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태국 방콕 호캉스 여행]

코모 메트로폴리탄 호텔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 '남'

Nahm at COMO Metropolitan Bangkok

(2020.01.05.)



요즘 미슐랭 가이드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많이 보도되고 있어서

신뢰도에 금은 가고 있지만,

암튼 누군가는 먹어보고

리뷰를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면서

방콕 미슐랭 가이드를 참고했다.


그렇게 발견한 식당 중 하나가

남(nahm).


태국 음식으로만 필터링을 해서

검색해낸 식당인데,

실제 쉐프는 태국사람이 아니라는 것이 반전.

(나중에 발리에 가서

잡지를 보다가 알게 되었는데,

쉐프가 바뀌어서

현재는 미국계 태국인 쉐프가

주방을 총괄한다고 한다.)


남은

코모 메트로폴리탄 호텔의 1층에 위치.



나는 차가 많이 막힐 줄 알고

조금 일찍 택시를 타고 출발을 했는데,

일요일이라 차가 별로 안 막혀서

30분 가량을 로비에서 대기했다.


혼자 로비에서 재밌게 30분 보내고 나니

로비에서 앉아 있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18시 30분에 레스토랑이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다같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장면을 목격했고,

나도 그 중 한 명이었다.


남에 입장.


나는 1명이라서

수영장이 살짝 보이는 실내 좌석으로 안내 받았다.


나 말고는 전부

좀 더 실내쪽으로 테이블을 안내 받았고,

내가 코스가 중반을 지나갈 때 쯤에

입장한 한 손님도

내 옆옆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혼자 식사하면 이쪽을 우선 내어주는 모양이다.



디너 코스 세트 중에

essence 세트를 주문했다.


이 레스토랑은

세트 메뉴에 맞춘 와인 페이링은 따로 없었는데,

와인을 하겠냐고 물어봐서

별생각없이 하겠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넋놓고 막 마실 때는 아니었는데...

내가 그렇지 뭐 ㅋㅋㅋㅋㅋ


나의 영어실력이 그닥 출중하지 못한 지라

대충 듣고 계속 okay, good, yes를 돌려막기 하다가

추천 받은 화이트랑 레드 와인들 중에

한 잔씩 주문한 줄 알았으나

두 잔 모두 화이트를 주문했더라.


쇼비뇽 블랑이었는데

입으로는 쇼비뇽 블랑이라고 따라해놓고

머릿속으로는 까베르네 쇼비뇽을 떠올렸...ㅠㅠ


달큼한 향과 맛이 은은한

리슬링 한 잔.


아무즈 부쉬같은 환영음식.


태국 향신료가 풍부하게 느껴졌다.


앞으로도 계속 말할 것 같은데,

이 레스토랑의 맛은

자극적이지 않게

다양한 맛과 향이 혼재되어

조화롭게 느껴지는 스타일이고,

이 음식도 그랬다.


pu sorn klin - blue swimmer crab, coriander and pickled garlic on rice crackers with peanuts

miang nopakao - miang lobster, chicken, green mango, snakefruit and herbs served on a betel leaf


저 구장나무잎(betel leaf)을 상추쌈 먹듯이

통째로 싸먹는 음식이라고 알려주셨는데,

아무리봐도 인조 식물처럼 반질반질한게 의심스러웠다.

ㅋㅋㅋㅋ


막상 먹어보니

향이 강하거나 식감이 질긴 잎은 아니었다.


yam pak yang tawai - leaves and fruits salad with vegetarian tawai dressing


내가 음식 이름을 잘 붙여넣은 건지

확신은 좀 안 서지만...


아무튼

저 샐러드는 한국 음식 느낌이 좀 났다.

도라지초무침에서

도라지와 고추장과 초가 빠지고

태국 채소가 들어간 느낌??


ngob talay - grilled banana leaf packet of blue swimmer crab, wild prawn and red grouper fish seasoned with wild ginger and red curry paste


갑각류들의 살을 하나하나 발라서

쌓아주셨는데,

함께 나온 쌈채소에

다른 음식과 함께 싸먹는 음식이라고

설명을 들은 것 같다.


계속 자진신고 하지만

나는 영어 듣기 능력이 부족한 편인데,

비원어민이 구사하는 영어는

훨씬 더 취약하다.

그래서

내가 설명대로 잘 먹었는지는 모르겠다.


가끔 파인 다이닝이라고 하는

고급 레스토랑에 가면

서빙하는 분들이 콧대 높은 듯한

표정과 말투로 서빙을 하실 때가 있는데,

내 테이블을 담당하던 여자분도

처음에는 그다지 내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주지 않으셨었다.


이런 분들의 특징이 아닐까 싶은 점은,

식사가 만족스럽냐고 물어봤을 때

긍정적인 반응을 조금 구체적으로 서술해드리면

약간 태도가 부드럽게 바뀌는 것 같다는 것.


메인 음식이 나올 때가 되면

두번째 와인이 서빙된다.


까베르네 쇼비뇽이라고 착각하고

네네 쇼비뇽 블랑 주세요라고 주문해서

마시게 뉴질랜드 말보로 쇼비뇽 블랑.


메인이라서 밥이 나오고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한식 식사 하듯이

흰쌀밥과 함께 나온 음식들을 반찬삼아

자유롭게 먹으면 된다.



sangwa pla duk fu - relish of wild prawn from songkhla with tamarined, ginger and somsa 

tom gati gai - chicken and green mango in savory coconut broth


pad pak goot - stir-fried young fiddlehead ferns


사진을 하나 빼먹었다. ㅠㅠ

pla muek pad kai khem - charred squid with salted egg and cardamom shoots


massaman nuea - massaman beef with grilled potatoes and burnt shallots 


태국 음식 느낌이 충분히 나면서도

미슐랭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들에서 느껴지는

은은하게 존재감 있는 양념과 식재료들이

조화로운 맛을 내주었다.


디저트 메뉴를 하나 고를 수 있다.


나는 태국에 왔으니

코코넛의 생애주기 라는

디저트 메뉴를 골라봤다.


메인 디저트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디저트였던 것 같은데,

맛이 기억이 안 난다.

맛있게 먹기는 했는데...


코코넛을 이용한 4가지 종류의 디저트.


코코넛이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는 편인데,

다양한 코코넛 음식들이

디저트로 나오니

참 좋았다.


특히나 반가웠던 것은

전반적으로 savory했던 메인 코스 이후에

달달한 것이 들어오니까

엄청 개운했다.

메인을 다 비우지 못할 정도로

엄청 배불렀었는데

디저트가 혀에 닿는 순간부터

위장이 다시 좀 움직이면서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같았다.


마지막 작별 음식이라고 해야할까?



글라스 와인을 주문하면 안 됐었는데

어쩌다가 주문을 해가지고

돈을 1000바트 더 썼다.

ㅠㅠ


<총평>

맛있다.

양도 많다.

비싸다.

ㅋㅋㅋㅋㅋ


예전에 세인트 레지스 방콕의 뷰(Viu)나

메리어트 마르퀴스 퀸즈 파크의 시암 티 룸(Siam Tea Room)에서

먹었던 태국 음식과는

지향하는 목표점이 다른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두 음식점은

다양한 향신료를 직설적인 느낌으로 사용했다면,

남의 태국 음식은

은은하게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담당 서버분이

처음에는 도도한 느낌이 들었지만

식사가 진행될 수록 그 분의 표정이 풀어지면서

웃으며 헤어졌다.

ㅋㅋㅋㅋ


서비스는 매우 포멀하면서

정중한 스타일로 진행되기 때문에

도도하시기는 하셨어도

원리와 원칙을 벗어나는 점은 없었다.



[프로호캉서_상해 혼자 호캉스_미식(3) 상해식 무제한 딤섬] 

포시즌스 호텔 상하이 푸시

Four Seasons Hotel Shanghai at Puxi

- 상해식 무제한 딤섬 런치 at 시지쉬안

Shanghainese All-You-Can-Eat Dim Sum Lunch 

at Si Ji Xuan with Michelin Plate rating -

(2019.03.02.)


@gizzard_in_law



샤오롱바오의 고향은 상하이!


포시즌스 상해 푸시의 중식당 시지쉬안은

미슐랭 플레이트 식당.

인증받은 상해 맛집에서

상해 딤섬 런치를 먹어보기로 했다.


보통 중식당은 가족 단위 손님을 많이 받아서

테이블이 너무 큰 것만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친절하게 1인 식사가 가능한

자리로 안내해주셨다.


무제한 딤섬 런치를 먹겠다고 하니까

딤섬 런치 메뉴판을 주고 가셨다.


딤섬 런치 자체가 처음이었는데

무제한까지 붙으니까

어떻게 주문해야하는 건지 잘 몰랐다.

뷔페처럼 직접 가져다 먹는 것도 아닌 것 같고...


메뉴판에 보면

차 없이 무제한 딤섬을 먹으면 198위안

무한 리필 차를 추가하면 218위안

음료 패키지를 더하고 싶으면 70위안 추가 지불.

상기 메뉴 가격에 봉사료 및 세금 별도 부과.


저 3가지 옵션에 대해서 명확히 말씀드리고나면

앞으로는 메뉴판에서 먹고 싶은 것만

계속 주문할 수 있다.


우선 나는 차가 포함된 무제한 딤섬으로 요청.


근데 아무리 메뉴판을 봐도

나는 무슨 음식인지 모르겠고,

양도 어떻게 나오는 지 모르겠고...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한 남자 직원분께

나는 딤섬 런치 처음이고

메뉴가 익숙하지 않으니까

몇가지 추천해줄 수 있냐고 여쭤봤다.


그러자

남자직원분께서 자기가 알아서 

주문을 넣어주겠다고 하셨다.

정말 감사했던 순간.


하지만 이런 나의 부탁은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었다.

이 식당의 직원분들은

다들 정(情) 넘치시는 분들인가보다.


음식이 미친듯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겠는지라...

이제 그만 멈춰달라고 사정 사정 ㅋㅋㅋㅋㅋㅋ


water bamboo, shrimp roe sauces.


아삭아삭한게

마 씹는 것 같은데

맛이 괜찮았다.


완탕수프였던 것 같다.


조식으로 먹었던 완탕이랑

피의 색이 다르다.

여기서 나온 완탕의 피 색깔은

집에서 달걀 넣고 반죽한 만두피 색깔.

그리고 피의 두께나 식감도

정말 집에서 만든 만두피랑 비슷했다.


