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안(Trang An) 보트 투어(2017.06.16.)


딱히 뭘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고

일상은 갑갑하고

외국병(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중증 장애)은 도졌다.

그렇게 저가항공 사이트에 들락날락하다가

하노이에 가는 비행기편을 예약했다.


그냥 생각보다 비행기가 쌌는데

나는 쌀국수도 잘 먹으니까

그냥 질렀다. 


7월 한여름에 

저질체력으로 베트남 여행에 도전했다는 것은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새김하게 해준다.

(당시 하노이 체류 중 평균 낮 최고 온도 36-7도)


...


나는 외국에 나가면

한국에서는 해보기 힘든 경험을 해보고 싶어한다.

(누구나 그러겠지만)


물리적으로 한국에서는 절대 할 수가 없는 것들 중

첫번째는 여행지의 자연경관을 구경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노이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첫날은 하롱베이 당일치기 투어를,

둘째날은 짱안 당일치기 투어를 했다.


하롱베이도 좋았지만

지금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짱안에서 나룻배 타던 순간이 좀 더 인상 깊었던 것 같다.


짱안 투어는

오전에 엄청 큰 사찰(이름은 기억 안남)에 들리고

점심을 먹은 후

짱안 나룻배 투어 선착장으로 이동한다.


보트 투어는 매우 단순하다.

가이드가 잡아주는 보트를 3-4명이서 그룹을 지어서

약 2시간 정도 되는 코스를

나룻배를 타고 돌아오는 것이다.


보트에는 베트남 사공 아주머니가 한 명씩 있어서

탑승객이 노를 저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1. 처음에는 괜히 노를 저어보고 싶어서 저었고,

2. 중간에는 생각보다 코스가 긴데, 

사공 아주머니 혼자 노를 젓게 두는 것이 약간 미안해서 저었고

3. 돌아오는 길에는 땡볕을 피해 좀 더 빨리 부둣가에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헥헥 거리면서 노를 힘들게 저었다. 



이 투어의 매력은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사공이 배 저어주는 대로

전 후 좌 후의 멋드러진 경치를 감상하면서

물따라, 바람따라, 의식의 흐름따라

그 순간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여유있는 뱃놀이를 하다보니

삼고초려 부분에서

제갈량이 삼국지에서 최주평?인가와 뱃놀이하러

어느 호수에 가서 1달 있다 온다고 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렇게 느긋하고 평온한 느낌이 가득차니

한달 뱃놀이가 절대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나도 그들과 함께

뱃놀이 나온 사람처럼

강물의 흐름을 느끼면서

신선놀음을 체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짱안 보트 투어 코스에는

사진과 같은 낮은 동굴을 몇군데 지나가게 되어 있다.

석회암 지대여서 산 밑에 자연스럽게

석회암 동굴이 생겼다고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내 상식에서 물에 닿아 동굴이 생기면 대부분 석회동굴임 ㅋㅋ)


이 나룻배 투어를 만약 다시 하게 된다면

1. 베트남 모자(농라)와 선글래스는 필수

2. 시원 달달 음료를 사전에 구입할 것이다.


1번은 충족했으나

2번에서 생수만 들고 탔다가

기운 빠져서 힘들었다.




에일케미스트(Alechemist)!



나는 나의 인생 맥주를 생각지도 못하게 대만 여행 중에 만났다.

.

.

.


혼자 여행을 할 때는 맘대로 식당을 들어가기가 꺼려진다.

일본같은 경우는 혼자 오는 손님이 워낙 많기 때문에

손님이 많은 피크 시간대에도 인기 식당에 당당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타이완은 조금 달랐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의 음식(우육면이나 만두류 등)을 판매하는 식당은

테이블이 2인용도 있고 4인용도 있고

혼자 먹는 사람도 있고 여럿이 온 사람도 있고

전혀 내가 불편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약간 음식값이 올라가면서 약간 고급 느낌, 혹은 가족외식 느낌이 나는 곳에는

우리나라 고급 중식당에서 사용하는 커다란 라운드 테이블, 요리를 중간에 놓고 돌릴 수 있는 것,

그런 테이블이 종종 많은 곳은 혼자 가기에 약간 부담이 있었다.


뭐 마음만 굳게 먹고 당당하게 부딪히면

설마 식당에서 내쫓기야 하겠냐만서도,

그렇게 베이터우에서 용기 냈다가 2인 커플과 회전테이블에 합석해서

커플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좀 불편하기도 했다.

그리고 장사하는 분 입장에서

내가 손님이 몰리는 혼자 큰 테이블을 차지해버리면

영업상 좋을리가 없으니

소심한 나로서는 당연히 찜찜할 수 밖에.


그런 논리로 하여

원래 방문하고 싶었던 Kiki 레스토랑을 가지 못 했다.

우선 당장에 손님이 꽉차서

줄을 서야만 했고

줄어 있는 분들도 많아서

내가 혼자 테이블 차지하는 부담스러운 상황이 될까봐

선뜻 못 들어 가겠더라.


이 날 사실은 향식천당(饗食天堂, Eatogether)이 엄청 가고 싶었는데

내 일정이랑 시간도 잘 안 맞고

거기도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줄 서는 초인기 식당이라

소심한 내가 테이블 하나 차지하기 좀 미안해서 포기했다.

(혼자 남 걱정을 참 잘한다.)


그래서 Kiki 레스토랑 주변에 있는 식당들을

구글에서 검색해서 별점과 사진을 보면서

고르고 고르다가

TUA라는 퓨전대만음식점에 들어갔다.

