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롱베이 투어(2016.07.15.)
하노이 여행이라고
하노이에만 있으면 너무 심심하니까
하롱베이 당일치기 패키지 투어에 참가했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 가는 길은
생각보다 길다.
우선 하노이의 교통체증을 벗어나는 것이 오래걸리고
하롱베이까지 가는 길이 잘 닦여있지 않아
더욱 고되다.
그렇게 하롱베이 항구에 도착하면
가이드는 표를 사오고
가이드를 따라 쫄래쫄래 걸어가면
여행사가 여기저기에서 모객해온 관광객들이
꽤 큰 유람선?에 자리를 잡고 있다.
이게 내가 동남아에서 처음 해본
패키지 투어였는데
그 다음부터는 패키지 투어를 가능하면 피하고 있다.
혼자 여행하는데
다들 그룹으로 와서
저렇게 테이블 차지하고 있으면
내 성격상 끼여들기가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암튼 어떻게 낑겨 앉아서
매우 어색하고
먹고 살아야하니까 먹지 맛으로는 먹지 않을 식사를 하였다.
(패키지 투어 식사는 맛을 기대하면 안 되는 것 같다.)
그렇게 탑승, 식사, 출발이 시작되고
하롱베이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석회 동굴에서 투어 시간을 갖는다.
석회동굴은
중국의 유명 석회동굴처럼 알록달록한 조명을 설치해놨다.
석회동굴 투어를 마치고 도착한 이 곳.
수상부두라고 해야하나?
하롱베이 투어에는
나룻배 혹은 카약을 탈 수 있는 액티비티가 포함되어 있다.
외국여행을 다니다보면
외국인 중에 특이한 사람이 꽤나 많은 걸 알 수 있다.
이 투어 중에 기억나는 그룹은
1. 중동 쪽에서 온 것 같은 가족 여행객과
2. 미국 출신이 분명한 것 같은 백인 커플이다.
1번 가족이 인상깊었던 이유는
아버지 되시는 분이 가족들에게 다소 권위적인 느낌을 풍기면서
가이드에게 질문이나 코멘트를 엄청 많이 남기셨다.
그리고 나룻배 타고 가다가
무슨 기분이 들었는지 갑자기 바다로 풍덩 빠져서 헤엄치시는 모습이
약간 나로서는 당혹스러웠다.
어머니 되시는 분은 묵언 수행하는 것처럼 엄청 조용하시고
즐기시는 건지 아닌지 표정도 읽기 어려웠다.
2번 백인 커플은 기본적으로 배에 탄 미국인들과 같이
엄청 수다스러웠다.
미국인들은 자기가 어느 도시에서 왔다고 서로 통성명을 하면서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계속 웃으면서 얘기를 하더라.
(들어보면 별 내용 없는데 서로 엄청 웃어줌)
그 와중에서도 저 백인 커플이 눈에 뜨인 것은,
부둣가에 도착하기 전부터
수영복을 입고 커플이 동시에 몸매 자랑에 정신이 없었다.
그래, 그렇게 키크고 늘씬하고 근육 많으면 엄청 자랑하고 싶겠지. ㅋㅋㅋ
그러나 그들은 그것으로는 모자랐는지
카약이나 나룻배 타라고 하는데
제멋대로 바다에 풍덩 빠져서
신나하며 소리를 질러댔다.
나로서는 저건 약간 매너가 모자라 보였다.
수영이 하고 싶으면 해변가에 갔어야...
아무튼 나룻배 투어를 마치고 돌아오는 배편에서
2층의 명당 비치체어에 앉아서 사진도 찍고
바람도 맞아보고
하늘도 원없이 감상했다.
가이드가 내려와서 과일 먹으라고 했는데,
점심 때처럼 눈치보며 자리 비집고 앉아서
과일 몇점 얻어먹는 것보다
바닷바람 맞으면서
내 기억속에 하롱베이를 조금이라도 더 깊이 새기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여기 있겠다고 하니까
가이드 曰
"너는 팁을 주고 싶지 않구나."
엉? 나 그렇게 팁에 야박한 사람 아닌데...
무슨 소리지?
알고보니 과일을 미끼로 관람객들을 모아놓고
팁 항아리?같은 것을 돌리는 모양이었다.
팁 달라면 그냥 줬을텐데
저렇게 생각하니 좀 난감했다.
나는 나를 케어해주는 가이드나 웨이터, 마사지사에게 직접 팁을 주는 편이다.
그래서 호텔로 바려다줄 때 우리 팀을 종일 챙겼던 가이드에게 팁을 따로 줬다.
하롱베이 투어는
16시 쯤에 종료되어서
다시 타고 왔던 버스를 타고 하노이로 복귀한다.
패키지 투어는
목적지를 오며 가며
정해진 휴게소를 들린다.
대신 물건을 강매하지는 않는다.
돌아오는 길에
배가 고프기 시작하는데
하노이까지는 갈길이 너무 멀더라.
그래서 휴게소에 내리자마자
다다다다 음식점을 찾아가서 용과주스와 햄버거를 주문했다.
저 사진은 햄버거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찍은 사진이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빨리 먹고 쓰레기 버리고 가려고
정신없이 먹느라
햄버거는 사진을 찍지 못했다.
소심한 성격에
햄버거 먹느라 버스 출발할까봐
주차장 주변에 사람들이 앉아있길래
주차장에서 내가 타고 갈 버스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햄버거와 주스를 흡입했다.
햄버거가 예상보다 엄청 괜찮았다.
다진고기를 쓰지 않고 살코기를 사용했고
소스나 야채도 베트남식으로 재해석했는지 맛이 좋았다.
내가 햄버거 먹으면서 걸터 앉아 있으니까
다들 휴게소 구경하다가
하나 둘씩 주변에 앉기 시작했다.
내 왼쪽에 앉은 여자 분 중 한 분은
한국인이었나보다.
시선은 정면을 쳐다보면서
옆의 엄마뻘되는 여자분에게
"배고프다. 옆에 아저씨 먹는 햄버거 엄청 맛있어 보인다. ㅠㅠ"
내 바로 옆에서 귀에 내리 꽂으심 ㅋㅋㅋ
감자튀김이라도 나눠드릴까
어쩔까 고민하다가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들의 대화 내용을 다 들을 걸 알게되면
그분들이 당혹스러울까봐
그냥 외국인인척 햄버거와 주스를 클리어했다.
외국여행을 다니다보면
나를 한국인으로 보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일본인, 중국인, 대만인 등으로 보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본게 아니었다면
크게 신경쓸 일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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