안의 완탕 소는

약간 딱딱하니 예상하지 못한 식감인데

맛있는 완탕은 원래 이러해야하는 건지

아님 잘 못 만든 것인지

구분을 할 수 없었다.

지식 부족 ㅠㅠ


Shrimp bean curd spring roll.


새우 살이 가득하니 맛이 좋았다.

저 얇은 롤이 두부(bean curd)라는 것도 놀라웠다.

습자지처럼 얇았는데...


근데 양이 엄청 많아서

혼자서 먹기에 버거웠다.


샤오롱바오.


원산지의 샤오롱바오를 먹어봤다! ㅋ

신기하게 맛이 달랐다.


진~한 고기국을 농축해놓은 듯한

국물이 터져나온다!!

이 맛에 먹는 거구나 싶었다.


그치만 단점은

너무 진한 고기 육수맛에

혼자 4개를 먹었더니

약간 니글니글.


"Four Seasons" shrimps dumplings.


통새우가 들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머리는 떼고, 꼬리까지 다.

탱글함은 말할 것도 없음.


Sauteed turnip cake, xo sauce.


순무만 먹어본적이 없어서

이게 무슨 맛인지는 잘 설명을 못 하겠다.

이게 갈았는지 으깨서 반죽한다음에

XO 소스에 볶아낸 것 같다.

그래서 식감은 아삭하거나 멀크덩하지는 않고

약간 폭신하게 입안에서 무너진다.

갓 만든 푹신한 감자조림보다

더 촉촉하고 부드럽다고 밖에는

표현을 못 하겠다.


청경채와 브로콜리.


간이된 육수에서 데쳐냈기 때문에

간이 적당히 베어있다.


청경채는 즐겨 먹지만

원래 브로콜리는 식감을 완전 싫어한다.


근데

약간 느끼한 중식을

혼자서! 계속! 많이! 먹으니까

너무 느끼해서

아무 야채라도 먹어서

중국 본토 음식 특유의 느끼함을 없애야 했다.


근데

이 채소들도 큰 도움은 안 됐던 것이

양념이 베도록 데쳐진 것이라서

엄청 상큼하고 개운하지는 않았다.


veal rips, black peppers sauce.


송아지(veal)라고 하는데

부드러운 거 같으면서 잘 안 씹히는

묘한 식감을 가졌다.


맛은 갈비 맛이랑 비슷한데

한국식 갈비보다 어딘가 모르게 느끼하다.


cannelloni shrimp


맛도 기억이 잘 안난다.

맛없던 것 같지는 않다.


다만 너무 배부르고 속이 니글니글해서

감당할 수 없었다.


직원분께 이제 그만 나왔으면 좋겠다고,

주문 들어간 거 있으면

취소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는데도 이게 나온거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영어가 좀 더 잘 통하는

여자 직원분께 정중하게 다시 한번 부탁드렸다.

아까 추천 메뉴 자동으로 나오게 해주신다고해서

정말 맛있고 감사하게 먹었는데

혼자 먹기에는 너무 양이 많아 배가 부르니

이제 그만 내어주셨으면 한다고.


직원분께서는

남겨도 괜찮으니까

하나씩 다 맛보는게 어떻냐고도 물어보셨지만,

음식 남기면 내 마음이 편하지가 않기 때문에

다시 한번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렇게 정리가 된 줄 알았는데...


여자 직원분께서

내가 후식을 못 먹고 가는게 안타까웠는지

후식을 딱 1명이 먹을 양만큼만

직접 가져다 주셨다.


생각보다 중국분들이 정이 많거나

인심이 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rice skin dumpling


우리나라 찰떡과 일본 모찌의 중간 쯤 되는

쫀득함의 떡류.


sesame ball.


찹살 도너츠 비슷한 후식.


모듬 과일.


몇개를 주문해서 먹던지

가격은 세금 및 봉사료 포함 250 위안.


이 영수증을 보고

나도 좀 놀랬다.

혼자 이리 많이 먹었구나 싶어서.


그리고 납득이 갔다.

배가 안 부르고

안 니글거렸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양을 먹은 것이라고.


<총평>

옆에 있는 식당 '스테이크 하우스'보다

직원들의 서비스가 조금은 더 나았던 것 같다.


중년쯤 되는 남자분은

약간 콧대 높으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분이 불친절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해서든

다양한 맛을 보게 해주려고

노력해주셨던 직원분들께 감사할 따름.


가장 인상깊었던 음식은

샤오롱바오.

이게 진짜 샤오롱바오구나 싶었던 게

상하이가 원조라서가 아니라

가장 맛이 있어서.


맛 측면에서 특별히 

부족한 음식은 없었다.

많은 메뉴들을 다 맛보지 못한게

약간 아쉬웠을 뿐.


우리나라였으면

무제한이라도

이렇게 하나 하나 주문해야되는 방식이면

눈치를 봐야했을 것 같은데...

(1. 내가 돼지처럼 보일까봐 or

2. 너무 많이 먹어서 영업방해될까봐)

미친듯이 주문을 하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는 느낌을 받아서

편하게 무제한 딤섬을 즐길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는

모던한 느낌의 포시즌스 상하이 푸동과 다르게

다소 클래식한 것 같다.

이게 진짜 중국 본토 느낌이

조금 더 진하게 나서

맛도 맛이지만

경험으로서도 좋은 중국 식문화 체험이었던 것 같다.


[싱가포르 혼자 여행]

잔(Jaan)

스위소텔 더 스탬포드 싱가포르

Jaan at Swissotel The Stamford, Singapore

(2018.10.02.)




싱가포르는 유명한 도시이기는 하지만

예상외로 미슐랭 3스타는 없었다.


3스타가 있으면

못 먹는 감 찔러나 보게 되는데

3스타가 없으니

고민고민하다가 1스타 중에

70층의 뷰가 끝내 준다는

잔(Jaan)을 예약하기로 결정했다.


Jaan의 저녁 가격은

꽤나 사악해서

런치가 아니면 감당할 수가 없었다.


흔히 3스타가 1스타보다

더 비싸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미슐랭은 가격으로 별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

가격은 식당 주인 마음대로인 걸로.


마음만 부자라고 떠들고 다니지만

디너 세트 가격은 감당할 수 없었다.

결국

싱가포르의 마지막 호텔인 페어몬트 싱가포르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게 예약을 했다.


보통 이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에는

5-10분 정도 일찍 도착하면

자리에 미리 안내해주거나

라운지로 이동시켜주던데.


포시즌스 싱가포르의 Jiang Nan Chun에서처럼

12시 땡 치지않고서는

입장을 안 시켜주더라. ㅠㅠ


싱가포르는 시간을 칼 같이 지키는 것 같다.

식당 리셉션 직원분께서는

12시까지 뷰를 감상하라며(Enjoy the view)

못 들여보내준다는 말을 돌려서 하셨다.


결국 나를 비롯한

다른 손님들도 이퀴넉스(Equinox) 컴플렉스의

홀(hall)이라고 해야하나, 복도라고 해야하나...

그곳에서 서성거리며

반 강제로 70층에서 보이는 싱가포르 전경을 감상했다.

뷰는 좋다.

산에 오른 것 같음.


그치만 다른 식당 앞을 서성거려야하는

상황인지라 약간 민망.


약간 민망해하며

밖에서 기다리다보니

리셉션 직원분이

도착한 순서대로 좌석을 안내해줬다.


화려하게 장식된 천장.

밤에 보면 더 예쁠 것 같다.


내 자리는

식당 정 가운데에 위치.


가능하면 창가 자리로 배치해주면 좋겠다고

예약 요청사항을 남겨놓았지만,

이미 창가자리는 다 찼으니, 

먼저 예약한 손님이 취소를 하면

창가자리를 내어 주겠다고 답이 왔다.


그리고

이 자리로 안내 받은 걸로 보아

취소한 손님은 없었거나

창가 좌석 대기 손님 순서에 밀렸거나.

싱가포르 뷰는 지겹게 봤으니

막상 가운데 좌석을 받고나서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았다.


내 자리에서 찍은 창가 뷰.


확대해서 한 방 찍음.


다른 각도의 뷰를 내 테이블에서 찍어봤다.


식전 샴페인을 하겠냐고 권하셨다.


물어봤다는 느낌보다는

약간 강매당하는 느낌을 받기도 했으므로

권하셨다고 표현.

ㅋㅋㅋㅋ


전날 무리해서 너무 목이 뻐근하고

(활동량이 많아 피곤하게 잠이 들면

목 근육이 잔뜩 뭉쳐 깨어난다)

자정 비행기를 탈 생각을 하면

술은 마시면 안됐다.


샴페인을 좋아하는지라

권유를 선뜻 거절하기 어려웠고

한 잔에 얼마나 하겠어 하고

와인 페이링 대신에 한 잔 마셨다.


좋은 샴페인인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는데...


나중에 계산서를 받아보고

깜짝 놀랐다.

ㅋㅋㅋㅋㅋㅋ


샴페인 1잔이

와인 3잔 페어링 값 뺨침.

ㅋㅋㅋㅋㅋㅋㅋㅋ


문제의 고급 샴페인.

Krug Grande Cuvee.


스파클이 생각보다 많이 올라와서

좀 의외였다.


와인책에서

스파클은 글라스에 세제 잔여물이 남거나

글라스를 닦은 행주?의 천이 남으면

많이 생긴다고 했던게 기억이 났다.

일부러 기포가 나게 천으로 닦는다는 곳도

읽은 것 같고.

암튼 그랬다.


샴페인은

향이 좋았다.

가볍고 산뜻했다.


내가 좋아하는 시트러스 향이 나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그치만

이제 가격을 알고 나서

가성비를 생각하면

앙리 지로 엔트리 라인이 더 좋은 것 같다.


오늘의 런치 메뉴.


비싼 샴페인 마신 줄도 모르고

와인 페어링 안했으니까

5 코스로 가자며

별 생각없이 주문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아뮤즈 부쉬.


머랭.


되게 바삭할 것 같이 생겨놓고,

입에 넣으니

풍선 터지듯이 사라져 버렸다.


약간 간간한 것 같으면서

달큼하고 향긋했다.


팬케이크.


호두과자처럼 생겨가지고

팬케이크라고 설명하니까...

약간 당황...ㅋㅋㅋ

이거 생긴건 호두과자인데요?라고 설명하고 싶었다.

하지만

가뜩이나 요리 설명 길어지면

영어 밑천 드러나는 것 같아서 정신적으로 지치는데

싱가포르 억양으로 말하니 더 기운 빠짐.

