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러운 혼자 호캉스]
콘래드 서울
- 이탈리안 식당 '아트리오(Atrio)' -
(2018.03.30.)
체크인을 하고 난 뒤
바로 식당 예약을 했다.
호텔 2층에 있는 이탈리안 식당 '아트리오'
예약을 하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혼자 가도 세트 메뉴를 시킬 수 있는지
한 명도 자리 예약을 받는지
집요하게 물어봤고
직원분이 2인용 쉐어링 메뉴가 아니라면 가능하다고
친절하게 안내해주셨다.
예약한 시간에 맞춰서 식당에 도착했고
직원분의 안내를 받아서 착석했다.
창가쪽은 기대도 안 했고,
실제로 식당측에서 창가 쪽 자리는 주지도 않았다.
착석하면 커다란 알라카르트(a la carte) 메뉴판을 주신다.
내가 혼자 온 게 아니었으면 그 메뉴판에 있는 음식들을
살펴보면서 단품으로 시켰을 것 같다.
그러나 각 메뉴가 어느정도 양으로 제공되는지 잘 몰라
식사량 조절에 실패할지도 모르고
다양한 메뉴들을 보고 고르려면 생각이 많아질 수 있으니
코스 세트로 가기로 사전에 마음을 먹고 방문했다.
그래서 세트 메뉴가 있지 않나요?라고 문의를 하니
세트 메뉴만 적힌 작은 메뉴판을 따로 가져다 주셨다.
세트 메뉴는 가격대비 구성이 상당히 합리적이었고
큰 메뉴판에 있던 다른 단품 메뉴들도
다른 블로거의 사진에서 봤던 가격대보다 약간 저렴해진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먹었던 트라토리아(Trattoria) 세트는
가격은 다른 블로거들이 먹었던 비즈니스 세트(business set)랑 동일한데
(전화로 예약할 때도 직원이 코스로는 '비즈니스 세트'가 있다고 안내해줬음)
세트 이름이 바뀌어져 있고
그 구성이 일부 바뀌어져 있었다.
스프 대신 스파게티가
소고기 안심에서 소고기 플랭크(flank)로.
기본 테이블 세팅
군더더기 없이 기본적인 것 같으면서
파인 다이닝(fine dining)하는 느낌이 좀 났다.
식전 빵.
식전 빵이라고 주셨지만
내 의견은, 식전에 나오는 빵이라고 생각하고
빵만 올리브유나 저 옆에 스프레드랑 먹으면
별 맛이 없다.
다수의 블로거들이 저 빵이 엄청 맛있다고 하길래
기대했는데
나는 처음에 별로 였다.
우선 그냥 올리브유나 스프레드하고만 먹기에는
빵이 질기다.
껍질은 엄청 딱딱하고.
턱 관절이 약한 나로서는 한 조각을 다 먹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빵 맛을 곱씹어보니
그냥 순수한 밀가루 맛만 심심하게 났다.
그렇다고
덜 익은 밀가루 향이 난다거나
빵 맛이 별로라는 건 아니었고,
그냥 정말 맛 자체가 그냥
'난 빵이야. 뭘 더 바래?'
이런 느낌이랄까?
plain & bland하다고 밖에는
딱히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치만 코스가 진행되면서
이 빵의 반전 매력을 알게 되었다.
참치 타르타르.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이
그대로 담겨있었던 애피타이저.
잘게 썰은 재료들이
입 안에서 자기 맛을 조금씩 내뿜으면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식재료들의 맛이 조화를 이룬다.
참치와 토마토가
눈으로 대충 봐서는 구분이 잘 안 되지만
씹다 보면
이건 참치고, 요건 토마토였네.
이렇게 혀로 재료를 깨우치게 해준다.
토마토 스파게티.
일반적으로 스파게티 하면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메뉴다.
이날은 스파게티는 사실 별로 안 먹고 싶었지만,
양이 많지 않고 적당하게 나와서
이 식당의 스파게티 맛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처음 보면 생 토마토로만 소스를 만들었나 싶은 빛깔이고
생토마토로만 만든 것이 정말 맞다면,
내가 알던 생토마토 소스보다는 맛이 좀 더 진해서 좋았다.
이 스파게티는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의 교과서적인 맛을 냈다고 생각한다.
기본에 충실한 느낌.
반전은
스파게티를 다 먹고
식전빵을 소스에 찍어먹으면
스파게티와 소스를 같이 먹는 것보다
훨씬 맛있다는 점!!