(TUA 리뷰 기사)




창 밖에서 보기에 사람이 많지 않고

식당 분위기가 길거리 저렴한 대만 식당이나 딘다이펑, 신예 같은 고급대만식당 느낌도 아닌

(딘다이퍼, 신예가 대만에서 고급축이지만 사실 인테리어는 그렇게 하이엔드 느낌은 안나는 것 같음)

나름 멋스러운 인테리어였기 때문에

선뜻 도전할 수 있었다.


이 식당에서도 1인 식사가 가능하느냐는 나의 문의에

직원들간의 약간의 회의가 진행되었으나,

어찌어찌하여 예약이 없었던,

그래서 화병 데코레이션을 잔뜩 해놓았던,

약 8인은 수용 가능할 법한 대형 원형 테이블을 정리해서

내가 이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착석하고 메뉴판을 받고 나니

메뉴 가격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최저가 단품 메뉴가 700 대만달러 정도에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코스 요리인가 하고 봤는데

눈씻고 다시 봐도 단품이더라.


신예(Shin Yeh)가서 요리 2개에 면류 1개 시키고

세금포함 800 대만달러가 안 나왔는데,

이건 좀 실수였다 싶었지만,

1인 식사 가능하냐고 문의해서

귀찮게 테이블을 하나 비워냈으니

다시 나가기도 좀 애매했다.


그래서 그냥 에라 모르겠다 하고

직원한테 메뉴를 어렵게 추천받아

850 대만달러의 퓨전 덮밥을 시켰다.

(너무 퓨전이라 직원과 나의 짧은 영어로는 음식을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ㅋㅋ)

(영어 메뉴에는 paella with ~라고 되어 있었지만,

스페인 본토에서도 빠에야를 먹어 본 사람으로서 

이건 빠에야라기보다는 덮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비싼 덮밥을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단품 요리 하나만 시키기에 어색하더라.

그래서 맥주를 추가로 시키기로 했다.


맥주가 무슨 종류가 있나 했더니

딱 2종 밖에 없더라.

1.  Alechemist Light

(직원이 라이트라고 소개해줬는데 정식으로는 Pale Jade인가보다.)

(pale jade는 푸른색의 일종이고, pale ale이 pale malt를 주원료로 만든 맥주라고 하니

약간의 언어유희를 시전하신게 아닌가 추측된다.)

2.  Alechemist Red


한국 사람이 대만 맥주에 대해 잘 알리가 있나...

그냥 위에 있는 라이트를 시켰다.

(그게 제일 위에 올린 맥주다!)


대만 식당 물가치고 만만치 않더라.

여긴 맥주도 비싸구나. 후회막급 ㅋㅋㅋ


그렇게 저 맥주를 한모금 들이켰다.

"엇!, 뭐야?! 생각보다 괜찮네?"하고 한 모금.

"이거 왜이리 목넘김이 부드러운거야?"하고 또 한 모금

"맛도 향도 적당히 존재감이 있으면서 강하지는 않고!!"

"오오~!! 맛있다! 맛있다!"


계속 맛을 음미해볼 수록 내 스타일.

근데 내가 내 스타일이 이런 건 줄 몰랐는데

누군가 갑자기 찾아준 내 스타일!!


덮밥이 다 나오기 전에

다 마셔버렸다...

(병이 크진 않았다^^)


한 병 더 마시고 싶은데

같은 맛만 보면

다른 맛은 안 본게

한국와서 후회가 될 것 같아서

이번에는 레드로 주문했다.


직원이 레드는 좀 세다고 했나 거칠다고 했나?

"그래도 괜찮으니까 마셔보겠어요~!!"



음 과연 직원의 설명대로

레드는 진하고, 맛이나 향이 강한 편이었다.

라이트보다는 거친 느낌인데

그렇다고 한국 병맥주처럼 거친 느낌은 아니었던 듯.


이건 완전 내 취향저격은 아니었지만

역시나 엄청 좋은 맥주라는 건

느낌이 뽝 왔다.


홀짝 홀짝 다 마심...

(다시 말하지만 병이 크지는 않았다.)


그렇게 의도치 못한 곳에서

인생 맥주를 발견하니

기분이 갑자기 Up! Up! Up!


맥주는 다 마셨고

더 시키자니 너무 배불러서

이 맥주 검색이나 해봤다.


타이완 관광협회가 발행하는

관광계간지에 소개된 바로는

타이완의 대학 농예 연구소 졸업생이 개발한

메이드 인 타이완 맥주라고 한다.


아닛, 이렇게 맛있는 맥주라면

이미 한국 블로거들이 다 소개하지 않았을까?

나는 왜 몰랐지? 

검색, 검색.


음...

생각보다 네이버 검색이 잘 안 됐다.

특이하게 '성품서점'에서 에일케미스트 맥주를 구매한

로거만 검색됨


그럼 구글링을 해보자.


이 맥주 만드는 회사의 사이트가 있는데

성인 인증을 해야 볼 수 있단다. 

내가 어찌 대만에서 성인인증을 할 수 있겠는가?!

포기.


어디 크래프트 비어 레이팅에서 십몇위를 했던데

지금 구글링을 하니 내가 봤던 페이지가 잘 안 나오네...


암튼

여행을 하루만 남겨놓고

이 맥주를 발견하니 약간 좀 아쉬웠다.


한국 블로거들에게 잘 소개되지도 않은 것 같고,

쉽게 아무 슈퍼에서나 파는건지도 잘 모르겠고,

한 병 챙겨가고 싶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까르푸 새벽까지 하는데

까르푸에 찾아가서 찾아보는 시도라도 한 번 해볼 걸...

그때는 아무 생각이 없어서,

'에잉~, 아쉽네~!'

이러고 그냥 호텔로 돌아왔다.


이럴 때 보면 나는 참 단순하다. ㅋㅋㅋ

혹시라도

내가 다시 대만에 오게된다면

좀더 적극적으로

흡입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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