그냥 오케이, 오케이, 굿 굿만 반복.

ㅋㅋㅋㅋㅋ


호두과자 생각나게 생겨서

달큼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짭짤했다.

촉촉함과 따뜻함이 느껴졌고,

크림치즈 텍스처의 소에서 

진~~~~~한 치즈맛이 느껴졌다.


호두과자와

맛의 방향성이 너무 달랐다.



위의 2개 중 하나가

피쉬 앤 칩스였고, 다른 하나는 일본식 크래커였다.


메모는 그렇게 남겨놨는데,

식사하고 만 2달만에

글을 쓰려니까

뭐가 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여행 갔다오고 나서

일 폭탄을 맞아서 힘들게 지켜온

나의 워라밸이 산산 조각 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ㅠ


피쉬 앤 칩은

바삭한 식감에

채소향이 지배적이고

생선향은 살짝 났다고 메모해놨다.

짭짤한 맛이라고.

생선살이 아주 잘은 질감으로 느껴졌다고.


이런 메모로 봤을 때

타르트처럼 생긴 음식이 피쉬 앤 칩이었나 보다.


그럼 뻥튀기 같은 거에

연어알 같은 거 올린게

일본식 크래커인듯.


달콤한 맛이라고 적어놨다.

향신료의 향이 샤~악하고 올라왔다고.

크리미한 느낌에

맛이나고 중독성을 느꼈다고.

카레 같다는 메모도 남겼다.

 

트러플 수프와 패스츄리.


트러플 수프.


처음 트러플이라고 소개를 들었을 때는

'또 트러플인건가?'

나도 모르게 약간 식상하다는 반응이었다.


살다살다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내가 하게 될 줄이야...

ㅋㅋㅋㅋㅋ

오래 살았나 싶기도 하다.


트러플 수프는 스푼으로 떠먹지 않고

그냥 마시면 된다고 설명해주셨던 것 같다.


마시기 전에는

그냥 일반적인 스프의 향이 나는 데

들이키면서 입안에 들어오면

트러플의 향이 국물과 함께

내 혀, 목,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스윽~ 들어온다.

트러플을 흡입하는 듯한 느낌이 재밌었다.


스프 안에

견과류가 들어가 있어서

씹는 재미도 있고

맛도 좋았다.

짭쪼름하니 참 맛있었다.


패스츄리는 건조하면서 바삭했다.


돌에 발려 있는 허연 것은

바로 버터.

버터를 돌에 얇게 펴 발라서 서빙해 주셨다.

허브 솔트가 뿌려져 있어서

허브의 향이 훅 들어온다.


식사용 빵이 나왔다.

2종의 버터와 함께.


이건 해초 버터.


요즘도 이런 이름으로 부르는 지 모르겠는데

생과자? 양과자?라고

파래 살짝 뿌린 딱딱한 부채꼴 과자가 있는데

거기에 들어간 파래가 연상되는 향이었다.


엄청 고가의 음식들을 리뷰하고 있는데

비교하는 음식은 계속 평범한 한국음식들 ㅋㅋㅋㅋ


요건 일반 버터.


빵.


보기만해도 딱딱해서

먹기 힘들게 생겼다.


겉이 딱딱한 것은 맞지만

속은 엄청 촉촉하고 부드럽다.


킹크랩.


첫번째 메인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자세히 보면

통살이 한 조각 있고

게살을 뭉친 것은 

초록색 셔벗같은 거 밑에 숨어 있다.


킹크랩 통살 컷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잘게 썰어 나온 채소들과 함께 먹으면

채소의 향이 강해서 킹크랩의 향이 묻힌다.


게살을 뭉친 것은

초록색 셔벗?(차가워서 우선 셔벗이라고 하겠음)과

함께 먹어봤다.

셔벗과 섞여서 더 개운한 느낌이 강화되면서도

되려 통살 컷보다 게향을 더 느낄 수 있었다.


사진으로는 초록색 셔벗 소스만 보이는데

밑에 갈색 소스도 있었나보다.

메모에 갈색 소스는 짭조름하면서

향이 좋아 맛있다고 적어놨다.

Eggs in an Egg.


Eggs in an Egg 단독사진.


왜 알 속의 계란이냐면

이런 타조알 같이 생긴 뚜껑에 덮여서

계란요리가 나오기 때문.


계란의 맛은 은은하게 나면서

로즈마리와 훈연 향이 느껴졌다.

요리 이름은 알 속의 계란이지만

새콤달콤하게 절인 듯한

버섯의 맛이 더 강했다.


파마산 치즈가 잔뜩 올라간 빵.


빵 알갱이?의 식감은 다소 거칠지만

파마산 치즈의 맛이 은은하면서도 진하게 난다.

식빵을 튀긴 건지 뭔지 정체 불명.


Snapper(도미)


처음 서빙될 때는

도미랑 가니쉬랑만 나오고

테이블에서 서버님이 소스를 뿌려주셨던 것 같다.


도미에 간이 배어 있어서

짭짤했다.

도미 살은 부드럽고 촉촉하면서도

살결을 느낄 수 있었다.


도미살 말고 왼쪽에 구멍 뚤린 재료는

뭔지 모르겠는데 쫄깃했다.


해초를 베이스로 해서 만든 소스라고 하는데

나는 해초 느낌은 별로 못 느꼈고

되려 콩 맛이 소스에서 많이 나는 것 같았다.


Salt Marsh Lamb.


양고기도 맛있게 먹기는 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서

메모한 게 사진 속에 무엇인지

매치가 잘 안된다.ㅠ


레몬, 살구, 허니 어쩌구 브라운 소스가

양고기와 함께 나온다.


양고기는 많이 안나오는데

소스는 많이 나와서

약간 짜증.


양고기가 생각보다 잘 안썰렸지만

막상 입에서는 부담스럽지 않게 잘 씹혔다.

양고기는 조금 간간한 편.



양고기 오른쪽에

직사각형 사이드 디쉬?가 있는데,

윗부분은 달달하면서 짭쪼름하고 향이 좋았다.

밑부분은 바삭바삭했다.

가지(aubergine)를 사용한 요리가 이거 같음.

가지가 생각보다 아삭아삭했다.


요건 뭘까?

다 먹긴 했는데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슬프다.


디저트 전에

치즈 코스를 권하길래

생각없이 그냥 또 예스를 남발.

ㅋㅋㅋㅋㅋ


치즈가 종류별로 나오고

치즈와 같이 먹을 수 있는 크래커/스낵류가

함께 나온다.


잼같은 스프레드류가 2종 나오는데

이거랑 크래커랑 건과일이랑 치즈를 같이 먹으니까

여러가지 맛이 섞이면서

새로운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예상하지 못했던

치즈코스를 주문했고

치즈 코스가 먹는 데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2시에 마사지 예약해놨는데

벌써 시간은 1시 30분을 향해 가고 있었다.


이때부터

급하게 먹기 시작했다.

ㅠㅠ


소르베.


5 코스라고 해서

딱 5개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메인 디저트만 1코스로 카운팅 하는 것 같고

디저트 스타터?가 나왔다.


소르베는 라임으로 만든 것 같고

오른쪽은 거품을 냈는데 뭔지는 모르겠다.


오이가 깍뚝 썰어져 들어가 있었고

시트러스류의 과일은 과육만 발라져서 들어가 있었다.

시트러스랑 오이의 조합이 상당히 좋았고

여운이 오래 남았다.

상당히 상큼하고 개운한 맛의 음료를 마신 느낌이었다.


메인 디저트인 초콜렛.


약속이 있어서

빨리 갖다달라고 재촉했다.

ㅠㅠ


하나는 찬 디저트이고, 

하나는 따뜻한 디저트, 

나머지 하나는 실온 디저트.


요게 찬 디저트였던 듯.


맛있었는데

너무 급하게 먹어서

메모를 못 남겼다.


너무 급하게 먹은 것도 있고

시간이 많이 지난 것도 있어서

메모 남긴 따뜻한 디저트와 실온 디저트가

어떤 사진인지 모르겠다.


따뜻한 디저트에는

브라우니같은 것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안 달고 엄청 고소했다고 적어놨다.

브라우니의 초코 맛은 약한 편이었는데

초코 소스가 초코 맛을 강하게 보완해줬다고.

초코라서 쌉쌀한 맛이 있는데

부드러운 쌉쌀함이라고 적어놨다.


메인 디저트에는

셰프님이 좋아하는 시를 발췌하여

함께 서빙되었다.


아까 알 속의 계란처럼

쉐프님이 언어유희나 문학을 즐기시는 모양이다.


나는 문학 잘 안 좋아하고

영어로 된 시는 더 안 와닿고

나는 마사지 시간 늦을까 쫓기는 마음뿐.


여기서

후식이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ㅋㅋㅋㅋㅋ



초코볼.


둘 다 넘나 맛있었다.


3가지 후식이 3단 찬합처럼

짜잔~하고 나타난다.


젤 밑에 있는 것은

시트러스 향이 좋았고

크림은 매우 부드러웠다.


가운데 초코케익은

'평타'라고 메모해놨다.

ㅋㅋㅋㅋ

바쁜 와중에 냉정함.


제일 위에 있는 것은

베이스는 바삭한데

크림은 매우 부드러워서

대조가 좋았다.

새콤한 맛도 일품.



128 싱가포르 달러 음식 먹겠다고 갔다가

디너 먹은 것 만큼 카드 긁고 왔다.

ㅋㅋㅋㅋㅋㅋ


<총평>

싱가포르에서 방문한 식당들 중에

제일 맛있었고

제일 파인 다이닝스러웠다.


가격이 사악하고

계속 뭘 추가하라고 해서

약간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먹고 나면 값어치는 하는 것 같았다.


직원들의 서비스는

우수했지만,

싱가포르 영어 억양에 익숙하지 않아서

설명을 다 알아 먹지 못해

혼자 답답한 것은 있었다.


싱가포르에 가게 된다면

재방문을 고려하겠지만

이 식당 때문에

싱가포르가 가고 싶어지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미슐랭의 평가 기준에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순간.


[싱가포르 혼자 여행] 

포시즌스 호텔 싱가포르 

- 광동식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_지앙난춘 -

 Jiang Nan Chun at Four Seasons Hotel Singapore (3)

(2018.09.30.)



싱가포르에서 맞는 첫 저녁!


포시즌스 싱가포르는

Orbitz VIP호텔이길래

식음료 할인 혜택이나 크레딧(credit)이라도

제공해줄거라는 생각을 '멋대로' 했다.