빵을 소스에 잠깐 묻힌 것 뿐인데
빵의 질기고 딱딱했던 식감이 싹 사라진다.
그리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밀가루' 맛이
토마토소스의 맛을 받쳐주는 기초를 세워주는 느낌이다.
전혀 다른 빵을 먹는 느낌.
빵으로 소스를 다 긁어 먹었다. ㅋㅋ
비프 플랭크 스테이크.
플랭클는 부위는 다소 생소한지라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양지, 치맛살 등 다양한 한국식 부위를 포함하는 부위인듯.
서버분에게 플랭크가 어떤 부위라고 여쭤보니
그냥 소 뱃살이라고만 설명해 주셨다.
내가 시식한 느낌으로 양지쪽에 가까운 느낌이 들었는데
국에 들어가는 소고기 양지처럼 결이 약간 도드라졌다고 해야하나?
부드러운 맛으로 먹는 스테이크 부위는 아닌 것 같았다.
보통은 미디움-웰던으로 주문하다가
오늘은 좀 부드럽게 먹어볼까 하고
미디움으로 주문했으나,
거의 웰던 같이 익혀나왔던 것 같다.
이거 미디움 맞냐고 물어볼려던 찰나에
옆 테이블에서 서버 분이
미디움 웰던으로 주문하는 손님에게
플랭크 스테이크는 미디움 웰던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설명을 해주시더라.
이렇게 나와서 그런가 보다하고
따로 미디움이 맞는지 확인하지는 않았다.
보면 통후추 갈은 게 꽤 뿌려진 것 같은데
기대보다는 통후추가 열일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베트남 푸쿠옥에서 사온 통후추 향의 5분의 1도 안 났던 듯.
스테이크와 함께 나온 구운 감자는
생각보다 맛있었다.
감자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내가 감자다!!"를 외치는 진한 감자 본연의 맛이
인상깊었다.
세게 씹을 필요도 없이
부드럽게 녹는듯한 느낌으로 잘 구어진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티라미수와 차/커피가 후식으로 나온다.
이 티라미수가 먹는 재미가 있었다.
크림은 자체만으로도 별로 달지 않고
부드럽게 사악 녹아서 맛이 있다.
상단의 파우더랑 하단의 에스프레소를 머금은 쿠키랑
한꺼번에 떠먹으면
크림 맛이 달큼한듯 아닌듯 살짝 나려다가
쌉쌀한 에스프레소 맛이 쿠키에서 쫙 빠져나온다.
한 스푼에서 맛이 변화하는 듯한 느낌에
먹는 재미가 있었다.
총평:
가격 대비 매우 알찬 구성이다.
화려한 맛보다는 기본기가 충실한 맛을 보고 싶을 때 주문하면 좋은 메뉴 구성이었다.
트리비아(trivia)
이 식당에서는 굳이 창가자리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
건축학도가 아닌 이상 창 밖의 공사장 철골구조를 뷰로 즐기기 힘들 것 같다.
2층이라서 한강 뷰는 불가능하다.
직원분들은 엄청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한다.
넓은 식당을 생각보다 적은 수의 직원들이 커버하고 있다.
테이블 상태를 귀신같이 체크하시는 점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
예약 전화도 친절하게 잘 받아주셨고
메뉴를 고르는 데에서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셨다.
나는 사실 트라토리아 코스에
피자를 좀 먹어보고 싶어서
서버분에게
혼자 먹을 건데, 세트에다가 피자를 추가하면 너무 배부르겠냐고
여쭤봤더니
너무 많을 거라고 답변을 주셔서
피자는 포기했다.
피자는 다음 기회에 ㅠㅠ
아트리오는
혼자서 식사하기에도
좋은 식당이라고 생각한다.
경험상 혼자 밥을 먹을 때
옆 테이블과 간격이 좁으면
둘이 먹을 때보다 좀 더 많이 신경이 쓰이고 불편하다.
그런데
아트리오는 기본적으로 테이블 간 간격이 적당해서
내 시야에 다른 테이블이 잘 들어오는 편은 아니었다.
별도의 요청이 없으면
알라카르트 메뉴판과 음료 메뉴판만
우선 내주라는 매뉴얼이 있는게 아닌가 싶다.
알라카르트 메뉴들도
5성급 호텔 식당치고는
합리적인 가격대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