 부드럽고 촉촉했다면
파인넛(잣) 크러스트가 끝에 고소한 맛을 담당한다.
잘게 다진 잣이라서 씹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으나
양고기가 워낙 부드러웠기 때문에
잘게 다진 잣의 식감만으로도
양고기의 부드러움에 대조되는 씹는 맛을 책임진다.
오른쪽의 벨페퍼(파프리카) 케이크는
주문 당시에 관심 밖에 있었다.
양고기 스테이크의 주인공은 양고기이니까.
그렇지만
이 케이크를 한 입 먹고 나면
폭발하는 파프리카의 향과 상큼 달콤함에 깜짝 놀란다.
파프리카만 들어간 케이크가 아닌데
입에 넣자마자 나머지는 스르륵 녹아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파프리카의 존재감이 강하다.
고맙게도 천장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케이크를 빠르게 식혀준다. ㅠㅠ
약간 식은 케이크에서는
굳기 시작하는 치즈의 식감도 살짝 느껴졌던 것 같다.
그렇지만 치즈의 맛이 혼자 튀지 않기 때문에
치즈가 들어간게 맞는 것인지 아직도 의심스럽긴 하다.
케이크 위에는 부드러운 식감의 흑마늘?이 올라가 있다.
한국식 흑마늘은 아닌 것 같은게
엄청 달콤새콤했다.
어디에 포도주나 다른 재료에 절인 게 아닌가 싶다.
케이크 위에는 흑마늘 말고도
갈색의 건포도 페스트?가 올라가 있다.
포도향이 난다.
페스트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기는 하지만
크림같이 퍼지는 것이 아니고
내가 사먹는 그래뉼같이 아주 작은 입자가 혀에서 느껴진다.
이 케이크는
이름은 케이크이지만
페이스트리와 파프리카 등을 켜켜이 쌓은 것 같다.
부분 부분을 분리해서 먹어봤는데
촉촉하게 젖은 페이스트리 맛이 났다.
양고기 스테이크까지 식사를 마치자
서버분이 디저트를 준비해줄지 물어보셨다.
컨펙션스 바이 포시즌스가 마감 세일을 할 시간이 되어서
디저트는 다른 곳에서 먹겠다고 하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총평>
맛있다.
진짜 좋은 음식을 먹고 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맛있다라는 말이다.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10만원이 넘는 금액이었지만
향이 날라간 와인 빼면 아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에피타이저와 메인 2개 밖에 먹지 않았지만
코스요리 먹지 않은게 전혀 후회되지 않게
만족스러웠다.
음식이 맛있으니까
와인이 약간 아쉬운 것도 묻혀졌다.
양고기가 이렇게 부드럽고
진정한 양고기의 향이 이렇게 좋은 것이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멜론 하나로도
이렇게 식도락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 식당이 미슐랭 스타는 아니고
'더 플레이트(The Plate)' 등급을 받았다는데
내 기준으로는 1스타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직원분들이 나와 눈을 마주칠때마다
미소와 웃음을 날려주셨다.
손님과의 아이컨택트와 미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런 식당은 또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편안했고 기분은 좋았다.
식사 시간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스테이크가 조금 늦게 나왔다.
나는 별 생각이 없이 천하태평했는데
늦게 나와서 계속 죄송하다고 하시니까
내가 괜히 불편해졌다. ㅋㅋㅋ
라운지 마루(Maru)에서도 그렇고
음식이 정해진 시간 내에 서빙되지 않으면
먼저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라는
매뉴얼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보통 식사 중에 한 번 정도
식사가 입에 맞는지 확인하는데,
여기는 매 음식 나올 때마다
식사가 입에 맞는지 물어보셨다.
그냥 너무 맛있어서
그냥 너무 맛있다고만 했다.
조식 먹을 때 잠깐 들러서
사람없는 식당 모습과 간판을 찍으려고 했는데
깜박해서 사진이 별로 없다.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