그렇게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지앙난춘(Jiang Nan Chun)을 예약하였다.


Orbitz VIP 할인이나 크레딧이 없는 줄 알았다면

굳이 광동식(Cantonese) 레스토랑을

예약하지 않았을 것 같다.


이미 홍콩에서

광동식 레스토랑에 대한

약간의 실망을 했기 때문.


그치만

예약은 해놓았으니

가야지 어째..


2층에 지앙난춘이 건물 한 쪽에 있고

반대편에는 연회장이 있다.


보통 레스토랑이나 스파는

예약시간보다 5-10분 먼저 도착하려고

노력하는 편.


그래서

이날도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문이 굳게 닫혀있었다.


이런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은

대기실이나 라운지가 있어서

일찍 도착해도 큰 문제가 없고,

혹여나 그런 시설이 없으면

자리로 먼저 안내해주고 기다려달라고 하는데...


싱가포르는 

영업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모양이다.

라운지도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고.


지앙난춘이나

스위소텔의 잔(Jaan)도

정시가 되어서야 입장시켜줬다.


처음에는

이런 싱가포르 분위기를 모르고

문 밖에서 기다려달라고 하길래

너무나 당황했다.


그래서

남의 연회장 앞에

대기용 쇼파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저녁 시간이 시작되자

지앙난춘 직원이 나를 찾아와

자리를 안내해주셨다.


식당 인테리어는 멋있었는데

테이블간 간격은

넓지도 좁지도 않은 정도였던 것 같다.


내 테이블.


물을 주냐고 물으시길래

스틸 워터 플리즈~!.


이제는

10,000원짜리 생수를 주문해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통장 잔고도 없는 주제에

씀씀이만 부자.

ㅋㅋㅋㅋ


중식에서 차가 없으면

식사하기 힘들기 때문에

차를 하나 주문했다.


내가 주문한 차는

Eight Treasure Tea.


서버분께서

이 차에 대한 설명과 우려먹는 방법을 알려주셨는데

생각보다 까다로운 차였다.


우선 8개의 보물(eight treasure)이란

대추 등 주요 차 재료를 조합하여 만들어서

이름이 그렇다고 한다.

베리류, 로즈류, 대추, 국화, 롱간 등이 들어갔다고...

겨우 받아적은 게 이거다.

ㅋㅋㅋㅋ


보통 차가 테이블에 나올 때면

이미 어느정도 차가 우려져서 서빙이 되는데

이 차는 서빙이 되자마자

마시려고 하니까

제대로 된 맛을 느끼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한다고 하셨다.

대신 

충분히 우려났을 때의 맛과

비교해보는 의미로

조금 먼저 따라마셔보라고 하셨다.


처음 마셨을때는

그냥 일반적인 중식당 차랑 큰 차이가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향기도 은은하게 올라오고

부드러운 단맛도 부드럽게 올라왔다.


서버님 말로는

대추가 들어가있어서

대추의 단맛이 우러나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고 하셨다.


그래서

재탕 차의 맛이 더 좋다고도

알려주셨다.


포시즌스 홈페이지에

디너 세트 주문 시 인원제한이 없길래

이 식당을 예약한 것인데

막상 테이블에 앉아보니

모든 세트메뉴는 2인 이상 주문이 필요했다.

ㅠㅠ


그래서

광동식 요리에 문외한인 주제에

알라카르트(a la carte) 메뉴를 주문하게 되었다.


무슨 요리인지도 잘 모르겠어서

서버님을 붙잡아 놓다 싶이하여

이것저것 물어보고

조언을 들으면서 메뉴를 정했다.


다행히

1인분씩(per person/per serving) 판매하는 음식들이 있어서

쓸데없이 쉐어링 메뉴를 주문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아뮤즈 부슈(amuse buche).


이름은 기억 안난다.

계산서에도 안 찍혀 있어서

추적도 불가.

ㅋㅋㅋㅋ


단짠 조합.

씹는 식감이 도드라졌다.


고기의 식감은 아닌데

뭔가 고기 먹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DEEP-FRIED PRAWNS WITH SLICED ALMOND AND CRISPY RICE.


나는 이상하게 새우를 좋아해서

새우 튀김을 애피타이저로 주문했다.


튀김옷만 두꺼운 새우튀김은 가랏!


속살이 튼실한 새우 튀김.


살짝 간간한 것 같기도 하고

약간 삼삼한 것 같기도 하다.


포인트는

이게 간이 잘 맞는건지

고민하면서 씹다보면

나도 모르게 내뱉는 말.

"맛있다!"


새우 식감이

엄청나게 탱탱하다.


BARBECUED COMBINATION - Suckling Pig, Honey Glazed Pork Belly, Roasted Duck

요건 북경오리 같은데

Roasted Duck이라고만 되어 있어서

우선 로스트한 오리고기인 것으로.

ㅋㅋㅋㅋ


오리의 향이

부드럽게 올라온다.

살코기는 담백하고

껍질은 바삭한 것 같으면서도

기름지다.


소스가 사알짝 발려져 있는데

소스 맛이 진하게 여운을 남기지 않는다.

소스가 잠깐 혀를 스쳐 지나가면서

입만만 돋구고

살코기를 당기는 역할을 한다.

요게 Suckling Pig인게 아닌가 추정.



뚜껑?을 벗겨보면

바삭한 껍질 밑에

뽀얀 촉촉 속살이 들어가있고

밑에도 바삭한 무언가가 있다.


밑에 깔린 것은

과자같은 맛이 난다.

가운데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돼지고기 맛.


입안에 쏙 넣고

같이 씹다보면

간은 살짝 짭쪼롬.


Honey Glazed Pork Belly.


다른 바비큐들도 부드러웠지만

이 바비큐가 제일 부드러웠다.


양념맛도 가장 강렬.


훈제를 했다고 하는데

신라호텔 조식 뷔페에서 먹었던

직접 훈제한 돼지고기 햄이 떠오르는 맛이었다.


차이점이 있다면

이 바비큐는 꿀을 발라서

맛이 더 달콤하고 양념이 좀 더 세다는 점.


PORK RIBS SOUP WITH SEA WHELK, MAKA AND DRIED SCALLOPS.



사진만 보면

기름이 뜬게 보여서

조금 느끼하지 않을까 싶다.


막상 먹어본 내가 봐도

사진만으로는 기름진 국물일 것 같다.


하지만

직접 맛을 보면

기가 막히게 깔끔하고

전혀 기름지지가 않다.


고기 육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가벼운데

고기 육수 맛은 엄청 진하다.


버섯같이 생겨서

고기 식감이 나는 것이 있는데

이것이 어떤 재료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알 수 있는 재료는

가리비랑 돼지갈비뿐.


돼지갈비가

육수의 주재료여서

상당히 익숙한 맛이면서도

너무나도 고급지게 깔끔하니까

무슨 맛이랑 비슷한지 한참 고민했다.


그러다가

결국 떠오른 것이 바쿠테!


바쿠테는 정말 거친 서민음식이라면

이건 너무 섬세한 맛의 상류층 음식 같았다.

ㅋㅋㅋㅋ


이 고급진 국물을 내기 위해서

3차례에 거쳐

비계를 제거하면서

끓여 국물을 낸다고 하셨다.


버섯, 해물, 허브같은 것을

섞은 것 같다는 의심을 계속하였는데,

보리차처럼 약간 고소한 맛도 났기 때문.


그치만 입 안에 남는

맛의 여운은 분명 돼지육수이고

그 와중에 느껴지는 기름맛은

익숙한 돼지기름 맛.


DEEP-FRIED CRAB SHELL STUFFED WITH CRAB MEAT.


간장소스와 같이 나온다.


속을 파보면

게살과 야채가 얽히고 섥혀 있다.


셰프님의 시그니처라고 하셨던 것 같다.


향이 매우 좋다.

근데 게살 향이 강하지 않고

야채향이 강하다.

야채 고로케를 먹는 듯한 향.

게 향은 묻힌 것 같다.


튀김이 약간 느끼해서

저 간장 소스를 좀 많이 쳐야지

느끼함이 많이 사라지고

게살 맛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이건 다시 먹을 생각 없다.

ㅋㅋㅋㅋㅋ


SWEET AND SOUR PORK WITH PINEAPPLE.


내가 좋아하는

단짠+새콤한 맛의

돼지고기 튀김요리.

탕수육 같기도 하지만

탕수육만큼 자극적이지는 않았다.


바삭하면서 촉촉한

모순적인 식감.

소스에 촉촉하게 젖어 있는 것 같아보여도

바삭바삭한 식감이 살아남아있다.


고기가 이에 닿아 씹히는 식감이

하나 하나 다 느껴지고

돼지고기의 살결도 느껴진다.


Jasmine Rice.


이 요리를 주문하니까

밥은 안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셨다.


밥을 먹어야 되나 싶어서 주문했는데

막상 저 돼지고기 요리를 먹다보니

양념이 세서 밥이 없었으면

쉽게 질렸을 것 같다.


이 밥을 처음 받고

쌀이 엄청 좋아서 놀랬다.

길쭉한 동남아 쌀은 푸실거릴거라는

편견을 날려버리는 식감.

찰진 밥은 분명히 아니지만

푸실거려서 입안에서 굴러다니는 식감이 아니다.

적당한 찰기가 있다.


입가심으로 주신

깔라만시 주스.


너무 시지도

너무 달지도 않은 것이

입을 개운하게 해주는데

너무 너무 좋았다.


한잔 더 먹고 싶은 맛.


배불러서 후식은 따로 주문하지 않았지만

후식을 주셨다.


메인 후식 메뉴는 아닌 것 같고

세트메뉴 다 먹고나면 주는

그런 후식인 것 같았다.


투명한 젤리는 탱탱하긴 한데

입안에 들어가면

작은 조가이 되어 부스러진다.

부스러지는 와중에

내용물의 질감이 실이나 알처럼 느껴졌다.


하얀젤리는

살짝 달콤하고

약간 고소한 맛.


가운데 베이커리류는

겉이 약간 뻑뻑하고

소는 찐득찐득했다.

아마도 펑리수이거나 친척뻘인듯.



디너 세트 메뉴는 먹을 수 없었지만

이것저것 시켜먹다보니

5코스 세트메뉴만큼 주문해서 먹었다.


배가 터질 것 같아서

후식은 따로 주문 안 했다.


배가 터질 것 같은 만큼

가격도 많이 나왔다.


세금 및 봉사료 포함

SGD 181.25.


한화로 15만원 정도.

한화로 계산하니까

싸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ㅋㅋㅋㅋ


<총평>

맛있는 레스토랑인 것은 인정.


그치만

옥의 티는

시그니처라던 

게살 넣은 게딱지 튀김.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에서

느끼한 맛의 튀김이라니

약간 실망했다.

고로케 맛인 것도 그렇고.


그렇지만

돼지갈비로 만든 수프나

바비큐 3종 콤비네이션은

여기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 같았다.

(그건 내가 보장할 수 없지만)


직원분들은

친절하시고

편하게 식사하실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광동요리를 잘 모른다고

한 번만 홍콩에서 먹어봤다고 하니까

조리법 등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다.


대신에

매 음식 나올때마다

엄청 맛있죠?라고 자주 물어보시니까

게 튀김 요리 같은 경우에는

느끼하다는 말을 할까하다가

꾹 참았다.

ㅋㅋㅋㅋㅋ


처음에는

영업시간 아직 시작 안했다고

좀 있다가 오라고 했을때

문전박대 당한 느낌이라서

기분 살짝 상할 뻔도 했다.

하지만

이제와서 돌이켜보면

칼같이 영업시간을 지키는 게

싱가포르 식당 문화인 것 같아서

잊어 넘길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신분상승 느낌 혼자 호캉스] 

서울신라호텔 The Shilla Seoul

- 콘티넨탈/컨티넨탈 Continental -

(2018.07.01.)


<데꾸벻뜨(Découverte, 발견) 디너 세트 >


인생은 정말 한치 앞도 알 수 없다.


신라호텔 식당은 디너 가격이 너무 높아서

런치 아니면 안 갈 생각이었는데,

이태원 점심 약속이 틀어지면서

생각없이 그냥 1층 The Library에서 끼니를 때웠다.


객실에 체크인해서

메뉴판을 검색하다보니

라이브러리가 아니라 컨티넨탈에서

런치를 먹었어야했다는 걸

그제서야 깨달았다.

런치가 더 저렴하기 때문.


신라호텔에서 

꼭 저녁 식사를 해야 한다면

당연히 라연.

미슐랭 3스타.

예약도 쉽지 않다고.

혹시나 오늘 예약취소 있냐고 문의해봤으나

죄송하다고 답이 왔다.


그럼...

지난 번에 맛있게 먹었던

포스즌스 호텔 서울의 보칼리노(Boccalino)에 갈까,

이왕 신라에 왔으니 보칼리노와 똑같이 미슐랭 플레이트 등급을 받은

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Continental)에 갈까,

고민이 많았다.


보칼리노는

콘티넨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착하다.

보칼리도 Autentico 세트를 먹고 택시로 왕복해도

콘티넨탈 최저가 디너 세트인 데꾸벻뜨(Découverte)를 먹는 것보다 싸다.


고민고민하다가

마카오에 미슐랭 2스타 프렌치 레스토랑에

방문하기 전에

프렌치 퀴진(French cuisine)에 입문하는 경험삼아

콘티넨탈에 1명 예약했다.


23층에 올라와서 콘티넨탈과 라연을 가는 길에 있는 센터피스 장식.


라연과 콘티넨탈 이용 고객들이 대기시 이용할 수 있는 라운지.

1인 식기 세팅이 이렇게 되어있었다.


개인적으로 

좌우로 포크와 나이프 쫙 깔려있는거 안 좋아하는데

너무 많이 깔려있어서

부담스러웠다.


프랑스 식사 예절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매 코스 나올 때마다

식기를 같이 바꿔주면 안 될까?

ㅋㅋㅋㅋㅋ


소믈리에 추천 와인 페이링도

3종 이상으로 구성된 세트가 있어서

와인잔도 3종이 세팅되어 있는 듯.


와인은 안 먹기로해서

다 치워주셨다.


특별히 원하는 물(탄산수나 브랜드 물)있냐고 물어보셨다.

나는 그냥...

정수기 물도 괜찮다.

ㅋㅋㅋ


가염과 무염 버터.


나는 가염버터를 더 좋아한다.


첫번째 빵: 치아바타.


호텔 레스토랑 많이는 못 가봤지만

살면서 먹어본 치아바타 중에

가장 안 질긴 치아바타.


어떻게 데우신 것인지

온기도 상당히 오래 갔다.


맛도 좋고

식감도 좋고

크기도 부담스럽지 않고

먹기 좋았다.


하지만

프렌치 코스에

이탈리아식 빵이라서

약간 갸우뚱했다.


서버님께 나중에 기회가 생겼을 때

여쭈어 보았다.


이탈리아 빵이긴 하지만

바게트와 식감이나 맛이 비슷하고

꼭 정통 프랑스만을 고집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프렌치 조리법을 현지 식재료에 적용하고

유럽식 음식을 포용하는 스타일인가보다.


웰컴푸드/아무슈 부슈(Amuse Bouche)


매 코스마다 서버님께서 음식에 대한 설명과 함께

권장하는 식사 방법이나 순서등을 알려주신다.


프렌치 음식은 처음이라 살짝 긴장했는데

이것저것 설명들으면서 먹어야하니

약간 부담이 되긴 했다.


먹는 순서는 슈부터 시작해서 시계방향으로.


슈의 식감은 바사삭, 의성어 그 자체.

시중에서 먹는 슈의 약간 눅눅하고 부드러운 식감이 아니다.

다소 날카롭게 부서지는 바사삭한 식감.


슈 안에는 

소고기 타르타르가 

사워크림과 함께 들어가 있다.

소고기 타르타르는 

생각보다 쉽게 볼 수 있는 애피타이저인데

매번 특별한 맛을 잘 못 느끼겠다.

여기서도 

특별히 소고기의 맛을 느끼지는 못했다.

그치만 식감은 

젤리 같으면서 젤리 아닌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깊었다.


오른쪽에 체리처럼 생긴 것은 푸아그라.

푸아그라를 향긋 달콤한 젤 같은 것으로 감싸서

전혀 푸아그라를 연상할 수 없는 비주얼이다.

처음 베물면 푸아그라의 맛보다는

겉을 감싸고 있는 달콤 상큼한 맛이 나다가

계속 씹다보면

크림치즈보다 조금 더 찐득한 것 같으면서

상당히 부드러운

푸아그라가 존재를 드러낸다.

그리고 푸아그라 특유의 향이 끝에 남는데,

'나 푸아그라였어'라고 하는 듯한 느낌.

역하지 않고 

약간 향긋하다고 느낄 정도로만 

향이 난다.


왼쪽에 스푼에 담겨진 음식은 젤리인데,

설명해주신게 기억이 안나는데

액체 필링이 들어 있다.

첫 입을 베물으면

입 안에서 젤리가 팡! 터지면서

액체 필링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안에 필링이 들어 있을 거란 생각은 못 하고 있었기 때문에

입안에서 액체 필링이 팡 터져 나올 때

살짝 놀란 듯.

필링은 달콤 향긋했다.


이때부터

프렌치 퀴진 혹은 이 식당은

색감, 식감, 향에 집중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세트라 캐비아를 올린 메추리알과 사바용 소스의 그린 아스파라거스.


사바용 소스는

서버님이 직접 테이블에서 뿌려주신다.

계란으로 만들은 소스라고 하셨다.

정말 부드러운 계란 노른자 맛이 났다.


메추리알은 1.5알이다.

1알은 가운데 시금치로 만든 액체로 코팅되어 있고

0.5알은 캐비어 밑에 있다.


캐비어를 2-3번 정도 먹어본 것 같은데

톡톡 터지는 식감이 날치알보다는 좀 고급지긴 한데

무슨 맛이 있는 지는 잘 모르겠다.


메추리알도 매우 잘 삶으셨는데

메추리알은 메추리알 맛.


아스파라거스는 생각보다 먹을만 했다.

식감이 좋았다.


전체적으로

내가 알던 맛을 특별히 맛있게 끌어올렸다거나

내가 모르던 전혀 새로운 맛이라던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다만,

재료간의 조화가 괜찮았고,

각 재료마다의 개성있는 식감이

도드라져서 먹는 재미가 있었다.



2번째 빵: 로즈 브레드.


중식의 꽃빵을 연상시키는 빵.


 촉촉하게 구운 패스트리와

쫄깃하게 반죽한 식빵의

중간 정도의 식감이었다.


이 식당의 빵은

뭐하나 빠짐없이 맛있었다.


벨루가 렌틸, 해초, 오이와 펜넬 젤리를 곁들인 전복 구이.


사진에는 전복하고 연두색 소스만 보이지만

벨루가 렌틸콩은 밑에 깔려있다.

이 렌틸콩이 특별한 맛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콩맛이 나는데

식감이 아주 좋다.


해초는 

사진에서 전복 밑에 깔려 있는데

생김새가 우뭇가사리가 아닌가 싶다.

해초 자체는 특별한 맛이 나지는 않았다.

식감 담당인 듯.


연두색 소스는 액체가 아닌 젤이다.

펜넬은 먹어본 적이 없어서 구분을 잘 못하겠지만

소스 젤과 같이 전복을 먹으면 오이향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 요리의 메인은 전복.

전복하면은 오독오독한 식감으로 

보통 기억하고 있고,

혹은 일부 고급음식점에서 

아주 부드럽게 조리한 것도 먹어본 적이 있다.


신라호텔 콘티넨탈의 전복은

탱글탱글, 살짝 쫄깃한 듯 싶다가

너무 부드럽지는 않으면서

적당히 쉽게 잘 씹히는

독보적인 식감을 가졌다.

그리고 적당히 양념이 베어들어서

전복에 이렇게 양념을 베게 할 수도 있고

그렇게 이런 맛도 낼 수 있구나 하고 놀랐다.

입에 넣기 전에

전복의 향이 코로 스르륵 들어오는데

씹지도 않았지만

향만으로 '맛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복을 렌틸콩, 우뭇가사리, 젤과 함께

먹으면 각각의 차별화된 식감과 향의 대향연이

입안에서 펼쳐진다.

익숙한 것 같으면서도 새로운 느낌.

상대적으로 우뭇가사리의 식감이 묻히긴 한다.



니스 풍미의 바삭하게 구운 옥돔.


니스(Nice)의 조리법을 활용하여 구운 옥돔이다.


프랑스 세트 메뉴에

옥돔이라니

의외의 재료 선택이었다.

서버님께서는

최대한 현지 식재료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밑의 소스는 토마토 베이스의 소스.

살짝 새콤한 것 같다가도

옥돔과 같이 먹으면 잘 어울린다.


서버님이 식사를 마칠 때 쯤에

가장 맛있게 먹은게 뭐냐고 물어보셨는데

당연히 옥돔이라고 말씀드렸다.


옥돔의 맛이나 식감이 대단했다.

우선 아주 적절한 짭쪼름한 간이 살속까지 균일하게 되어있는데

생선살 특유의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찬다.

식감도 정말 만족스러웠던 것이,

쫀쫀한 것 같으면서, 씹으면 적당한 탄력도 느껴지고,

그렇지만 또 입안에서 부드럽게 살이 흩어진다.

매우 맛있다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세번째 빵: 스틱 브래드.


서버님께서

신라호텔 콘티넨탈의 시그니처 브래드라고 소개해주셨다.


스틱 브래드는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에 찍어서 먹는다.


서버님께서 치아바타 설명해주실때 말씀해주셨는데

이 스틱브래드도 이태리 빵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같은 유럽 권역 국가이고 하니

코스 메뉴에 넣어 제공하고 계시다고 하셨다.


프렌치 식당을 예약하기 전에

내 머릿속에 있는 하나의 의문이...

프랑스 요리는 뭐가 다르지? 정체가 뭘까?

프랑스 요리법은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양식이라고 부르는 요리들에

이미 여기저기에 많이 응용되고 있는 것 같고...

딱히 프랑스 음식이 뭐냐고 묻는다면

바게뜨, 크로와상, 라따뚜이(영화땜에 ㅋㅋ), 꼬꼬뱅, 마카롱

이 정도이지 정찬 메뉴로는 딱히 아는게 없었다.

이탈리안이나 프렌치나 결국 메인은 스테이크 아닌가?


내가 프랑스 음식에 무지해서

이런 줄 알았는데

신라호텔 콘티넨탈에서도 이렇게 나오니

점점 헷갈리기 시작.


현대를 살면서

더이상 국적 중심의 조리법 정체성 구분은

점차 의미가 사라지는 것 같다는

결론 뿐.


암튼

다시 스틱 브래드의 감상평으로 돌아오면...


생김새는 

Auntie Anne's 프레즐이 떠오른다. ㅋㅋㅋㅋ

엄청 고급진 버전의 프레즐 비주얼.


맛은 프레즐과 영 딴판이다.

겉은 엄청 훨씬 비교안되게 바삭하면서

속은 프레즐처럼 질기거나 쫄깃하지 않고

촉촉하고 씹기에 더 부드럽다.

맛은 고급지게 베이직한 빵맛.


이 스틱브래드가 약간 신세계인 것은

그 바삭함 때문이다.

엄청 바삭하다는 느낌은 들지만

거칠지가 않다.

'바삭'한 느낌을 주면서도

엄청 미세하고 고운 입자로 입안에서 분해되는 느낌.




쿠스쿠스와 가스트리크를 곁들인 호주산 양갈비 숯불구이.


양갈비라고 하지만

먹기 편하게 갈비살은 발라서

스테이크로 만들어 주셨다.

갈빗대에 붙은 살은

사진속 양갈비 밑에 깔린

야채 밑의 쿠스쿠스에 사용되었다고 하셨다.


접시에 가운 소스 3종과

서버님이 직접 뿌려주시는 핫 스테이크 소스 1종이 있고,

영국산 소금, 프랑스산 게랑드 소금, 한국 신안 천일염, 와사비가 따로 준비된다.


그리고 사이드 디쉬로

매쉬드 포테이토가 나온다.


양갈비 스테이큰 약간 실망.


우선 미디움을 부탁드렸는데

미디움 웰던이 아닌가 싶었다.

미디움이라는 것이

사람마다 인지의 차이가 있다보니

더 이상 이야기할 것은 아닌 것 같다.


양갈비에 실망한 또 다른 이유는

양고기의 향을 다 제거해내셨다는 점.

양고기 마니아보다는

일반 대중에서 조금 더 쉽게 다가가기 위해서

향을 숯불로 덮어버리신게 아닐까?


차가운 액체 소스 3종은

비주얼과 향으로 승부하는 것 같다.

특히 향이 좋아서

양고기의 향을 부담스러워하시는 분들이

좋아할 것 같다.


뜨거운 스테이크 소스는

스페인식인지 스페인산인지 그렇다고 하셨는데

받아적지 못했다.ㅋㅋㅋ

내 느낌으로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와인 베이스 스테이크 소스와 

가장 가까운, 익숙한 맛이었다.


맛있는 녀석들의 김준현이 

고기는 소금이랑 같이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인정.


우선 소금 맛만 보고 비교해봤을 때

내 최애 소금은 프랑스 게랑드 소금.

왜 게랑드, 게랑드 하는 지 알겠더라.

소금이 감자칩보다 더 바삭아삭 씹는 맛이 있다.

그리고 큰 덩어리를 씹어도 생각만큼 짜지가 않다.

미네랄이 많은가 보다.

그래서 그런지 오묘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셋 중에 젤 짠 소금은

영국산 소금.

나름 유명한 소금 같았는데,

비교하다보니 3등.


2등은 신안 천일염.

신안 천일염이라고 해서

내가 알던 소금맛이 아닐까 했는데

여기서 주는 건 좀 달랐다.

생각보다 덜 짜고, 맛이나 식감이 부드러웠다.


와사비랑 고기랑 같이 먹는게

요즘 최신 트렌드라고 알려주셨는데,

와사비를 안 좋아해서

전혀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삿포로 미슐랭 2스타 덴푸라 아라키에서 먹었던

매콤하기보다는 향긋했던 와사비였으면

잘 어울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금은 달랐다.

내가 느끼지 못했던 고기의 향이

소금과 먹으면 입안에서 훅~ 품어 올라왔다.

양고기 특유의 향은 느끼지 못했지만

고기의 향은 분명하게 났다.

즉, 소고기인지 양고기인지 향으로는 구분 불가능했다는 점.

개인적으로

게랑드 소금이랑 먹었을 때가 가장 맛있고

식감도 제일 좋고, 향도 잘 살아났던 것 같다.


매쉬드 포테이토.


처음 먹었을 때는

고소한 데 느끼하다는 느낌.

점점 배가 불러오는데

다 먹기 힘들 것 같았다.

그치만 나도 모르게 손은 계속 가고

먹으면 먹을수록 점점 더 댕기는 감칠맛이 있었다.


생긴것도 버터처럼 생겼는데

식감도 버터 생각나게 부드럽다.


첫번째 디저트: 제철 과일 콘소메, 콤포트, 젤리, 셔벗


제철 과일로는 수박이 선정됨.


콘소메라고 하지만

내 입에는 수박화채. ㅋㅋㅋㅋ


셔버트도 수박맛과 향이 진하다.

금가루가 뿌려져 있다.


콘소메에 담궈져 있는 수박 건더기는

콤포트인듯.

뭐에 절였다고 설명해주셨다.

그치만 그냥 매우 달큼한 수박맛 ㅋ


젤리는 특별한 기억이 없다.


의외의 한 방은

콘소메에 들어간 해바라기씨 초콜릿.

수박 씨앗처럼 보이지만 수박씨가 아니다.


수박과 초콜릿이라는 조합이 잘 안어울지 않을 것 같지만

달큼 시원한 수박과 달짝 쌉싸래한 초코는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초코를 다 녹여 먹었을 때 나오는 해바라기씨는

이 조합의 화룡점정.

고소한 수박이란 이런 느낌이구나를 깨달을 수 있다.


메인 디저트: 코코넛 아이스크림과 다크 초콜릿 소스의 금귤 밀푀유.


주황색 캡슐같이 생긴 것이 

금귤(낑깡)을 절여서 돌돌 말은 것이다.

여기에도 금박이 올라가 있다.


가운데 링이 아마도 금귤 밀푀유.

이거 생각보다 상당히 단단하다.

식당이 너무 조용한 분위기라서

식기 소리 안내면서 이거 잘라먹기 힘들었다.

단단한 만큼 엄청 바삭바삭함.

부드러운 바삭함이 아니라 단단한 바삭함.


금귤 밀푀유 밑에는

코코넛 아이스크림이 깔려있다.

이 아이스크림이 요물인게,

기본적으로 달지 않은데

무엇이랑 같이 먹느냐에 따라서

맛이 확확 돌변한다.

그냥 이 아이스크림만 먹으면

無맛의 부드러운 아이스크림.


밀푀유와 이이스크림을

그릇 밑에 있는 초콜릿과 함께 먹을 수도 있고

금귤 절임과 함께 먹을 수도 있다.

곁들이는 재료에 따라 맛이 변화무쌍하다.


미냫디즈/미냐르디즈(Mignardises)


마지막 후식으로

차 또는 커피가 제공된다.

나는 홍차를 주문했다.


초록색 반구의 디저트의 정체는

초콜릿.

무난했다.


그 밑의 노란색 조각케이크처럼 생긴 것은

화이트 초콜릿.

화이트 초콜릿을 깨물으면

안에 숨겨져 있던 무스 같은 무언가가

팍!하고 흘러 나온다.


그 왼쪽의 젤리는 생각보다 전혀 달지 않고

상큼 새콤한 맛이 난다.

찐득한 식감이 생각보다 기분을 좋게 해줬고

씹으면 씹을수록 

시트러스 향이 묵직하면서도 은은하게 올라왔다.


가장 의외의 한방은 마카롱.


보통 마카롱은 바삭하지 않은가?

이 마카롱은 바삭하지 않다!!


처음 입안에 닿는 느낌은

살짝 눅눅한 듯한 느낌.

그리고 혀로 입천장을 향해 마카롱을 눌러보면

부드러운 가루가 되어 스르륵 녹아 없어진다.

그러고 나면 마카롱 필링 크림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향긋한 채소향이 확 올라오고

약간 멘톨같은 느낌도 나서

민트 필링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독특한 마카롱에 관해서

서버님께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다.

ㅋㅋㅋㅋㅋ


우선 왜 바삭하지 않게 했나요?

부드러운 식감을 내기 위해서 

마카롱을 2주간 숙성시키셨다고 한다.

로비 베이커리에서 파는 마카롱과는 

다른 식감일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해주셨다.


이 필링은 민트 맞나요?

민트가 아니라 라벤더라고 한다.


이렇게 식사를 마무리 지었다.

식사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


장마일 때 방문해서

신라호텔 최고층의 뷰를 제대로 담을 수는 없었다.


빗방울이 맺힌 뷰도

나름 운치가 있기는 했다.


<총평>

식감, 향, 색상으로 승부하는 식당이라고

평하고 싶다.


재료가 가진 본연의 맛을 충실히 내시는 것

인정.


그치만 내가 알던 재료들의

새로운 맛을 일깨워주는 부분에 있어서

약간 내가 기대한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복이랑 옥돔을 그렇게 잘 먹어놓고

이런 느낌이 왜 드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에피타이저 샐러드나 양고기 스테이크가

엄청 특별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가 아닐까?


직원분들의 서비스는

흠잡을 데가 없다.

음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기본이고,

내가 귀찮게 이것저것 프렌치 무식자 질문을 많이 던졌어도

되려 반겨하시면서 즐겁게 답해주셨다.


그리고 

식당의 테이블 수에 비해서

서빙해주시는 직원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다.

그러다보니 음식이 늦게 나오거나

다 먹은 접시가 늦게 치워지는 일이 있을 수가 없다.


나는 혼자 먹고 있었는데

내가 좀 불편해 보였나 보다.

한 서버분이 혼자와서 드시는 손님들이 요즘 많으니까

불편해하지 않고 드셔도 된다고 배려의 멘트를 날려주셨다.


그치만

내가 불편해보였는지는 몰랐었다.

아마 불편했던 이유는

처음 프렌치 음식을 접해보는 데다가

포크와 나이프가 너무 많아서

(뻥 좀 보태서) 약간 현기증이 날뻔 하긴 했다.


테이블간 간격은 엄청 넓다.

테이블간 간격만 보면 프라이버시는 당연히 보장되지만

식당이 매우 조용하기 때문에

3-4m 떨어진 테이블의 가족들이 대화하는 내용이 잘 들린다.


그래서 그런지

스탭분들이 정중하고 격식있으면서도

매우 조곤조곤하게 말씀하신다.

스탭분들은 다 남자분들이셨는데

보통 남자분들의 발성법이 아니라고 할까.

처음에는 서비스 교육을 그렇게 받으셨나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일반 대화하는 톤으로 이야기하면

이 조용하고 공간 많은 식당에서

너무 멀리 소리가 전파되기 때문에

최대한 조곤조곤하게 말씀하셨던 것 같다.


매우 새로운 프렌치 레스토랑 경험이었고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기분이 업되긴 했지만

가격이 후덜덜해서 다시 올 생각은 쉽게 못 할 것 같다.


<트리비아>

이 식당에 계신 스텝분들은

다들 엄청 포멀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에

움직임이나 말투에서 멋진 기품이 묻어나오신다.


그 와중에 

한 스탭분이 엄청 잘 생기셨다.

키도 크시고 비율이 모델 같으심.


그분을 처음 보자마자 든 생각은

"ㅅㅈㄱ가 왜 여기서 서빙을 하고 있지?"


계속 보니까 ㅅㅈㄱ는 아니신데,

ㅅㅈㄱ 보다 이목구비가 더 또렷하신 듯.

ㅅㅈㄱ보다 더 잘생긴 것 같기도.

세상 다 가지신 분이었다.

[대만족 혼자 호캉스] 

포시즌스 호텔 서울 

Four Seasons Hotel Seoul 

- 보칼리노 Boccalino - 

(2018.05.06.)


파인넛 크러스트의 양고기 구이와 흑마늘, 건포도 페스토로 장식한 벨페퍼 케이크.


사우나를 하고

객실에서 좀 쉬었다가

저녁식사를 하러 보칼리노에 갔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홈페이지에서

바로 식사 예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방문 이틀 전에 홈페이지에서 예약을 했다.


2층 보칼리노 레스토랑 입구에서

예약을 확인하고 자리를 안내 받았다.


1인이라서 

아무래도 화려한 원형 라운드 테이블이 있는 자리는 

안내받지 못했다.

창가 쪽에 다소 외진 자리에 1인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었다.


자리를 안내해주신 여성 서버분은

매우 환한 미소로 반겨주셨고,

혼자서 식사하기 적적하실 수 있으니

잡지를 챙겨드릴까요?라고 문의하시기도 하셨다.


혼자 밥 한두번 먹는 것도 아니고,

혼자서 식사하는 게

맛을 하나하나 느끼면서 먹기에는 훨씬 좋은 환경이다.

"아니요. 저는 혼자서도 매우 잘 먹습니다. ^^"라고 했다.

서버분도 웃으면서 표정으로 화답해주셨다.


혼자 호캉스 후기 내내

직원들의 미소, 웃음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데

다수의 포시즌스 서울 직원들은

정말 기쁘고 행복한 듯한 웃는 표정을 항상 짓고 계신다.

내가 감정표현이 풍부한 편이 아니지만

그렇게 웃음으로 반겨주시니

나도 모르게 마음에 편해지고 웃으면서 답변하게 되었다.


서버 분이 메뉴판을 건내 주셨다.

식사 메뉴판.

음료 메뉴판.

캐비어 스페셜 행사 메뉴판.


사실 포시즌스 호텔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싶었던 식당은

유유안이었다.

지난 번에 베이징덕 테이스팅 메뉴를 먹었지만,

중식을 많이 좋아하는 터라

다른 메뉴들도 먹어보고 싶었다.


내 위장 기능이 커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메뉴들을 먹어보고 싶은데

그럴려면 세트메뉴(코스요리)가 제격이지만,

유유안의 세트메뉴는 대부분 2인 이상 주문이 가능했다.


그런 연유로

이번 호캉스도 결국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예약하게 된 것이다.

보칼리노 세트메뉴는 1인 주문도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세트메뉴의 메인이

결국은 소고기 스테이크인게 별로 맘에 들지 않았다.

소고기 맛있는 건 충분히 알고 있으니

다른 고기를 맛을 보았으면 했다.


그러다가 알라카르트 메뉴에 눈을 돌리게 됐고

양고기 스테이크를 발견했다.

나는 양고기를 좋아해서

잘하는 집이던 못하는 집이던

기회가 되면 꼭 먹어보는 편이다.


그럼 이번에는 알라카르트로 가보자!


양고기 구이와 피자,

둘 다 먹고 싶은데 혼자 먹기에 양이 많냐고 물었다.

서버분이 피자가 조금 커서 양이 많을 수 있다고 하셨다.

결국 피자는 포기.

나중에 허기지면 룸서비스로 시켜먹기로 했다.

(저녁 식사 후 디저트를 먹어서 결국 피자 룸서비스는 포기했다.)


식전 빵 - 치아바타, 마늘 스프레드, 올리브유와 소스.


턱근육이 약한 나는

치아바타와 애증의 관계에 있다.

맛은 있는데 질겨서 힘들 때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보칼리노의 치아바타는

내가 걱정한 만큼 딱딱하거나 질기지 않았다.

많이 딱딱하지 않아서 빵을 뜯을 때에

빵 부스러기도 걱정보다는 많이는 생기지 않았다.


치아바타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났고,

빵의 속살은 촉촉하면서 살짝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었다.


아무리 고급 레스토랑이라도

냉방/환풍 시설로 인해 음식이 빨리 식는 것은

막기 힘든 것 같더라.

정말 따끈하게 빵이 서빙되었지만,

천장에서 내려오는 선선한 바람에 금방 식어버렸다.


식어버렸지만

생각보다는 심하게 질겨지거나 딱딱해지지 않았다.


통마늘을 구워서 올리브유에 절인 것인가? 싶은

통마늘 스프레드(?)의 식감은 매우 부드러웠다.

크림같은 느낌은 아니지만 

마늘의 입자들이 살짝 느껴지면서 

부드럽게 입안에서 흐트러졌다.

마늘빵의 향이 물씬 올라왔다. 


그렇지만 나는 마늘 스프레드보다

올리브와 ?? 소스를 더욱 좋아했다.

빵을 준비해주신 남자 서버분께서

소스 병을 직접 가져와서

소스 설명을 해주시고

올리브만 있는 그릇에 살짝 따라주셨다.


그냥 흔한 발사믹 드레싱이겠거니했는데,

소스 병을 보여주실만큼 맛이 좋은 소스였다.

이 소스에 치아바타를 찍어먹으면

치아바타가 기름과 소스를 머금어 더 보드라워 지면서

소스의 과일향과 달큼한 맛이 입안에서 사~악 퍼진다.


탐나는 소스였다.

사진을 찍었어야 했다.


메를로(Merlot) 와인.


한푼 두푼 아껴야 하는 현실에서 탈출하고자

호캉스에 온 것이니

와인도 글라스로 한잔 마시기로 했다.


주문을 받아주신 또다른, 

웃는 모습이 매우 환하신 여성 서버분께

나는 와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나 

부드러운 와인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양고기 스테이와 어울릴 만한

화이트와인 하나와 적포도주 3종을 추천해주셨다.


내가 소믈리에도 아니고

설명만으로는 무슨 맛인지 모르겠더라.

적포도주 중에서 메를로를 도전해봤다.


와인 테이스팅 해주시겠다고

반병 정도 남은 와인병을 가져오셨다.

내가 와인 맛을 그다지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서

서버님이 추천해주신거니까 

믿고 테이스팅은 따로 하지 않겠다고 했다.

내가 여기 양고기 스테이크 먹어봐서

어떤 와인이 잘 어울리지를 상상해 보기도 힘들고.

테이스팅을 안하겠다고 하자

살짝 당황하시는 것 같으시다가

바로 활짝 웃으시면서

테이스팅하는 양만큼 더 따라주셨다.


와인리스트 사진을 찍어두지 않아서

메를로 와인의 제품명은 기억을 못하겠다.


와인 무식자인 나의 개인적인 시음 소감은...

우선 내가 요청한대로 매우 부드러운 맛의 와인이었다.

드라이한 느낌은 강하지 않았고,

와인의 끝맛이 포도 떫은 맛이 짧게 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다소 긴 호흡으로 진하게 입안에서 남아있었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메를로 와인은 향이 매우 좋다고 하던데,

내가 와인을 먹을 당시에 향이 거의 없어서

이렇게 향이 없는 와인은 또 처음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아무래도 글라스로 파는 와인이다보니

처음 개봉하고 난 다음에 

보관과정에서 향이 다 날아가버린게 아닌가 싶다.


포도향이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상태라서

와인 마시는 재미가 덜한 것은 사실이었지만,

알코올 성분 때문인지 포도 특유의 떫음 끝만 때문인지

식사 중에 입가심 역할은 충실히 해냈다.


다음부터는

글라스 와인은 도전하지 않는 걸로.


파르마 프로슈토와 멜론 샐러드.


애피타이저로 

주문한 프로슈토 멜론 샐러드가 나왔다.


유럽 각국에서

생햄을 멜론과 즐겨먹는다는 이야기는

자주 들어보았다.


최근들어 

생햄류의 맛에 빠져들고 있는터라

제대로 된 생햄+멜론 요리를 먹어보고 싶었다.


처음 한 입을 먹기 전에는

프로슈토의 맛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이 에피타이저의 주인공은 멜론이었다!

멜론은 한 입을 베물자,

1. 엄청 신선하다!

2. 상큼 달큼하다!

3. 과즙이 폭포수가 되어 쏟아진다!

멜론에도 신세계가 있다는 것을 또 깨달았다.

특히 멜론 과즙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가 멜론 과육을 씹으려고 시작하는 순간부터

과즙의 폭포수가 입안에서 콸콸콸.

맛과 향은 멜론인데

과육에서 나오는 과즙의 양은

아주 맛있는 배를 씹었을 때의 과즙의 양과 비슷했다.

멜론의 식감도 대단했는데,

부드럽게 씹히면서도

속 부분이라고 너무 무르지도 않고

겉 부분이라고 딱딱해지고 않고

단단함의 정도가 균일했다.


멜론에 취해서 계속 씹다보면

프로슈토가 훅 치고 들어온다.

멜론의 다소 강한 존재감 속에서도

본인의 짭쪼름한 맛과 프로슈토 고유의 식감은 건재했다.


프로슈토만 한 입 먹어보았는데

멜론과 함께 먹었을 때만큼

짭조름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프로슈토의 짭조름한 존재감은

멜론의 달콤한 과즙에 대한 대비로 인해서

더 두드러지게 느껴졌던 것 같다.


멜론의 단맛이 설탕의 단순히 강한 단맛이 아니기 때문에

프로슈토와 매우 잘 어울리고,

넘치는 멜론의 과즙이 프로슈토를 감쌀 때

새로운 단짠 어택 맛을 느낄 수 있다.


파인넛 크러스트의 양고기 구이와 흑마늘, 건포도 페스토로 장식한 벨페퍼 케이크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던 

양고기 스테이크가 나왔다.(왼쪽)


계속 한국인 서버분이 서빙해주시다가

이 스테이크만 외국인 서버분이 서빙해주셨다.


이태리어 같았는데

요리와 소스 이름 정도 설명해주신 것 같고

그 다음에 소스를 접시 중앙에 부어 주시고

미소 한번 날려주시고 황급히 사라지셨다.


갑자기 쏟아지는 이태리어 폭탄에 당황했다.

ㅋㅋㅋㅋㅋ


이 양고기 스테이크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부드러움이다.

양고기를 썰어서 한 점 입에 넣으면

엄청나게 부드럽게 씹힌다.

삼겹살 수육보다 더욱 부드럽고 촉촉하다.


이 부드러움에 허우적거리다보면

입안의 양고기를 순식간에 다 씹어버리게 되는데,

이 때 양고기 특유의 향이 부드럽게 사~악 입안에 감돈다.

양고기의 누린내가 아니다.

"엄청 부드러웠지? 근데 사실 나 양고기야. 

진정한 양고기는 이렇게 은은한 육향을 가지고 있단다"

이렇게 나를 계몽시키는 풍미였다.


양고기가 부드럽고 촉촉했다면

파인넛(잣) 크러스트가 끝에 고소한 맛을 담당한다.

잘게 다진 잣이라서 씹는데 크게 어려움이 없으나

양고기가 워낙 부드러웠기 때문에

잘게 다진 잣의 식감만으로도 

양고기의 부드러움에 대조되는 씹는 맛을 책임진다.


오른쪽의 벨페퍼(파프리카) 케이크는

주문 당시에 관심 밖에 있었다.

양고기 스테이크의 주인공은 양고기이니까.


그렇지만 

이 케이크를 한 입 먹고 나면

폭발하는 파프리카의 향과 상큼 달콤함에 깜짝 놀란다.

파프리카만 들어간 케이크가 아닌데

입에 넣자마자 나머지는 스르륵 녹아서 사라져버리기 때문에

처음에는 파프리카의 존재감이 강하다.


고맙게도 천장에서 내려오는 바람이

케이크를 빠르게 식혀준다. ㅠㅠ

약간 식은 케이크에서는 

굳기 시작하는 치즈의 식감도 살짝 느껴졌던 것 같다.

그렇지만 치즈의 맛이 혼자 튀지 않기 때문에

치즈가 들어간게 맞는 것인지 아직도 의심스럽긴 하다.


케이크 위에는 부드러운 식감의 흑마늘?이 올라가 있다.

한국식 흑마늘은 아닌 것 같은게 

엄청 달콤새콤했다.

어디에 포도주나 다른 재료에 절인 게 아닌가 싶다.


케이크 위에는 흑마늘 말고도

갈색의 건포도 페스트?가 올라가 있다.

포도향이 난다.

 페스트가 입안에서 부드럽게 퍼지기는 하지만

크림같이 퍼지는 것이 아니고

내가 사먹는 그래뉼같이 아주 작은 입자가 혀에서 느껴진다.


이 케이크는

이름은 케이크이지만

페이스트리와 파프리카 등을 켜켜이 쌓은 것 같다.

부분 부분을 분리해서 먹어봤는데

촉촉하게 젖은 페이스트리 맛이 났다.


양고기 스테이크까지 식사를 마치자

서버분이 디저트를 준비해줄지 물어보셨다.


컨펙션스 바이 포시즌스가 마감 세일을 할 시간이 되어서

디저트는 다른 곳에서 먹겠다고 하고 식당을 빠져나왔다.


<총평>

맛있다.

진짜 좋은 음식을 먹고 나면

제일 먼저 나오는 말이 맛있다라는 말이다.


정말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10만원이 넘는 금액이었지만

향이 날라간 와인 빼면 아쉽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에피타이저와 메인 2개 밖에 먹지 않았지만

코스요리 먹지 않은게 전혀 후회되지 않게

만족스러웠다.

음식이 맛있으니까 

와인이 약간 아쉬운 것도 묻혀졌다.


양고기가 이렇게 부드럽고

진정한 양고기의 향이 이렇게 좋은 것이었다는 것을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멜론 하나로도

이렇게 식도락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이 식당이 미슐랭 스타는 아니고

'더 플레이트(The Plate)' 등급을 받았다는데

내 기준으로는 1스타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직원분들이 나와 눈을 마주칠때마다 

미소와 웃음을 날려주셨다.

손님과의 아이컨택트와 미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런 식당은 또 처음이라 어색했지만 

편안했고 기분은 좋았다.


식사 시간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스테이크가 조금 늦게 나왔다.

나는 별 생각이 없이 천하태평했는데

늦게 나와서 계속 죄송하다고 하시니까

내가 괜히 불편해졌다. ㅋㅋㅋ


라운지 마루(Maru)에서도 그렇고

음식이 정해진 시간 내에 서빙되지 않으면

먼저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라는 

매뉴얼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보통 식사 중에 한 번 정도

식사가 입에 맞는지 확인하는데,

여기는 매 음식 나올 때마다

식사가 입에 맞는지 물어보셨다.

그냥 너무 맛있어서

그냥 너무 맛있다고만 했다.


조식 먹을 때 잠깐 들러서

사람없는 식당 모습과 간판을 찍으려고 했는데

깜박해서 사진이 별로 없다.

아쉬움.

아리마 

미슐랭 2016년 1스타 식당

'쿠츠로기야(くつろぎ家)'

2017.01.27.



오사카에 갔을 때

아리마에는 온천을 하러 갔다.


온천만 생각했지

뭘 먹을지 전혀 생각을 못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최근에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식당이 있다고 하여

가보게 되었다.


도착하니 아직 열지는 않았는데

블로그에서는 줄도 서있다길래

오픈 시간도 얼마 안남은 것 같아서

그냥 이 문앞에서 이 사진을 찍으면서 서 있었다.

내가 이날의 첫번째 손님!!



솥밥이 유명한 집이라서

가게로 들어가기 전에 밥솥이 전시되어 있다.

엄청 좁은 마당?이었지만

일본 특유의 조경을 엿볼 수 있다.


내가 메뉴판도 찍었었구나!

ㅋㅋㅋㅋㅋ

제일 위의 구츠로기 메뉴를 주문했다.

여러가지 재료들이 들어가서

모험을 할 가능성이 줄고

다양한 맛도 볼 수 있으니까!!


식당은 다 좌식으로 되어 있었다.


일본에 놀러가는 것을 좋아했지만

일본 식문화에 대해서는 무지했던터라

이렇게 첫 상이 나오는데

이걸 그냥 먹으면 되는 건지

아님 기다려서 솥밥이랑 같이 먹어야하는 건지 한참을 고민했다.

솥밥 나오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아서

그냥 먹어버렸다.

ㅋㅋㅋㅋㅋ


정확한 맛 하나하나는 기억 안나지만

크게 비리거나 부담스러운 맛은 없었고

깔끔하고 정갈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진 속 메뉴판을 보니

솥밥과 함께 반찬거리가 좀 같이 나오는 것 같은데

어찌 남은 사진은 덜렁 솥밥 뿐...

ㅋㅋㅋㅋㅋ


이런 일식 솥밥은 처음 먹어봐서 신기했지만

"맛은 그냥 밥에 갖가지 재료 엊은 거구나"

잘 지은 밥이긴 하지만 

잘 지은 밥에 감탄할 정도 나의 짬밥이 적지 않으니까!


밥을 다 먹고 나면

후식으로 떡을 준다.


역시나 여행 갔다온지 한참 되서

하나하나의 맛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안난다.


전반적으로

재료 그대로의 맛을

부담스러운 향이나 강한 양념으로 가리지 않으면서

차분하게 먹을 수 있는 밥상이었다.


이런 밥맛 정도는 예상한 바라서

이게 미슐랭 1스타라니 약간 의외이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서 

이런 일식 솥밥을 이렇게 정갈하게 대접하는 식당을 찾으라면 

매우 어려웠을거다.


여행 갔을 당시에는

비싼 음식 먹는다고 벌벌 떨었는데

지금 메뉴판 가격을 보니

가격이 참 착하다.


약 1년이 안 되는 사이에

나의 여행 예산이 부쩍 늘은 것 같다.

월급은 나에게 전혀 관대하지 않은데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나는 나에게 관대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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